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 지사장, 감염병 단계 세분화‧손실보상 기준 구체화 등 제안 코로나 이후 세 차례 법 개정…컨트롤타워 구성안 추가도 주장
검사(Test)-추적(Trace)-치료(Treat), 3T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방역 전략이다. K-방역이라고도 불린다.
K방역의 근거는 감염병예방법.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개정, 3T의 정당성을 확보했지만 하루에 확진자가 1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3T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대책본부 상황실장으로 활약한 권용진 서울대병원 중동지사장은 19일 오후 열리는 대한의료법학회 온라인 정기학술대회에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의 허점과 앞으로 개정 방향에 대해 제시한다.
코로나19 이후 세 번…감염병예방법, 어떻게 바뀌었나
감염병예방법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감염병 위기 시 정보공개의 범위,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감염병 위기 시 정보공개 의무를 보건복지부 장관을 넘어 지방자치단체장까지 확대했다. 감염병 환자뿐만 아니라 의심자까지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공개된 사항 중 사실과 다르거나 의견이 있는 당사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도 감염병 환자 등 위치정보를 경찰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복지부 장관은 건강보험공단의 정보시스템 등을 활용해 보건의료기관에 출입국관리기록 등의 정보를 제공토록 했다. 의료인, 약사 등은 의료 행위를 하거나 약을 처방, 조제할 때 환자 등의 출입국 관리기록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장 등은 감염병 전파의 위험성이 있는 장소ㆍ시설의 관리자ㆍ운영자 및 이용자, 감염병 전파가 우려되는 운송수단 이용자 등에 대해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지침의 준수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위반 시 과태료 부과 근거를 마련했다. 질병관리청장 등은 감염병 유행 기간 중 의료기관 병상, 연수원ㆍ숙박시설 등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병상자원 강제 동원 근거도 생겼다.
질병관리청장 외 지자체장도 방역관에 대한 한시적 종사 명령 권한을 부여했다. 치료 효과성 증대를 위해 강제 전원 및 거부자 처분 근거도 마련했다.
"현 감염병예방법, 신종감염병 유입 후 대책에 불과"
권 지사장은 현재 감염병예방법은 신종감염병 유입 후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K방역의 3T는 발생 후 지금까지 대응이 성공적이었다는 자체 평가를 근거로 세계 표준화까지 시도되고 있지만 이는 신종감염병 유입 후 대책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확진자 동선공개, 병상 동원 등에 대한 근거조항에 문제 있다고 봤다.
그는 "메르스 이후 동선 공개가 법제화되면서 동선 공개 효과성에 대한 검증 없이 개인정보 수집과 공개범위, 활용, 삭제 등의 쟁점이 법으로 보완되고 있다"라며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기본권 제한은 논란이 있지만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한계점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신종감염병 유입 후 대응에 관한 법적 보완이 있을 뿐 세계적 유행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유행 전단계부터 대비하기 위한 정책이 미흡하다"라며 "치료에 있어서도 병상 동원을 위한 컨트롤타워 부재가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통제를 위한 컨트롤타워 부재, 중앙정부 내 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역할분담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권 지사장은 "병상 동원 근거는 있지만 현재 중증환자 증가에도 병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며 "강제 동원 기준이 불명확하고 동원 주체를 복지부, 질병관리청장, 지자체장 모두 가능하도록해 서로 책임을 미루는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감염병 통제를 위한 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역할분담이 불명확하다"라며 "분권화 방향에 맞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역할 분담에 관한 내용을 명확하게 논의해 중복을 피해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3T 전략 안통한다 감염병예방법 어떻게 바꿔야 하나
확진자가 하루 1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까. 권 지사장은 우선 신종감염병 유입 단계를 세분화하고, 정보 공개에서 기본권 제한의 최소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감염병 단계는 유입 전, 초기, 지속 단계로 구분해 조항을 신설했다.
유입 전단계는 해외나 국내에서 원인불명의 감염병이 발생하면 관련 공무원과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해 정보를 수집토록 한다. 파견 규모와 기간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고 파견 공무원과 전문가는 ▲신종감염병의 발생 및 피해 현황 ▲감염원 종류 ▲대응 현황 및 성과 ▲국내유입 가능성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협력 방안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유입 초기단계에서 질병관리청장은 신종감염병의 원인과 정보가 확인될 때까지 1급 감염병에 준해 전파방지 및 예방조치를 취해야 하고 조사 및 연구결과는 신속하게 신종감염병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개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신종감염병위원회는 신종감염병이 특정 급수로 지정되기 전까지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하기 위한 조직으로 구체적인 구성 방법까지 조항에 담았다.
감염병 지속 단계에서는 감염병 관련 급수를 정해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게 권 지사장의 복안이다.
권용진 지사장은 "신종감염병은 초기 대응 시 충분한 정보 수집과 조사연구가 필수적"이라며 "조사와 연구 결과를 반영하기 위한 단계별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65세 이하에게 사실상 별개 아닌 바이러스지만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지나치게 공포심을 만들어놨다"라며 "65세 이하는 코로나 유행 전 5년과 비교했을 때 사망률 차이가 없다. 정부는 숫자 집착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 영역에서는 병상 동원 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 구성에 대한 내용을 법 개정을 통해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대량환자 발생 시 감염병 관리 병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관리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을 따로 넣었다. 손실보상 기준도 개정해 병상을 기꺼이 내어 준 병원에 대한 손실보상은 전년 동기 수입을 최소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권 지사장은 "코로나19로 드러난 자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병상의 강제 동원 근거가 있지만 기준과 충분한 보상을 명확히 제시해 실효성이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라며 "그럼에도 자원 제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동원된 자원의 최대 활용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염병예방법이 확정된 감염병의 최소한의 관리 정책 틀을 벗어나 바이러스 유행이 현실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 선제적 예방과 대응력을 준비할 수 있는 준거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