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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 단상…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21-01-25 05:45:55

강윤희 전 식약처 심사위원

필자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세계 제2차 세계대전 시리즈를 보았다. 이를 보며 참 놀란 것이 전쟁에서의 실패가 어떤 전력의 차이에 기인하는 경우보다, 상당 원인이 부하나 동료의 경고를 무시했을 때 발생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진주만 폭격도 부하의 경고를 무시해서 발생했고, 반대로 미드웨이 해전은 경고를 경청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년간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뤘고, 지금도 치루고 있다. 물론 이 전쟁이 다 끝나고 나서 전반적인 평가를 해야겠지만, 이미 드러난 뼈아픈 실책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같은 실책을 반복하지 않게 될 것이다.

가장 큰 실책은 초기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해외로부터의 입국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필자는 1년 전에 "방역 골든타임 놓친 정부…호미 대신 가래든 셈"이라는 칼럼을 썼었다(2020년 2월10일자 칼럼). 필자가 당시 정부에 요청한 것은 위험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금지, 내국인은 입국시 2주간 자가격리였다. 초기 격리에 실패할 때 결국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질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종식까지 많은 시간, 인력, 비용의 낭비를 초래하게 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을 경고했었다. 단지 필자 개인의 의견이었으랴. 대한의사협회,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 집단이 한 목소리로 외부로부터의 차단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

사실 질병관리본부장의 첫 국내 브리핑에서도 의료전문가인 본부장은 입국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었다. 그런데 다음날 정부는 아직 입국금지에 대한 결정을 하지 못했으며 논의 중이라는 발표를 했다. 그 때 느낌이 참으로 쎄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 때 질병관리본부장이 좀 더 강력하게 입국금지를 요청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그 위치는 방역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나 보다. 결국 정부는 전문가 집단의 반복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타격을 이유로 입국금지를 적극적으로 취하지 않았다. 방역과 경제 둘 다 잡을 수 있다고 자만한 탓이었으리라.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했을 때 그 뒤 어떻게 됐는가? 누군가 이런 매우 적절한 표현을 했다. 창문을 열어 놓고 모기를 잡고 있다고! 물론 전기모기채가 모기를 잡는 방식에 대전환을 가져왔듯이, 국내 방역 자체는 메르스 사태 이후 많이 발전했다. 진단키트가 굉장히 빨리 개발됐고, 확진자에 대한 역학 조사로 전파위험자들을 조기에 격리하는 시스템은 매우 유효한 듯 보였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모기와 달리 무증상 전파가 가능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점점 지역사회로 퍼져갔고, 이로 인해 역학적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확진자들이 점차 증가했다.

정부는 1차 대구발, 2차 이태원발 대유행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해외로부터의 입국자 관리를 강화했는데, 이 때는 이미 지역사회로 퍼진 상태라 그 효과가 강력할 수 없었다. 즉, 우리나라는 대만, 뉴질랜드와 같이 초기에 강력하게 입국 금지를 취한 나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넌 상태였다.

대만, 뉴질랜드가 우리나라보다 잘한 것이 뭐가 있겠는가? 초기 해외로부터의 차단을 확실하게 한 것 한가지뿐이다. 덕분에 이 둘 나라에서의 확진자는 대부분 해외 유입환자들이다. 외부로부터의 차단을 확실하게 할 때 그들도 비록 마스크를 쓰고 조심해야 했지만, 학교도 식당도 야구장도 정상적으로 열 수 있었고,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미국, 유럽보다는 낫지 않은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의 나라는 메르스를 겪지않았고, 신종플루를 잘 극복한 경험 탓인지 초기 경계에서부터 실패했다. 우리나라가 메르스 초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경계에서 실패했을 때 참혹한 결과가 초래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메르스를 겪어서 초기 경계에는 매우 예민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소리를 무시해 적극적인 조치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더 유감인 것이다.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너무 많이 했고, 앞으로도 해야 되기 때문에.

정부는 경제적인 타격을 이유로 초기 입국금지를 강력하게 취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경제는 지킨 걸까? 지켰다고 해도 그게 잃지 않았어도 될 생명과 전국민의 1년 이상의 심한 고생과 맞바꿀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이었을까? 필자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필자가 존경하는 영국의 경제학자 존 러스킨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유일한 부는 생명이고, 이 부를 얻기 위한 선결 조건은 정직과 애정이다' 사람의 생명에 유일한 가치를 두고 초기 해외로부터의 차단을 확실하게 했다면, 생명도 지키고, 교육도 지키고, 경제도 더 잘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코로나는 언젠가 종식되겠지만 이런 판데믹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 그 때는 부디 좀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