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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전담클리닉' 가보니…동선분리로 환자도 안심

황병우
발행날짜: 2021-01-02 05:45:57

경영보탬보다 환자와 의료진 감염 불안감 감소 역할 기대
의원‧지자체 상황 따라 천차만별…장기적 관점 과제


정부가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 동시 유행에 대비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을 내세웠지만 실제 참여기관은 중소병원54개소, 종합병원 42개소, 보건소 41개소 등 총 169개 요양기관이 설치운영중이다.

그 중 의원급은 지난해 11월 초에는 1개소에 불과했고 12월 기준 19개소까지 늘어났지만 당초 의원급의 활발한 참여를 기대했던 것을 고려하면 아직도 많이 저조한 상황. 그럼에도 조금씩 숫자가 늘어나면서 의원급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안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을 받은 의원을 방문해 어떤 절차로 이뤄지는지와 역할 그리고 한계점을 들어봤다.
메디칼타임즈가 방문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일반환자와 의심환자의 동선이 분리돼있다.

의원이 바라보는 호흡기전담클리닉 “기존 환자도 안심”

메디칼타임즈가 방문한 의원급 호흡기전담클릭닉은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이윤규 총무이사가 지난해 12월 16일 허가를 받는 상쾌한이비인후과의원(화성시)이다. 의원을 방문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의원 입구가 2개로 나눠져 있다는 점.

현재 지침상으로는 무조건 입구를 나눌 필요는 없지만 기존 환자와 코로나19 등 감염병의심 환자가 방문하는 동선을 나누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명단이 공개돼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환자가 의심증세가 있을 시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할 수 있으며, 방문한 의원의 경우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기존 의원 데스크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 빠르게 2차 감염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동선이 설계돼 있었다.
환자가 클리닉에 들어서면 안내문과 대기장소, 키오스크장비를 접하게 된다.

발열 등 의심증세를 가지고 있다는 환자라는 전제하에 입구에 들어가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안내문으로 '음압장치가 가동중인 호흡기 전담 클리닉입니다' 잠시 대기해달라‘라는 문구를 확인 가능했다.

그 옆에는 온도체크 장비와 자동수납이 가능한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었는데 접수와 수납은 물론 증명서까지 발급이 가능해 직원과의 접촉도 최소화 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자가 호흡기안심대기실에 입장해 접수를 했다면 진료실에서는 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반대편 의원 내부와 연결된 또 다른 문이 위치해 진료를 보던 의료진은 보호구탈의실에서 거쳐 별도의 진료실로 이동해 환자를 만나게 된다.

진료실의 경우 일반적인 진료실과 크게 차이가 없었으며, 4대보호구를 착용한 채 필요한 경우 신속항원검사 등의 추가적인 조치를 실시한다.
미리 예약하지 않은 환자가 의심증상이 잇을경우 바로 의원과 연결된 통로로 이동하게된다.

이후 진료가 끝난 뒤 의료진은 보호구 탈의실에서 모든 보호구를 벗어 의료폐기물함에 넣고 다른 보호구를 착용한 채 일반진료로 복귀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눈여겨볼 점은 호흡기전담클리닉 내부에는 모두 음압장치가 돼있다는 점. 하지만 보호구 탈의실은 환자가 코로나19 확진일 경우를 대비해 다른 방보다 음압이 더 낮게 설정돼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호흡기전담클리닉 시작 이후 유의미한 효과는 있을까? 아직 초창기인 만큼 호흡기전담클리닉에 실제 환자 발걸음은 적은편이지만 기존 환자들은 최초에는 불안감을 표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안심하는 반응이라는 게 윤 이사의 설명이다.

윤 이사는 “단골환자들이 실제로 코로나 환자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며 “지금은 오히려 의심환자가 시작부터 다른 공간에서 진료를 받기 때문에 더 안심하고 진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코로나19가 시작되고 지역사회 주민들이 불안감으로 가벼운 감기나 비염에도 의원을 찾지 못했었다”며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조금이라도 환자가 편하게 진료를 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클리닉내 모든 시설은 음압시설이 설치돼 있다.

의원급엔 여전히 높은 초기 장벽…장기적 역할도 과제

호흡기전담클리닉의 장점이 있다면 반대로 한계점 또한 있다는 게 윤 이사의 지적.

윤 이사는 가장 먼저 의원들이 맞닥뜨리는 벽은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세팅하는데 비용‧장소 등의 애로사항이 크다고 언급했다.
진료는 일반적인 진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령 현재 윤 이사가 운영하는 의원은 분양을 받아서 개원한 곳으로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는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지만 일반적으로 임대형식의 개원이 많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는 “보통 리모델링에 앞서 건물주의 허가를 받거나 다른 공간의 입주자들도 신경써야하는 어려움이 제일 먼저 있을 것”이라며 “그 단계를 넘어도 일정수준의 공간이 필요한 만큼 제약이 있다면 동선을 분리하는 것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윤 이사 호흡기전담클리닉의 핵심 시설 중 하나인 음압시설의 설치 단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건소 등에 설치를 했다고 하는 제일 큰 업체를 선택했음에도 의료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의사입장에서 감염 위험요소 보여서 수정을 거듭했다”며 “읍압시설에 대한 나라가 만든 가이드라인이 없고 여러 회사가 난립하다보니 기존 계획보다 2주가 더 걸렸다”고 전했다.
천장형 읍압설비와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서.

이 과정에서 윤 이사는 복지부 지원금 1억원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해 개인비용을 추가로 소모하는 경험을 겪었다.

이밖에도 국가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각 지자체로 전달되 보건소의 확인 후 허가를 받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지자체별 지침에 따라 허가가 나지 않는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데 따른 어려움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윤 이사는 의원급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장기적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 이사는 “신종플루, 메르스도 다겪어 봤지만 감염병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 같고 또 몇년 내로 유사한 바이러스가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이라며 “선제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시설이 돼 있다면 초반에 환자 확산을 막고 의료진도 보호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하서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설치 된 후 1~2년의 과정이 지나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호흡기전담클리닉에 필수적인 음압설비의 필터 등 클리닉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끝으로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잠깐 보여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비용이나 활용 방안에 대해 정부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비인후과의사회 윤영규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