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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열린 치매 적정성평가…학회 '전문교육' 역할 커질 듯

발행날짜: 2020-12-16 05:45:58

심평원, 전문의 비율 등 병‧의원 평가 잣대인 4개 지표 공개
치매학회 등 의료현장선 심평원 제시안 두고 의문 제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년부터 새롭게 도입할 치매 적정성평가의 구체적인 시행안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치매학회와 노인정신의학회에서 주관하는 '치매 진료의사 전문교육' 이수의 중요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의료현장에서는 설계된 평가지표의 적절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모양새다.

자료사진.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심평원은 '치매 적정성평가' 시행방안을 주요 의료단체와 학회에 전달하고 의견수렴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복지부는 2017년 10월부터 치매국가책임제 추진에 발맞춰 신경인지검사 등 비급여였던 주요 항목을 건강보험으로 적용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심평원은 늘어나고 있는 치매 관련 건강보험 진료에 대한 의료 질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적정성평가 시행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2018년 예비평가를 진행한 데 이어 2021년 본 평가 시행을 최종 확정한 상황.

심평원은 일단 의원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치매 환자를 진료한 모든 의료기관 대상으로 적정성평가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도네페질(Donepezil), 메만틴(Memantine),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갈란타민(Galantamine) 등 치료제 처방을 받은 외래 환자가 주요 평가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대신 심평원은 첫 번째 평가인 만큼 4개 지표로 의료 질을 확인해보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치매 환자 담당 의사가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혹은 관련 교육을 이수한 의사의 비율 ▲구조적 뇌영상 검사 비율 ▲필수 혈액검사 비율 ▲선별 및 척도검사 비율 등이다.

특히 심평원은 전담의사 지표에서 치매 관련 교육의 경우 복지부 주관으로 치매학회와 노인정신의학회가 진행하는 '전문화 교육'을 제시했다.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전담의사로 인정받기 위해선 두 학회가 진행하는 전담의사 전문의교육을 필수로 받아야 하는 셈이다.

심평원이 치매학회 등 주요 전문학회에 제시한 1차 치매 적정성평가 지표다. 심평원은 치매 관련 교육으로 복지부가 주관 치매학회와 노인정신의학회 교육을 제시했다.
또한 심평원은 필수 혈액검사의 지표의 경우 치매치료제 최초 처방 시점으로부터 전후 90일 이내에 27항목을 모두 시행한 환자수의 비율을 살펴보기로 했다. 뇌영상 검사 비율 역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CT 혹은 MRI와 같은 구조적 뇌영상 검사의 시행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시행 여부를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 측은 "인구 고령화 심화로 치매 환자 및 관리비용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의료서비스 질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치매는 인지기능 장애로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특성이 있어 조기진단 및 치료를 통해 경과를 지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7월부터 12월 외래 진료분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치매치료제 최초 처방 시점에서 이전 12개월 이내에 관련 상병으로 처방(동일기관 및 타 기관) 이력이 없는 환자 진료분을 대상으로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해당 소식을 접한 전문학회 등 의료현장에서는 심평원 적정성평가가 자칫 진료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선의의 의도로 시행하는 것이지만 자칫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치매학회 임원인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심평원이 치매 적정성평가 지표로 제시한 기준이 어떻게 설정됐는지 의문"이라며 "필수 혈액검사가 왜 27개 항목인지, CT․MRI는 왜 필수검사로 지표에 들어갔는지, 치료제 사용을 꼭 해야 한다는 것인지 황당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단 의견수렴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심평원에 개선의견을 전달해야 할 것 같다"며 "전담 의사의 경우도 전문 교육에 대한 의무화를 지우는 부분이다. 선의로 진행한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는 만큼 개선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