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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거리로 내몰고 병상 띄우면 코로나 잡히나"

발행날짜: 2021-01-05 12:10:02

복지부 정신병동 입원실 병상기준 입법예고안에 반대여론 거세
입법예고 게시물에 반대 댓글 2천여개…신경정신의학회도 우려

복지부가 5일, 오늘까지 입법예고한 정신건강증진법 시행규칙(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두고 반발이 거세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취약한 정신병동 내 입원실 병상기준과 시설기준을 개선하는 부분.

특히 입원실 면적을 기존 1인실 6.3㎡→10㎡, 다인실 4.3㎡→6.3㎡로 확장하고 입원실 병상 수를 기존 10병상→6병상으로 줄여야한다. 또 병상 간 이격거리를 1.5m이상 유지해야하고 300병상이상의 정신병원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격리병상을 둬야한다.

다시말해 병원의 면적과 환자 수는 이미 정해져 있다보니 환자간 거리두기를 위해 일부 환자의 퇴원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한 것.

정신병동에 입원실 병상 간격 등 시설 기준변경 입법예고안에 반대가 거세다.
복지부는 감염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의료현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복지부 홈페이지에 해당 입법예고 게시물에는 5일 기준, 2381개의 댓글이 달렸다.

국모 씨는 "갑자기 병원 시설을 늘리거나 환자를 내쫒는 것은 불가은하다"고 호소했으며 박모 씨는 "현장을 둘러보고 정책결정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배모 씨 또한 "감염병 관리 강화를 위한 목적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충분한 공간의 병원 면적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정만 바뀐다면 많은 병원의 병상이 갑자기 줄어들어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 중 일부는 치료를 받지 못해 쫒겨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모 씨도 "걸어다니는 환자를 거리를 내몰고 병상 간격만 벌려 놓으면 뭐하느냐"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정치에 반대한다"고 했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 여론의 상당수는 병상 간격 확보조치의 부작용으로 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자의 퇴원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입법예고안이 정신질환 진료체계에 엄청난 혼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일반 병원의 경우 입원실 면적 기준 1인당 4.3㎡, 병상 간 이격거리 1m 수준의 시설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 기준도 메르스 이후 강화된 기준이라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에 정신의료기관 시설기준을 이보다 높은 병상 면적기준인 1인당 6.3㎡, 이격거리 1.5m로 정한 것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급격한 시설 규정의 적용에 따라 2년내로 의원급의 입원병실은 폐업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며 "150병상의 중소규모 입원시설은 병상 수의 40%-50% 정도, 대형정신병원도 병상 수의 40%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밖에도 4가지 부작용을 우려했다. 먼저 현재도 불안정한 정신응급의료시스템이 붕괴하고, 정신재활 시스템이 없는 급속한 탈수용화는 지역사회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더불어 급속한 병실 축소로 인한 정신병원 근무 의료인력의 대량 실직사태는 물론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련환경까지 무너질 것이라고 봤다.

신경정신의학회는 "5일까지 입법예고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의 시행과 관련해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공유할 것"이라며 "복지부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원점에서 재논의 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