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질관리 올라갔지만 교육 공간 임대하고, 영양사 채용 부담 "케어코디네이터 활용 비율 10%도 안돼...유인책 절실"
정부는 지난해 1월 일차의료 만성질환 시범사업(이하 만관제)을 본격 시작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에 따르면 시범사업 첫 해 동네의원 1474곳이 총 17만1678명의 환자를 등록했다.
사업 2년째인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8월 현재 추가 참여 동네의원은 58곳에 그쳤고 시범사업 자체가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범사업 초반 개원가의 주요 먹거리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시범사업이 좀처럼 탄력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과연 코로나19에만 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만관제 중에서도 만성질환자의 생활습관을 관리해줄 코디네이터를 채용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중계윌내과 조현호 원장을 직접 만나 만관제의 효과와 한계점 등을 들어볼 수 있었다.
조현호 원장은 지난해 2월 의원이 위치한 건물 4층 한편에 작은 공간을 추가로 임대했다. 지난해 시작된 일차의료 만성질환 시범사업(이하 만관제), 그중에서도 케어코디네이터 모형을 직접 운영해보기 위해서다.
그는 당뇨병, 고혈압 환자의 생활습관을 교육하고 관리할 영양사를 새로 고용했다. 기존 검진 분야 업무를 담당하던 간호사도 만성질환자 교육상담 전담으로 업무를 전환토록 했다. 환자 상담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상담 전용 휴대전화까지 새로 만들었다.
환자 치료 결과는 탁월했다. 조 원장은 케어코디네이터 모형이 만성질환자 관리에 있어서 "너무 좋다"고 평가했다. 전문 인력이 적극적으로 환자 생활습관 개선 교육에 나서니 당화혈색소 등 건강 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환자들이 인터넷, 건강정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얻은 잘못된 정보도 바로잡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조현호 원장은 동네의원에서 간호사나 영양사까지 따로 채용해 만관제에 참여하는 것은 현재로서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수가 수준으로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기도 한 조 원장은 제도의 효과를 스스로 시험해보기 위해 '적자'를 감내하고 영양사까지 추가 고용해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었다. 케어코디네이터 운영은 영양사와 간호사 둘 중 한 명만 있으면 된다.
만관제 시범사업 수가, 케어코디네이터 모형에는 '특히' 비현실적
만관제 하에서 의사는 문진, 신체검사 등을 통해 환자 상태를 평가하고 생활습관 관리 방향 등 포괄적인 계획을 수립한다. 간호사나 영양사는 수립된 계획에 따라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상담, 교육하며 환자를 관리한다. 이는 의사도 할 수 있다. 1년 주기로 이뤄지는 점검 및 평가는 의사가 한다.
시범사업 수가는 ▲포괄평가 및 계획관리료 ▲환자관리료 ▲교육상담료 등 크게 세가지로 나눠진다.
이 중 환자관리료는 다시 2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한 달에 두 번씩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환자의 혈당이나 혈압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확인을 위한 문자메시지 발송이나 전화 기록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환자의 응답이 반드시 뒤따라야 수가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했을 때 수가는 분기당 2만8810원.
두 번째는 집중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관리료다. 이들에게는 주3일 이상 임상 수치 확인이 필수다. 수가는 분기당 4만5400원으로 책정됐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개원가 입장이다.
환자를 처음 교육하고 상담했을 때 수가는 3만4500원으로 30분 이상 상담을 해야 한다는 시간 제한이 있다. 두 번째 부터는 10분 이상 상담하면 2만41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영양사나 간호사가 생활습관 개선을 위해 상담했을 때 수가는 8900원이다. 의사의 교육상담비는 1만400원이다.
이렇게 했을 때 환자 한 명당 연 24만~34만원이 된다. 의료기관 한 곳당 관리할 수 있는 환자 숫자는 30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300명 모두 관리한다고 했을 때 1년에 최대 1억2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지만 현실적으로는 1억원이 넘는 매출을 발생시키기 불가능, 케어코디네이터 모형을 더더욱 불가능하다는 게 조 원장의 지적이다.
이는 실제 제도 참여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도 도입 8개월 후인 지난해 9월 이후 시범사업 지역 75개 시군구에서 2671개 의원이 선정됐지만 실제 환자를 등록한 의원은 절반 수준인 1393곳이었다. 이들의 평균 환자수는 106명이었다. 환자 1인당 연간 24만~34만원의 수가를 적용해 단순 계산해보면 의원 한 곳당 한 달에 약 212만~300만원의 매출이 추가로 발생했다.
