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안명주 교수 주도 면역항암제 평가 연구 비공개 방침 유사 연구 진행한 심평원 비교돼…의료현장선 결과 궁금증 증폭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급여로 등재된 면역항암제의 사후평가를 진행하고도 그 결과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같은 주제로 연구용역을 진행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결과를 공개한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 이로 인해 의료계에서는 건보공단이 연구용역 결과를 비공개한 방침을 두고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건보공단은 약 2억 5천만원을 예산을 투입해 약 1년 가까이 진행한 '면역항암제의 등재 후 실제 임상자료에 근거한 사후평가' 연구를 마무리했지만 최종적으로 비공개로 방침을 정했다.
해당 연구는 항암요법연구회 폐암분과위원장인 삼성서울병원 안명주 교수(혈액종양내과)가 맡아 수행해온 것.
이 연구는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옵디보(니볼루맙) 등 건강보험으로 적용된 면역항암제의 실제 국내 의료현장에서의 치료효과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비용효과성을 평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급여 적용 후 국내의 실제 임상자료를 분석한 후 이를 토대로 주요 면역항암제의 치료효과 및 비용효과성을 재평가해 사후관리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향후 건강보험 재정의 모니터링에 따른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러한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건보공단에 앞서 같은 복지부 산하기관인 심평원이 유사한 연구를 진행했다는 것.
실제로 건보공단이 연구를 시작한 2019년 11월보다 앞서 심평원은 2018년부터 '면역관문억제제 사후평가 연구'를 시작해 그 결과를 2019년 중순에 발표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연구를 맡은 수행기관 역시 '대한항암요법연구회'로, 심평원의 연구는 조직의 회장인 서울성모병원의 강진형 교수 주도로 진행됐다.
선행된 심평원의 연구와 차이점이 있다면 강진형 교수 주도의 연구결과는 전면 공개됐지만, 안명주 교수 주도로 건보공단이 진행한 연구는 비공개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건보공단 연구를 책임졌던 삼성서울병원 안명주 교수는 "건보공단의 연구 자체가 비공개하기로 사전에서부터 합의한 뒤 진행했다"며 "해당 연구는 앞으로도 공개될 일이 없을 것이다. 연구 계약에서부터 비공개 방침이 정해진 터라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언급을 자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의학계에서는 건보공단이 연구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 면역항암제를 사후 평가했더니 너무 긍정적으로 나와 1차 치료제로의 급여 확대 등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강진형 교수 주도로 심평원이 진행한 연구보다 안명주 교수가 진행한 건보공단의 연구가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결과를 둘러싼 관심은 더 집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참고로 심평원의 연구는 청구 상위 20개 의료기관에서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한 진행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18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발표에 따르면, 키트루다와 옵디보의 반응률(ORR)은 각각 35.98%와 31.01%로 두 치료군간의 통계적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연구는 모집대상도 많을뿐더러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돼 심평원 연구보다 면역항암제 효과를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높아졌던 것이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종양내과 교수는 "면역항암제 사후평가를 주제로 한 심평원의 연구는 공개됐는데 건보공단은 같은 주제인 연구를 비공개로 전환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일각에서는 사후평가에서 주요 면역항암제들의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온 것이 계기가 됐다는 의견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면역항암제 사후평가 연구에 특정 제약사의 약제가 포함돼 있는 만큼 시장경제 원칙을 바탕으로 비공개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면역항암제 사후평가 연구뿐만 아니라 다른 비슷한 이유가 있는 다른 연구결과들도 비공개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입장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9조 1항 7호)에 의거, 특정 약제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이 수록돼 있는 등 비공개 사안이 다수 포함돼 연구 결과를 비공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