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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임상 다른 결론…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미스터리

발행날짜: 2021-02-02 05:45:57

식약처 자문단은 65세 이상 투약과 표준 용량 처방 권고
독일 등 65세 미만으로 제한…"해석 가중치 따라 결론 변동"

"65세 미만에만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 -독일 예방접종위원회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체 대상자에서 예방효과가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 자문단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두고 엇갈린 의견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독일 등의 경우 65세 미만에만 접종을 권고한 반면 식약처 자문단은 65세 이상에도 투약이 유효하다고 봤다.

연령 기준뿐만이 아니다. 적절한 투약 용량에서도 식약처 자문단은 효과가 더 좋았던 저용량보다는 표준용량(고용량)을 권고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1일 식약처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아스트라제네카코비드-19 백신주'의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제출된 임상시험자료는 영국 2건(1/2상, 2/3상), 브라질 1건(3상) 및 남아프리카공화국 1건(1/2상) 등 총 4건으로, 효과성 평가는 영국(2/3상)과 브라질(3상)에서 수행된 2건, 안전성 평가는 4건의 임상시험 결과를 통합해 분석했다.

자문단 결론의 핵심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접종 권고 및 표준용량 권고로 요약된다.

1일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검증 자문단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앞서 결론을 내린 독일 예방접종위원회는 65세 미만 접종을 권고(18~64세 권장)했다. 독일이 참고한 임상도 위와 같다.

엇갈린 해석은 한정된 정보의 가중치 부여에서 비롯된다. 12월 8일 국제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아스트라제네카 4개국 임상 결과를 보면 두 차례 진행된 영국 임상은 각각 18~55세를 대상으로 했다. 브라질 임상은 18세 이상을, 남아공 임상은 18~65세를 대상으로 했다.

4개 임상을 하나로 통합해 분석했지만 임상 설계 자체는 제각각이다. 남아공 임상은 이중 맹검(투약자/연구자 모두 위약, 백신군을 모름)으로, 나머지는 단일 맹검(연구자는 위약/백신군 사전 인지)으로 진행됐고, 영국 임상 1건은 시험 도중 저용량과 고용량이 섞인 채 진행됐다.

사실상 4개 임상이 변인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완전한 까닭에 태생부터 해석하는 사람들의 가중치 부여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독일이 65세 미만에 접종을 권고한 이유도 비슷하다. 65세 이상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감염학회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65세 이상에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 유효성을 확인할 데이터가 충분치 않으므로 이에 대한 결론 내리기를 보류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며 "과학적인 접근을 할 때는 독일의 사례가 적합하지만 방역에는 과학 부분과 정치적인 역학도 함께 작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6일 소아감염병학회지(Journal of the Pediatric Infectious Diseases Society)도 코로나19 감염과 관련 소아와 청소년에 대한 단일클론 항체치료제 사용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반대의 근거 역시 소아에 대한 적절한 임상 데이터가 적다는 것. 학회는 "소아와 청소년의 코로나19 발병 과정은 일반적으로 경미하고 고위험군에 대한 확실한 증거도 없다"며 "소아와 청소년에 적용한 단일클론 항체 치료제의 효과, 안전성 증거도 없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성인에서는 항체 치료제의 이점에 대한 제한된 증거가 있고 투약 반응 등 잠재적 위험에 대한 증거가 있지만 소아, 청소년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식약처 자문단은 ▲임상시험계획이 만 18세 이상 대상자에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하도록 설계된 점 ▲만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체 대상자에서 예방효과가 확인된 점 ▲백신 투여 후 면역반응이 성인과 유사한 점 ▲안전성 프로파일이 양호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65세 이상 투약을 권고했다.

65세 이상에 대한 자료가 불충분하지만 안전성 프로파일이 양호한 이상 굳이 65세 이상을 제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 임상에서 저용량이 보다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일반적으로 고용량이 효과적이라는 상식을 깼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AZD1222 백신 2/3상 결과는 보면 저용량 도즈를 맞은 2741명에서 예방률은 90%, 풀 도즈를 맞은 8895명에서 62%의 예방 효과가 관찰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두 연구를 합쳐 1만 1636명을 대상으로 평균 효능이 70%라고 주장했다.

식약처 자문단은 저용량 투약군보다 표준(고용량) 투약군이 더 많다는 점에서 표준 투약군 신뢰성에 무게를 실어줬다.

자문단은 "임상시험에서 계획된 투여용량이 표준용량이었고 저용량군과 표준용량군에서 1차 투여 시 예방효과는 표준용량군이 더 높았다"며 "저용량군과 표준용량군 간에 투여간격·대상자연령 등이 달라 예방효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점과 저용량군 대상자수가 적어 군간 비교가 제한적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4건의 임상은 표준화되지 않았고 데이터도 불충분하기 때문에 가중치 부여에 따라 해석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며 "미국 FDA는 데이터 불충분을 이유로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진행되는 임상은 65세 이상을 포함하고 있고 조만간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서 결론을 내려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 식약처가 너무 성급한 것 같다"며 "자문단이 미국 임상 중간 분석자료를 향후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를 권고한 것은 앞뒤가 바뀐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데이터가 없을 때는 성급히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보류하는 것이 가장 과학적인 접근법"이라며 "현재로서는 (승인을 보류한) 미국의 결정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