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취임 이후 조직의 전문화, 고도화를 내세웠다. 그 일환으로 의사, 약사, 변호사 등의 전문 인력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적극 채용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건보공단은 의‧약사를 포함한 개방형 직위 및 전문인력 37명 공개모집 절차에 들어갔다.
여기에는 지난해 채용됐다가 3개월 만에 그만둔 빅데이터센터장 자리도 포함됐다. 직급은 같은 2급이지만 센터장에서 부장으로 명칭은 바뀌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60명, 하반기에는 39명의 전문 인력 채용에 나섰다. 결과는 목표 미달.
있던 인력마저 빠져나가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의사 출신 빅데이터센터장도 채용 3개월 만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약가관리실에 근무하던 약사도 3명이나 비슷한 시기에 그만뒀다. 건보공단 약사 정원은 35명이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보공단 산하 6개 지역본부에 설치된 건강지원센터장(2급)으로 근무하는 의사도 3일 현재 서울과 부산에 총 두 명뿐이다. 나머지 지역은 건보공단 직원이 겸직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전문직 채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채용이 쉽지 않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문직의 관심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는 '급여'가 꼽힌다. 건강지원센터장을 예로 들면 경력에 따라 지난해 기준 8000만원 안팎에서 연봉이 결정된다. 건보공단은 의사 면허증 취득 후 의료기관, 대학이상 교육기관, 전문연구기관, 보건의료분야 등 5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의약사 채용시장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임에는 분명한 상황. 건보공단 입장에서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개선책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성을 반영한다고 해도 다른 직원과의 급여 수준, 타 준정부기관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계가 분명한 부분이다.
준정부기관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도 기피 이유로 등장하고 있다.
실제 건보공단 관계자도 "의사는 관리자 위치로 채용되는데 외부에서 오는 만큼 바라보는 조직원의 시선도 마냥 곱지만은 않다"라며 "이를 극복하고 관련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경직된 조직에서 융화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급여야 정부 산하 기관이니 한계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조직에서 새로운 전문직을 관리자 또는 동료로 받아들일 때 내부 분위기는 어떤지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다.
건보공단이 내건 채용 내용을 봤을 때 은퇴 의사를 활용한다기보다는 경제활동을 활발히 해야 하는 나이대의 의약사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급여 문제 해결이 어렵다면 조직사회에서 일을 하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관리자 입장으로 들어온 '젊은' 전문가 직군이 조직에서 얼마나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 현 조직이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온 이방인이 얼마나 잘 융화할 수 있을지, 현 조직이 폐쇄적이지는 않은지라는 측면에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