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미안해 챌린지가 야속하다."
16개월 영아가 양부모에게 학대받아 숨진 일명 '정인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된 '챌린지'를 바라본 어느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말이다.
정인이 사건은 '아동학대 신고' 제도 개선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인이의 찢어진 상처와 구내염을 구분하지 못하고, 가해자가 유리하도록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불똥이 튀었다.
제 때 신고하지 못한 의사라는 이유로 해당의사의 신상이 털렸다. 해당지역 맘카페에서는 소아과 의원의 실명이 공유되며 비난이 이어졌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현장에서 신고가 힘든 이유가 있다며 무턱대고 하는 비난은 거둬 달라는 목소리를 조심스럽게 내고 있다.
학대 당한 아이의 진료를 본 후 전후사정을 파악하고, 신고를 하고, 진단서 작성하는 등 일련의 과정은 물흐르듯이 쉽사리 진행되지 않는다.
학대 가해자이면서 보호자이기도 한 부모의 부정을 뛰어넘을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 하고, 때때로는 협박 위협도 이겨내야 한다. 법적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단순한 의심만으로 신고하기에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는 여기서,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못한 의사를 비난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아동학대 신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의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쪽으로 관심을 발산해야 한다.
의사 등 현장 전문가의 신고부터 행정적 위탁절차, 신고자 보호조치까지 연계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인이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분노는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으로 이어졌다. 사흘사이 아동학대 방지 관련 법안 11개를 쏟아냈다.
국회는 국민을 대신한다. 내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이 어떤 내용의 법안을 냈는지,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법안인지, 단순히 인기영합주의용 법안은 아닌지 감시해야 한다.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데서 손을 놓으면 안된다.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뒤에는 한 문장이 더 붙는다. '우리가 바꿀게'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