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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약침으로 말기암 환자 살린다던 한의사 법원 판결은?

박양명
발행날짜: 2020-12-16 05:45:54

언박싱서울중앙지법, 허위 과장 광고 한의사에 '사기죄' 적용
"한의사의 산삼약침 정맥주사는 무면허 의료행위" 판시

"더 심한 환자도 S약침(산삼약침) 치료를 받고 종양이 줄어들었다. 기존에 치료받았던 병원에서 판정한 여명 시한 일수보다 더 오래 사실 수 있다. 연명해 드리겠다."

폐암 말기 환자 K씨는 서울 S한의원(지금은 S한방병원)을 찾았다 원장에게 이 같은 희망이 섞인 말을 들었다. K씨는 그길로 산삼약침 치료를 받았고 두 달 동안 1880만원을 썼다. K씨는 S한의원을 처음 찾은 후 약 4개월만에 사망했다.

"암이 많이 전이된 상태여서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암은 차갑고 습한 것을 좋아하는데 S약침이 열성이기 때문에 암을 말려서 죽인다. S약침과 그 외 양방주사(비타민 주사)를 같이 해서 치료를 해보자. 12주 S약침 면역요법으로 치료를 해보자."

S한의원 홈페이지 광고와 호전 사례를 보고 방문한 대장암 말기 환자 K씨도 S한의원 원장의 말을 듣고 즉시 치료비 1200만원을 결제했다.

법원은 S한의원 S원장이 환자를 기망했다며 사기죄를 적용했다. 더불어 산삼약침액을 정맥주사한 것은 한의사가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고 의료법 위반도 적용,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8단독은 최근 S한의원 S원장과 그에게 고용된 K한의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 및 사기죄를 적용 실형을 선고했다.

S원장에 대해서는 사기죄에 관해 징역 1년, 의료법 위반 및 의료법 위반 교사죄에 관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K한의사에 대해서는 사기죄를 적용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S원장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정 구속은 면했다. 검찰은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이번 판결은 S한의원을 찾았다 피해를 입은 환자와 그 유족이 형사 고발한 사건으로 6년 만에 이뤄진 판결이다. S원장은 유족이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도 진료비 625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들었다.

홈페이지 광고도, 원장의 말도 '거짓'

실제 S한의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S한의원에서 개발한 약침은 RG3, RH2, compound K 등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들어있어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 자연사멸을 유도하고 간재생 효과가 있어 간염이나 간경화로 손상된 간세포를 회복시켜 간암으로 이환을 막고, 간암 환자의 치료 기간을 단축시켜주는 효과를 가진다' 등의 광고를 실었다. 이와 함께 말기암 환자의 치료 전후 CT 비교 사진을 실은 호전 사례 28건도 게시했다.

간암말기 환자 J씨는 홈페이지 광고를 접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S원장을 찾아갔다.

J씨의 CT 영상을 본 S원장은 "S약침은 산삼 액기스에서 추출한 진세노사이드 성분으로 제조한 약이다. 정맥에 직접 투입하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등 효과가 탁월하다. 간암말기 환자를 완치한 사례가 여럿 있다. 일단 12주 프로그램으로 해보자. 산삼이 고가이므로 S약침 가격이 상상외로 비싸다. 치료 여부를 결정하라"고 말했다.

J씨는 우선 3개월치 약침 시술료와 처치료로 2376만원을 썼다.

이후 한 종합병원에서 다시 CT 촬영을 한 결과 "3개월 전과 별반 다를 게 없고 암이 더 진행하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S원장은 J씨가 처음 S한의원을 찾을 때 낸 CT영상과 3개월 후 영상을 비교하며 "암이 처음 올 때보다 크기가 많이 줄었다. 암 진행이 멈추고 있다"며 "12주 프로그램이 효과 있으니 계속 치료를 받으라"고 말했다. J씨는 추가로 약 3개월 동안 1044만원을 지불했다. J씨는 S한의원을 찾은 지 반년만에 사망했다.

자료사진. 법원은 한의사가 약침액을 정맥주사하는 것은 무면허의료행위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S한의원이 홈페이지에 게시된 산삼약침 광고를 비롯해 S원장이 환자에게 한 말 모두 '거짓말'이라고 봤다. S원장 측은 수사과정에서 한국고분자시험연구소와 중부대 산학협력단 시험 결과(진세노사이드 성분 0.0001% 함유) 등을 근거자료로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대구한의대 시험분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를 인용해 약침에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없다고 했다.

한의계도 S의원의 행태를 옹호하지 않았다. 한국약침학회 공식입장 및 산삼약침 정맥주입 관련 논문 주요 저자의 법정 진술도 인용했다.

증인으로 참여한 S약침 유효성 논문 저자는 "경구복용이 아닌 혈맥주입을 통한 산삼 진세노사이드 성분의 항암효과는 명확한 임상결과가 부족해 한의학계에서 정설이라 보기 어렵다"라며 "산삼약침의 권장 성분이나 제조법 등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홈페이지에 게시된 28건의 호전사례도 영상의학과 전문의 분석을 인용해 과장이라고 판단했다. 호전사례 27명은 모두 2012년 이후 내원한 환자들로 경찰 수사 당시 2014년 11월 28일 기준으로 11명이 사망했다.

재판부는 "약침에 들어있는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극미량인 0.0001%로서 S원장은 약효에 관한 정설이 없음을 알고도 환자가 거액의 시술비를 부담했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S약침 제조법 역시 정량, 계량화돼 있지 않고 산삼 등 원자재의 출처나 수급, 투입 등이 극히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호전사례 CT 사진 중 2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호전됐는지 알 수 없거나 악화된 사진들"이라며 "호전이 약침으로 인한 것인지 불명확함에도 단언적으로 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의사가 정맥주사, 의료법 위반행위"

S원장은 사기죄뿐만 아니라 무면허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도 징역형을 받았다. 한의사이면서 의사의 의료행위인 정맥주사를 했다는 것이다.

간암말기 70대 환자 G씨에 대해 S원장은 산삼약침(SR10) 10cc, 면역약침(해100) 100cc, 동충하초약침(DCHC10) 10cc를 처방하고 간호사에게 주사하도록 지시했다.

간호사는 손등정맥에 주삿바늘을 삽관하고 주사기를 연결해 약침 3병 120cc를 한 번에 주입했다.

재판부는 "100cc 내외 다량의 약침액을 링거 방식으로 정맥에 주입했다"라며 "한의학적 침술이 아닌 오로지 약물에 의한 효과만으로 시도하는 것은 한의학 원리에서 벗어났다고 봄이 맞다"고 밝혔다.

또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았다거나 별다른 안전성, 유효성 인정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며 "정맥주사는 한의사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시술이므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