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츠코리아 제오민 등 프리미엄 제품군 재차 주목 환자들 불안감 증폭에 전문가들 선택도 쏠림 가속
보툴리눔 톡신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한때 수십만원을 호가하던 50유닛 보툴리눔은 2만원 안팎까지 몸값을 낮췄다. 특이한 현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 두 배 이상의 가격을 받는 '프리미엄' 제품군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품목 허가 승인을 얻은 보툴리눔 제품이라도 다 같은 도매금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뜻. 안전성, 유효성 면에서 비슷할 순 있지만 결코 완벽히 같지 않다는 것이 '가격차'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보툴리눔 제제 선택 기준으로 새롭게 '내성'을 꼽고 있다. 최근 제품 홍보, 광고 문구에서도 내성이라는 단어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키워드다. 보툴리눔 선택에 있어 전문가들은 무엇을 우선 순위로 고려할까.
▲메디톡스 품목 허가 취소 이슈…환자들 "불안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제제의 관련 법규 위반을 근거로 품목을 취소하면서 보툴리눔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외산을 밀어낸 전통의 강호 메디톡스 제품군에 대한 판매 금지령 및 회수령이 내려지면서 환자들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대체재 쪽으로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허가되지 않은 원료(원액)를 사용하고, 표시 함량(역가)을 조작했다는 점이 환자들의 불안을 촉발시켰다.
보툴리눔 제제가 안전성 이슈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보다 안전한 제품군에 대한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는 것.
강남구 S 피부과 원장은 "다양한 국산 업체들이 보툴리눔을 내놓으면서 50유닛 가격이 2만원대까지 낮아졌다"며 "가격이 낮아져 시술 횟수가 늘어난 것은 보툴리눔 시장 규모 확장에 기여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선택 기준이 부각되는 현상을 불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미용을 목적으로 과도한 용량을 맞거나 2~3개월 단위로 보툴리눔을 맞는 환자들에서는 처음 투약 때의 효과가 서서히 줄어드는 현상이 보고된다"며 "주요 원인은 내성 문제 발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시술을 자주 받는 환자들은 비용을 더 주더라도 내성 발생에서 자유로운 제품을 선택하려고 한다"며 "가격 방어가 되는 제품군 역시 주로 내성 안전성을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툴리눔 톡신 선택 기준 '내성' 부각
실제로 작년 '보톡스 바로알기, 걱정제로 캠페인'을 진행한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는 안전한 시술문화를 확산을 위해 내성 위험성에 대한 인식률 제고를 앞세웠다.
학회가 보톡스 시술을 하는 회원 4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4년 이상의 보톡스 시술 경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최소 하루에 평균 2건에서 5건의 보톡스 시술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톡스 시술이 대중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
보톡스 시술빈도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67%가 6개월마다 최소 1회 이상 보톡스 시술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 90%는 9개월 이내 주기로 반복적인 보톡스 시술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18년 10월 대한코스메틱피부과학회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의 77%에서 1년새 13% 증가한 수치다. 20대의 70.3%는 6개월 이내 주기로 반복 시술을 받고 있었다. 시술 주기가 짧아지고 있고 특히 젊은 층에서 정기시술 횟수와 고용량 시술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내성 문제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학회 측 판단.
김형문 레이저피부모발학회 회장은 "보톡스 시술이 대중화됨에 따라 한국 소비자들의 보톡스 시술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고용량 보톡스 시술도 많아지고 있다"며 건강한 시술 문화 정착을 주문했다.
이제는 가격보다 내성 문제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내성 발생 원인은 '불순물'…필러도 보툴리눔도 원료 확인해야
내성의 발생 원인은 불순물 함유가 거론된다. 보툴리눔 톡신의 약효 발현에는 뉴로톡신(신경독소)이 관여하는데 내성(항체 형성)과는 무관하다. 이를 감싸고 있는 복합단백질과 비활성 뉴로톡신이 항체 형성의 주범이다.
즉 보툴리눔 톡신 제조 과정에서 이들 불순물을 얼마나 제거할 수 있느냐가 내성 발생률을 좌우하는 것. 전문가들은 필러와 마찬가지로 보툴리눔 톡신 역시 불순물을 고순도로 정제하는 기술이 곧 제품의 '프리미엄'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내성 안전성 분야에서 탑픽 품목은 역시 독일 멀츠사가 개발한 제오민이 꼽힌다. 평균적인 보툴리눔 톡신은 900kDa(킬로달톤)의 분자량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150kDa만 실제 효과에 작용하고 나머지는 불순물(복합단백질)이다.
제오민은 복합단백질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내성에서 안전한 품목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2005년 개발돼 15년간 현장에서 필드테스트를 거쳤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2018년 박미영 영남대의대 신경과 교수 등이 참여한 각 업체별 보툴리눔 톡신 비교 연구(doi.org/10.2147/CCID.S160723)도 이같은 차이를 잘 대변한다.
연구에 따르면 제오민에서는 비활성 뉴로톡신이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같은 비교 선상에 올랐던 A사의 경우 103, B사는 38, C사는 81, 다른 D사는 33에 달하는 뉴로톡신 검출됐다.
이와 관련 피부과의사회 관계자는 "보툴리눔은 내성이 발생하긴 하지만 개인별 차이가 있다"며 "한번에 얼마만큼 용량을 쓰는지 여부 및 시술 빈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별로 이를 고려해 시술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3개월 주기로 보툴리눔 시술을 받는 환자들에겐 내성 발생 가능성에 대해 고지한다"며 "자주 맞는다고 100%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시술 전에 고려할 필요는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