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으로 피 만들고, 바디로션으로 화상 크림 대체 열악한 환경 환자 진료 연습은 '줌'으로…"실습 환경은 마련해줘야 하지않나" 불만
#. 채혈 연습에 쓸 피가 전혀 없어 물감으로 피를 만들었다. 주사 놓기 실습을 위해 쓰는 모형을 다수의 학생들이 쓰다 보니 혈관 찾아 찌르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주사약을 주사기에 담으려 약병을 거꾸로 세웠더니 (들어있던 액체가) 그대로 쏟아졌다.
#. 척추 천자 술기 세트가 고장 나 기존 세트에 생리식염수백과 수액관, 척수 세트, 테이프를 활용해 뇌척수액과 척추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의사국시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의대생들이 SNS 등을 통해 전하는 실기시험공부 현장이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생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실기시험을 앞두고 국시 준비에 매진하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실기시험을 거부한 의대생 2700여명에 대해 실기시험을 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지난 7~8일 필기시험을 친 후 당장 23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실기시험을 쳐야 한다.
의사국시 실기시험은 응시자가 정해진 시험 시작 및 종료 신호에 따라 12개의 방을 이동하면서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험은 23일부터 2월 18일까지 하루에 4번으로 나눠져 치러지며 1일, 응시 인원은 총 144명이다.
의대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통상 실기시험 준비를 위해서는 시험 직전 3주~5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조를 짜서 단순수기평가(OSCE, 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환자진료평가(CPX, 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 연습을 반복한다.
실기시험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동안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여름 이뤄진 투쟁 기간 실기시험 공부를 실제로 해 본 학생도 있긴 하지만 상당수는 주어진 2주 안에 실기시험 연습을 처음 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OSCE 공부를 위한 의대 환경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것. OSCE는 다양한 장비 및 내용인 환자 모형에 상처 꿰매기, 주사 놓기, 붕대 감기 등 32개 주제를 직접 해보고 숙지해야 한다.
충청지역 A의대 본과 4학년 학생은 개인 SNS를 통해 "좁은 공간도 공간이지만 코로나19로 방역에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에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실습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루에 한 시간 반만 연습할 수 있다"라고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화상 드레싱 연습 시 실마진연고 대신 바디로션을 써야 하는 상황에 화가 났다"라며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적어도 연습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B의대 본과 4학년 학생도 "약 80명이 학생이 6명 또는 8명이 조를 짜서 하루 종일 실습을 하도록 일정을 짰다"면서도 "2주라는 시간 동안 단 하루만 연습할 수 있는 상황이라서 그냥 한 번 해본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모의 환자를 두고 진료 연습을 하는 것도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쉽지 않다.
서울 C의대 본과 4학년 학생은 "보통 CPX는 동료끼리 역할을 나눠서 연습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화상회의 시스템인 줌(zoom)으로 연습을 하고 있다"라며 "CPX는 환자와 대화가 중요하긴 하지만 신체진찰까지 해야 하는데 이 부분 연습을 전혀 할 수 없는 게 아쉽다"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의대생이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만큼 이 환경이 실기시험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B의대 학생은 "실기시험 준비 과정에서 공간과 기자재 부족이 가장 문제"라며 "전국 의대생들이 똑같이 시험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시험 결과도 상대평가가 아니라 통과(pass) 여부만 판단하니 나만 잘하면 되는 문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