추가로 매출이 발생했지만 케어코디네이터 채용 등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올해는 환자 관리가 여의치 않아 제도가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조현호 원장도 현재 환자는 300명을 등록했지만 실제 관리를 하고 있는 환자는 40명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간호사와 영양사 인건비, 별도의 상담교육 공간 마련에 따른 임대료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적자라는 계산이 자동적으로 나온다.
조 이사는 "제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 중 케어코디네이터 활용비율이 10%도 안된다"라며 "의사가 혼자서 만성질환자의 생활습관까지 관리하는 것은 질적인 측면에서 (케어코디네이터 모형보다) 떨어진다. 환자 만족도, 실제 건강지표 개선 등을 봤을 때 케어코디네이터 제도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원가도 대형병원들처럼 성과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 의료질가산금 처럼 의료 질 개선에 대한 가산이 필요하다. 개원가도 과감히 질을 개선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라며 "그 일환으로 1인 의원도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케어코디네이터를 고용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성질환자 관리에 적합한 시범사업 개편 방향은?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 관리에 적합하지 않은 시범사업 세부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원장은 우선 의사가 환자 상담에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30분, 10분이라는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개원의는 수익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통 한 시간에 40만~50만원은 벌어야 한다"라며 "만성질환자 초회 상담 수가는 30분이상 했을 때 3만5490원이다. 한 시간 동안 환자 2명만 보면 매출은 7만원에 그친다. 10분씩 상담해서 6명을 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참여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시간도 시간을 최소 시간으로 제한해서는 안 되고 평균을 따지도록 해야 한다"라며 "초진 환자에는 10~15분, 재진 환자는 5~7분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케어코디네이터 상담료 문제도 지적했다. 만관제 수가에서 케어 코디네이터가 케어코디네이터가 창출할 수 있는 비용은 환자관리료와 교육상담료다. 10분 이상 상담에 수가는 9000원 수준이다.
이를 위해 중계윌내과 영양사와 간호사는 환자에게 평균 15~20분의 시간을 들여서 교육한다. 환자 정보를 습득하는 데만도 5분 이상 걸린다. 환자와 상담을 끝낸 후에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혈당, 혈압을 체크하고,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의료기관의 요구에도 환자가 기록을 보내주지 않으면 수가는 날아간다.
조 원장은 "정부는 교육상담도 환자와 의사의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환자가 따라오지 않으면 시간을 투자하고도 수가를 받을 수 없다"라며 "환자 입장에서도 의료기관에서 갑자기 혈당 기록을 달라고 하니 협조율이 높지 않다. 그렇다 보니 혈당, 혈압 전송률이 4%에 그친다"라고 말했다.
조 원장의 말처럼 의료기관이 열심히 해도 환자가 중도탈락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환자 본인부담을 면제한다든지, 제도에 적극 참여하는 환자에게 인센티를 주는 등의 방법이 있다.
조 원장은 금연 상담을 예로 들었다. 환자가 12주의 금연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정부는 본인부담금을 환급하고 건강관련 물품까지 지급한다. 이를 착용해 만성질환관리 우수 환자에게도 '인센티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조 원장의 생각이다.
복잡한 행정절차도 걸림돌이다. "잡일이 너무 많아 교육, 상담 일이 한 번에 되지 않을 지경"이라는 게 중계윌내과 케어코디네이터인 김진숙 간호사의 외침이었다.
우선 건강보험공단 건강in 사이트 요양기관정보마당 창과 전자차트 창을 띄워놔야 한다. 환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수차례 입력하는 것은 기본, 포괄평가, 임상검사, 케어플랜으로 나눠져 있는 란에 환자 문진 및 검사 내용을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중계윌내과는 케어코디네이터가 있기에 환자 관리 과정에서 관련 정보 입력 등을 의사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1인 의원이라면 관련 정보를 일일이 입력하기에는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진숙 간호사는 "초진 환자의 경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어도 세 번은 입력해야 한다"라며 "환자 교육 시 동영상 등을 시청해야 하는데 시청 시간까지 모두 측정되고 있어 서버 다운 등 의료기관의 돌발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교육을 하고도 수가는 못 받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 건강검진제도도 안정화 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라며 "만관제는 케어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직군까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정착까지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잘 다듬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특히 케어코디네이터의 인건비 보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