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임현택 회장 "사실관계 파악 이전까지는 비난 조심해야" 아동학대 신고 의무 있지만 민사 소송 등 의료진 보호절차도 필요
양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던 정인 양 사망 사건이 의료계에서도 강도 높은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한 소아청소년과 개원의가 국민청원 대상으로 거론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OO소아과 의원에서 정인이에게 허위 진단서를 내린 의사의 의사 면허를 박탈해달라'는 청원글이 게시됐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아동학대 방치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과정에서 시작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양부모가 정인 양을 데리고 청원에서 언급된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찾았으나 담당 의사가 구내염이라는 진단을 내리면서 당시 아동학대는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난 상태였다. 이같은 문제를 지적한 청원 동의는 5일 기준 2만건을 훌쩍 넘긴 상황이다.
청원글에서는 "(구내염이라고 진단을 내린 의사는)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 의무가 있지만 이를 행하지 않았음은 물론 소아과 전문의로서 찢어진 상처와 구내염을 구분하지 못함이 의사로서 능력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의료행위를 통해 정인이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를 진단하고 발급해야 하는 진단서를 무책임하게 발급할 시 환자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며 "미필적 고의가 있기에 공범으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 국가에서 내준 면허증을 국가에서 박탈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현재 정인이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세 번 연속 구내염 진단을 내린 해당 소청과 의사의 신상이 온라인상에 공개되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상황이다.
"미필적 고의, 사실관계 확인전까지는 비난 조심해야"
여기서 문제는, 의사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대상으로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이에 대해 일선 개원의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아동학대에 신고의무를 가지고 있지만, 의료진에게도 현실적인 법적권한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의심 신고부터 경찰의 조사, 분리 위탁절차, 신고 이후 의료진의 보호조치까지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다는 것.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사실 관계도 확인이 안된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사실 관계 파악이전까지는 비난은 조심해야한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 A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아동학대에 신고의무를 가지고 있으나, 소아 환자를 마주하는 과정에서 의심이 된다고 무조건적으로 신고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혹시라도 아동학대의 사례가 아닐 경우, 민사 등 소송을 걱정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의료진의 보호절차도 마련해야 하는 이유"라고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단순 이슈로 그쳐서는 안 된다. 문제가 된 의료진의 경우도 무작정 비난보다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아동학대 관리방안에는 사회 시스템이 뒷받침되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현장 전문가(의료진)의 신고부터 행정적 위탁절차, 의료진의 보호조치까지도 일사천리로 연결되는 체계를 마련해야 재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정인 양 아동학대 사건은, 세 차례의 학대 의심 신고에도 양부모와 분리되지 못한 채 생후 16개월 만인 작년 10월 13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