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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노리는 리아백스…의학자들 임상 불신은 여전

발행날짜: 2021-01-16 05:45:59

삼성제약, 희망적 3상 결과 공개에 환자와 주주들 기대 만발
항암 전문가들은 문제 제기 "3상 임상결과라기엔 한계 있어"

조건부 허가에 따른 임상 결과를 내지 못해 고배를 마셨던 삼성제약의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주'가 마침내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로 인해 3상 결과에 고무된 암 환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주가도 널뛰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의학자들은 삼성제약이 내놓은 3상 결과에 물음표를 던지며 임상 설계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제약은 최근 공시를 통해 세브란스병원 등 16개 병원에서 진행한 리아벡스주의 3상 임상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제약은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GV1001)'의 3상 임상시험 결과보고서(CSR)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리아백스주는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상 임상 시험을 조건으로 허가 받았던 국내 개발 21호 신약이다.

인간 텔로머라제에서 유래한 1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peptide)로 체내의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전의 신개념의 췌장암 면역 항암제로 주목을 받았다.

기존 치료제와 병용 투여 시 바이오마커인 이오탁신(eotaxin)이 높은 췌장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시켜 주는 것으로 기대를 모은 것. 하지만 해외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식약처가 제시한 조건부 허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실망을 안겼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삼성제약은 2015년 1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총 148명(시험군 75명, 대조군 73명)의 국소 진행성 및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를 포함한 전국 16개 병원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추가로 입증하기 위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해왔다.

지난 5년 동안 이어진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것인데, 안전성 평가 결과 리아백스가 췌장암 환자에게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약제로 판단됐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리아벡스주의 유효성 분석 결과 전체 생존기간에 대한 중앙값은 시험군에서 442일, 대조군에서 374일로 시험군에서 더 길었다.

삼성제약 측은 "전체 생존기간에 대한 두 군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나 이를 보정하기 위해 'Copula 방법'을 적용한 분석을 실시했다"며 "생존기간에 대한 중앙값은 시험군에서 339일, 대조군에서 225.5일로 시험군에서 더 길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제약은 기존 췌장암 일차 표준 항암치료보다 리아벡스주를 추가로 투여할 경우 생존 기간이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다고 결론지었다.

삼성제약 측은 "기존의 췌장암 치료제인 젬시타빈(Gemcitabine)과 카페시타빈(Capecitabine)을 병용투여한 대조군과 리아백스주를 추가 투여한 시험군을 비교했을 때 안전성 측면에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며 "이번에 도출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정식 허가 신청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료현장 전문가들 임상 결과 의구심 "3상 임상 석연찮다"

이를 접한 의료 현장에서는 3상 임상시험 디자인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며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리아백스주는 바이오마커인 이오탁신 농도(81.02 pg/mL)가 초과인 췌장암을 대상으로 허가된 만큼 3상 임상시험도 이오탁신 수치를 기준으로 환자를 등록해야 하는데 삼성제약이 공개한 결과만을 가지고서는 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혈청 이오탁신 검사는 아직 허가되지 않아 국내 병원 처방이 불가능한 점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리아벡스주의 3상 임상결과를 두고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도 "리아백스주는 혈청 이오탁신 농도가 81.02pg/mL 초과인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치료제로 사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영국에서 약 1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뒤 후향적으로 효과를 증명하겠다고 해서 식약처가 조건부 허가를 내준 것"이라며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리아벡스주가 조건부 허가된 대로 혈청 이오타신 농도가 높은 사람 사람만을 대상으로 임상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검사가 허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더구나 이미 해외에서 큰 소득을 얻지 못한 연구를 다시 증명하겠다고 한 것인데 환자수가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시험군과 대조군이 약 70여명인데 이것을 과연 3상 임상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계적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통계기법으로 'Copula 방법'을 활용한 것도 의문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항암제 임상시험 시에는 카플란마이어 생존분석(Kaplan-meier survival curve)과 로그순위법(Log-rank test)을 활용하는데, 리아벡스주는 3상 임상시험에서는 자주 활용하지 않은 생소한 통계 기법을 활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

대한암학회 임원인 서울의 A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임상시험이란 특정한 통계기법으로 해당 약제가 확실한 우월성이 있다고 판단, 성공을 규정하고 시작한다"며 "그런데 리아벡스주처럼 통계적으로 시험군과 대조군의 유효성을 보정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첨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결과를 받아들여주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췌장암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은 암 종의 하나라 일반적인 통계분석 비교를 할 때처럼 '월'이 아닌 '일'로 생존기간을 판단할 수 있다"며 "결국 식약처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일이겠지만 추가적으로 관련 학회에서 심사하는 논문을 통해 임상 과정을 공개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제약은 지난해 12월 기준 주가가 3865원에서 지난 15일 기준으로 9450원으로 큰 폭의 상승곡선을 그린 바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리아백스의 3상 임상시험 결과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