소아청소년과의 몰락이 현실화됐다.
소청과 전공의 정원이 대거 집중된 빅5병원마저도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메디칼타임즈는 2일, 전국 수련병원 61곳을 대상으로 2021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마감 현황을 파악했다.
그 결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에 나선 47개병원 총 170명 정원 중 59명만 채우는데 그쳤다. 이는 지원율 35% 수준.
이는 최근 3년간 메디칼타임즈가 파악한 소청과 지원율과 비교하면 최악의 상황. 앞서 지난 2019년도 80%에서 2020년도 73%로 소폭 감소하면서 소청과학회 내 긴장감이 높아진 바 있다. 여기에 2021년 전공의 지원율이 35%까지 추락하면서 깊은 늪에 빠졌다.
특히 빅5병원의 소청과 지원율은 유례없이 낮은 지원율을 보여줬다. 이들 중 정원을 채운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가톨릭의료원은 13명 정원을 내걸었지만 3명 지원자를 찾는데 그쳤고 신촌세브란스병원도 14명 정원에 3명만이 원서를 접수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8명 정원에 각각 4명, 3명 지원자를 찾는데 만족해야했다. 서울대병원만이 16명 정원에 14명이 원서를 접수하면서 체면치레를 했지만 역시 미달을 면치는 못했다.
또한 소청과 전공의를 아예 선발하지 못한 병원도 속출했다.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건국대병원 등 서울권 대학병원에서 소청과 지원율 제로행진이 이어졌다. 아주대병원, 인하대병원 등 경기권에서도 지원자를 단 한명도 찾지 못한 채 마감했다.
지방도 마찬가지. 특히 대구지역 대학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전멸했다. 대구가톨릭병원이 2명 정원을 채웠을 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 줄줄이 지원을 0명으로 마감했다.
이밖에도 동아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울산대병원, 창원 경상대병원 등 경상권 대학병원도 내년도 소청과 1년차 없이 한해를 버텨야하는 상황에 직면했으며 원광대병원, 제주대병원 등 또한 전공의를 단 한명도 뽑지 못해 고개를 떨궜다.
대구지역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소청과 미달을 예상했지만 이정도일 줄을 몰랐다"며 정원을 그나마 채운 곳은 내부적으로 설득을 잘한 결과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최악의 상황이지만 정원을 채우면서 선전한 병원도 일부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소수 정원인 대학병원이 채웠다는 점이다.
강북삼성병원은 소청과 2명 정원에 2명을 채웠으며 한림대성심, 순천향대서울병원도 각각 2명 정원을 내걸고 지원자를 모두 찾았다.
지방에서는 조선대병원, 부산대병원, 대구가톨릭병원, 건양대병원, 순천향천안 등 모두 2명 정원에 지원율 100%를 기록했으며 부산백병원과 경상대는 정원 3명을 모두 채우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수도권 한 수련병원 의료진은 "이미 학회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현실화되니 씁쓸하다"면서 "소청과는 필수의료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