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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잡음 대전협...이번에는 '재정' 문제 수면 위로

박양명
발행날짜: 2021-02-15 05:45:50

한림대 전공의들, 회비 사용 내역 및 통장사본 공개 공식 질의
대전협, 설 연휴 직후 이사회 열고 정총 시기 논의

투쟁 이후 의료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젊은의사'.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지만 지난해 여름 이후 내부에서는 잡음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새롭게 탄생한 대전협 24기 집행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좀처럼 사그라 들지 않고 밖으로까지 새어 나오고 있는 것.

이번에는 재정 문제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조직의 한 해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정기대의원총회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현 집행부의 재정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나오고 있다.

자료사진. 한림대 전공의들이 대전협 재정 관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한림대 전공의협의회는 최근 대전협 재정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질의했다.

한림대 대전협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공문을 통해 ▲대전협 재정운용 관련 장부 열람 ▲대전협 회비 사용 내역 및 통장 사본 열람 가능 여부 등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전협은 "이사진 회의를 통해 요청 자료 제공 여부를 확인한 후 제공이 가능하다"라며 "회의를 통해 공개 가능하다고 판단한 자료에 한해 직접 방문을 통해 열람할 수 있다"고 답했다.

대전협 예산은 전공의 회원의 회비와 대한의사협회의 보조금 등으로 짜인다. 회비는 1년에 5만원. 회비 납부율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통상 30~4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체 전공의를 약 1만6000명으로 놓고 회비 수입을 단순 계산하면 2억4000만~3억2000만원의 수입이 발생한다. 여기에 의협 보조금 4500만원, 지역의사회 등에서 주는 지원금 등을 더하면 한해 예산이 만들어진다.

예산은 각종 회의체에 참여하는 대전협 임원에 대한 거마비, 대의원총회 개최비, 명절 의료계 인사에 대한 선물, 신구 집행부 인수인계를 위한 워크숍 등에 쓰인다.

하지만 한재민 회장 취임 이후 대전협 예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길이 현재로서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한림대 대전협 관계자는 "11월부터 지금까지 재정 장부 공개에 대한 답변이 없었다. 2월 추가로 의협에까지 공문이 들어가서야 직접 방문해야 확인할 수 있다는 답변이 왔다"라며 "아직 사업에 대한 의결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아 회비 사용에 대한 절차적 승인이 이뤄진 적이 없다. 이사회도 추인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현 집행부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한 수련병원 전공의도 "올해는 특히 지난해 이뤄졌던 투쟁 모금, 환불 등의 이슈도 있어서 재정 상황이 특히나 관심이 많을 것"이라며 "정기 대의원총회도 열리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직접 가야지만 확인할 수 있다니 의혹만 더 커져갈 뿐"이라고 꼬집었다.

자료사진. 대전협은 코로나19 등으로 오프라인 정기대의원총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대전협은 재정에 대한 어떤 의혹에도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대전협 관계자는 "재정 사용 관련해서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라며 "파일 형태로 외부에 유출할 수 없기에 대전협 사무국에 오면 언제든지 확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집행부 출범 후 회식 한번 한적 없고, 각종 회의 참석 임원에 대한 교통비 지급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임원진 구성도 여전히 난항...대전협 역사상 처음

대전협은 임원진 구성도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열린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발표한 임원진 중에서도 이탈이 발생한 것. 당시 명단에 따르면 부회장과 이사는 총 9명이었다.

대전협 전직 관계자에 따르면 20년이 넘는 대전협 역사상 이렇게 임원 구성을 못하고 있는 경우는 처음 봤다는 표현이 나왔다. 통상 대전협 회장은 취임식을 하면서 20명 내외의 임원 명단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면서 집행부의 시작을 알리는 게 관례였다.

한 전직 임원은 "보통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임원진은 60~70%는 구성해놓고 임기를 시작하면서 나머지를 충원한다"라며 "이번에는 임원 중 절반도 못 채운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불신의 근원은? 미뤄지는 정기대의원총회

인사부터 재정까지 대전협 집행부를 향해 제기되는 문제는 결국 정기 대의원총회가 열리지 않은 데서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임시 대의원총회만 세 차례 정도 열렸다.

경기도 한 수련병원 전공의 대의원은 "정총은 빨리 여는 게 좋을 것 같다"라며 "언택트가 되면 더 큰 불신이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오프라인으로 회의를 해야 대전협에 대한 오해를 불식 시키고 열심히 회무를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협이 지난해 8월 투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분열을 겪었고 이 때문에 현 집행부는 직전 집행부와 연속성이 끊어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한재민 회장 임기 시작과 동시에 공유돼야 할 기본적인 사항조차도 제대로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 전 임원은 "직전 집행부과 감정적으로 얽히면서 서로 밉기도 하고 서운한 마음이 남게 돼 서로 탓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다"라며 "통상은 워크숍을 하면서 신구 집행부가 인수인계를 하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런 게 없었으니 현 집행부도 나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 보니 기본적인 명절 선물 명단 조차 공유가 안됐다고 들었다"라며 "큰 단체인 만큼 하나하나 절차가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안됐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박지현 회장도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현 집행부가 각종 의혹을 해소하는 길은 오프라인으로만 열어야 하는 정기대의원총회를 하루속히 여는 것. 대전협은 설 연휴가 지난 후 이사회를 열고 정총 개최를 비롯해 재정 장부 공개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다.

특히 3월부터는 전공의 업무가 특히 과중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달 중으로는 오프라인 회의를 개최하는 방향에 대해 긍정 검토할 예정이다.

한재민 회장은 "재정 문제는 이사회에서는 공유하고 있고 대규모 예산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임총에서 말을 했다"라며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에 오프라인 정총 가능 여부를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대의원들의 인준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 정상적인 회무를 최대한 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병원 대의원이 대전협에 대해 문제 인식을 아직 갖고 있지만 그 숫자가 많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