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입법 공백, 수술가능 병원 고지 '환자유인 행위' 문제 임신중절술 가능한 병원명 정보제공 두고 개원의들 '반대' 입장
결국 낙태죄는 폐지됐지만 인공임신중절수술과 관련한 개정법 논의가 늦어지면서, 입법 공백에 따른 진료 혼선에 대한 우려가 새어나오고 있다.
22일 산과 개원가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수술의 경우, 통상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행위와 달리 의료인의 윤리적인 입장도 보장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쟁점은 의사의 인공임신중절수술 거부권. 일부 의사들은 중절수술을 거부했을 때, 진료거부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
지방소재 K산부인과 개원의는 "내규상 인공임신중절을 하지 않았는데, 상담 이후 환자를 돌려보낼 때 진료거부로 인해 오히려 신고 당할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 A산부인과 개원의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은 현재 하지 않는 클리닉도 많다. 개인의 소신이나 종교적 신념때문에 안 하는 병원들도 태반"이라면서 "낙태죄 폐지 여부에 상관없이 진료 의사의 판단은 존중을 받아야지 않겠나. 문제는 국민들 정서가 어떠냐는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초음파를 보고 임신이 확인됐는데 원치 않으면 중절술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의료진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며 "의료진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냥 참겠나. 전부 민원을 넣는다. 결국 재판에 가는 등 굉장히 복잡한 일에 얽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인공임신중절수술의 거부와 관련해, 작년 12월 양금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에서도 논란이 야기된다.
당시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의료인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별다른 사유가 없더라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보건복지부장관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을 조사해 고시할 수 있도록 제안하면서 '임신한 여성들의 자기결정권 실현에 지장이 없도록 하자'는게 개정안의 취지였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은 태아 및 임신여성의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행위와 달리 윤리적인 입장이 함께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의료인의 자기결정권 역시 여성의 권리와 함께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을 조사해 고지하는 부분이다. 이를 조사해 정보제공 목적으로 고지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
무엇보다 환자의 편의만 고려했을 뿐, 의료법상 '환자유인행위 금지'라는 측면에 저촉될 여지가 상당하다는 의견이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중절술이 가능한 병원들을 고지하는 경우도 시민단체나 여성단체, 종교단체와 얽힌 문제들을 풀어야 가능할 수 있다. 일부 산부인과는 낙태한다는 이유만으로 병원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결국엔 수술하는 병원, 안 하는 병원 갈라치기하는 조치"라면서 "전문가들과 어떠한 논의도 없이 여러 법안들을 만들어 내기 전에,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분위기는 지양해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낙태죄 조항(형법 269조 1항 약물 등에 의한 자기낙태죄, 270조 1항 의사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작년 12월31일까지 대체 입법 마련을 주문했지만 국회 개정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