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온라인 임총 열고 임원진 안건 공개…정족수 미달로 승인 불발 일선 전공의들 "임기 3분의1 지나 임원 구성, 현장은 불안" 비판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회장 선출 3개월여만에 집행부를 구성,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지난해 총파업 투쟁을 이끌었던 젊은의사 집단은 파업 종결 결정 과정에서 분열을 겪었고, 새 회장은 '통합'이라는 숙제를 갖고 임기를 시작했지만 그 움직임이 지지부진하다는 쓴소리가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전협은 16일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베일에 싸여 있던 회장단 및 이사회 조직도를 의결 안건으로 공개했다. 안건 가결을 위해 필요한 정족수 미달로 이사회 조직도 안건은 통과되지 않았다. 즉, 대의원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한재민 회장 이하 임원은 회무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대전협이 대의원에게 공개한 회장단 및 이사회 조직도를 보면 한재민 회장 이하 부회장 및 이사는 총 9명. 이사진 중에는 공중보건의사도 있었다. 대전협 회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인 복지이사, 수련이사도 자리를 채웠다. 16개 시도를 8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협의회 대표도 구성했다. 회장을 포함해 총 18명의 임원이 대전협을 이끌어 나가게 됐다.
문제는 회장을 선출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대의원 인준을 위한 임원 명단이 공개됐다는 것이다. 한재민 회장은 지난 10월 당선과 동시에 회무를 본격 시작했다.
조직 인준을 위해서는 대의원총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회칙상 대면으로 총회를 열어야 하다 보니 대의원 승인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한재민 회장 당선 직후 조직 구성에서 난항을 거듭한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대의원총회 개최는 무기한 미뤄지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16일에는 정총이 열렸어야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임총으로 전환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으로 적어도 다가오는 설 연휴 전에는 정총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전협 임원을 지냈던 한 전공의는 "통상 회장 선출 후 한 달 사이에 대의원총회를 열고 사업 계획 및 집행부 인준 절차를 거친다"라며 "집행부도 25명 정도 구성된다"고 말했다.
늦어진 임원 구성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정총 개최 불투명
상황이 이렇자 전공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 한 수련병원 전공의는 "회장의 임기는 1년인데 한재민 회장은 좀 늦게 당선됐기 때문에 사실상 임기가 10개월"이라며 "임기가 약 3분의 1은 지났는데 임원진을 이제서야 공개하는 것을 보면 현장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사진은 당선 전에 꾸려놨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전 집행부와 연속성이 전혀 없는 회장이 탄생했고, 미숙한 부분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림대 대전협은 투쟁 이후 보다 나은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체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내부 투표를 통해 비상사태 종료를 선언했다.
한림대 대전협은 "대전협 24기 집행부가 지난해 10월 당선된 후 아직까지 정기총회조차 열리지 않았고 상설적인 의사결정을 담당해야 할 이사회는 구성하지 못했다"라며 "기본적인 회칙에 따른 운영은 찾아볼 수가 없으며 수많은 공약은 버려졌다. 23기의 독단적, 일방적 회무를 비판하며 일어났던 24기는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림대 대전협 관계자는 "대전협이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회무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해야 하는데 대의원총회 개최도 그렇지만 수련평가위원회 활동 등 핵심 회무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사사건건 대의원총회를 열어서 보고하고 결정할 게 아니라 회칙에 따라 자체적으로 기능을 해야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재민 회장의 소통 부재도 문제로 나왔다. 대전협이 지난해 12월 전국 전공의 3, 4년차를 대상으로 전문의 시험 면제 조건의 코로나19 인력 수급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서울 한 수련병원 대의원은 "전문의 시험 면제 같은 중요한 안건을 내부적으로 상의도 없이 공지했다"라며 "당선 이후 한재민 회장이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누가 문제를 제기하겠나. 그의 결정에 당위성이 안보인다"고 꼬집었다.
대전협 관계자는 "대의원의 불안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라고 인정하며 "집행부도 이탈과 합류를 반복하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대의원총회가 계속 미뤄져 현재와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투쟁 이후 회장 선거 등의 과정에서 발생했던 내부 현안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고 있다"라며 "집행부도 구성된 만큼 보다 체계가 있는 회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온라인 임총을 통해 대전협에 대한 전공의의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회칙에 따르면 대의원총회는 제적 대의원 5분의2 출석으로 성립하고 출석 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대의원의 절반을 채우는 것은 정총에서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온라인총회 특성 상 회의가 열리는 것도 불가능할 줄 알았지만 열렸다는 자체만으로도 전공의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