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점은 현재 시점에서도 늦깍이 임상 1상 진입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 뉴젠테라퓨틱스는 나파모스타트 성분을 가지고 임상 1상을 지난달 3일 승인받았다. 대웅제약은 DWRX2003 1상을 10월에, 셀트리온은 CT-P59 1상을 8월 25일 승인받았다.
해외의 실제 백신 접종 시작에 이어 국내에서도 확보 백신 물량이 공개되면서 관심사는 과연 백신의 대량 보급 이후 치료제 임상이 지속되냐는 데로 초점이 변하고 있다. 관건은 백신의 보급이 곧 코로나의 종식을 의미하는지 여부다.
올해 6~7월에 임상 2상에 진입한 일부 업체들은 환자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여름을 기점으로 신규 확진자 발생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임상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기 때문이다. 모 업체의 경우 100명 안팎의 환자 모집 규모 중 아직 한명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국내 개발 치료제는 성분도 겹친다. 대웅제약과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카모스타트로, 종근당과 뉴젠테라퓨틱스, 경상대병원이 나파모스타트로 임상을 진행중이다. 종근당의 경우 2023년까지 치료제 개발 기한을 명시해 뒀다. 임상을 지속하는 이유는 뭘까.
종근당 관계자는 "흔히들 백신이 나오면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 전망하지만 실제 그렇게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며 "업체는 이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감 백신이 있어도 매년 독감 환자가 나오는 것처럼 종식이나 지속되는 신규 확진자 발생 여부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달려있다"며 "독감 백신이 있어도 타미플루와 같은 독감 치료제가 같이 공존하는 것과 비슷하게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백신과 치료제의 영역이 구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 다양한 임상들이 진행중이지만 같은 성분 임상만 해도 설계 방식, 제형, 대상 환자군이 각각 달라 하나로 뭉뚱그려 보기도 어렵다"며 "본사가 개발중인 나파모스타트는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주사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일 성분 나파모스타트 치료제를 개발중인 뉴젠테라퓨틱스는 서방형 경구제를 시도하고 있다. 비슷한 계열인 카모스타트 역시 일부 업체는 경증을 대상으로 하는 등 연구 설계가 각각 다르다. 곧 치료제가 개발되도 적응증이 달르기 때문에 각 업체별 품목은 환자별로 효용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도 비슷한 입장이다. 7월부터 2상에 진입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치료제가 백신과는 다른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신약 임상의 경우 환자 1명당 들어가는 비용이 약 1억원에 달한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임상은 이와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 기존에 허가를 받은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용도를 변경하는 약물재창출 임상이기 때문에 임상 비용은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며 "안전성을 이미 확인한 약제를 대상으로 효과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업체에겐 큰 부담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약제들의 경우 특허가 풀린 제네릭 약제가 많아 약제비 지원에 있어 부담은 거의 없다"며 "백신이 나온다고 종식을 예상하는 건 지금으로선 섣부른 판단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백신 나오면 치료제 물거품된다? "이번 코로나는 다르다"
치료제 무용론의 근거는 앞선 사례다. 사스와 메르스가 자연 종식된 만큼 백신의 보급이 코로나19의 종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반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계절성 전염질환으로 남을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일반 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매년 겨울에 유행한다"며 "비슷하게 신종 코로나19는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이 생겨도, 전염력은 낮아지고 치사율이 낮아진 형태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겨울에 독감과 함께 유행하거나, 단독으로 유행하거나, 계절 코로나19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니까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진한 가톨릭대 의대 백신바이오연구소장도 비슷한 입장이다.
강 소장은 "백신이 나왔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종식될 거라 보지 않는다"며 "사스와 메르스와 계통을 같이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엄밀히 말해 앞선 사례들과 다른 변종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동물이 아닌 인간을 최종 숙주로 선택한 이상 인간 대상 공격이 지속될 수 있다"며 "백신 개발되면 팬데믹이 종식될 것이란 희망은 낙관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의 역할은 독감 백신과 마찬가지로 팬데믹의 조절, 통제에 있다"며 "따라서 백신 개발 및 보급 이후에도 치료제는 치료제 나름의 역할을 구축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백신이 광범위한 접종을 통해 확진자 창궐에 대비하는 1차 목적이 있다면, 치료제는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 자가 면역이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엄연히 치료제와 백신의 역할은 구분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치료제의 존재 당위성을 설파한 만큼 향후 관건은 성공적인 임상의 종료 여부다.
종근당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확진자 규모에 비해 임상 참여 업체가 사실 과도한 건 맞다"며 "이미 환자 모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임상 설계 때 2023년까지 지속하겠다고 언급해 놨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임상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임상도 같이 병행하고 있다"며 "러시아에서는 2상 투약이 종료됐고, 멕시코, 세네갈, 호주에서는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어 이를 근거로 국내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임상이 어려워도 해외 임상 결과를 근거로 조건부 허가를 내주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조만간 있을 화이자 백신의 국내 도입 사례를 보면 무조건 국내서 임상을 진행해야 승인을 해준다는 건 규제 일관성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