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바이오헬스케어 포럼 김준환 공동대표 지적 "자본에 휘둘리면 국민 건강 위협…막연한 배척 금물"
"케미컬에서 바이오로 옮겨졌던 무게 중심이 이제는 디지털헬스케어로 흘러오고 있습니다. 보건의료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거죠. 하지만 결국 본질은 하나에요. 환자를 위해 무엇이 더 중한가. 의사가 중심에 서서 방향타를 잡아야 하는 이유죠."
닥터스 바이오헬스케어 포럼 김준환 공동대표(서울아산병원)는 메디칼타임즈와의 만남에서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같이 요약했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미래의료로 여겨졌던 디지털헬스케어가 급격하게 우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의료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웨어러블 기기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들의 발전 속도는 눈부실 지경이다. 불과 몇 년전 닥터 왓슨이 나왔을때 상용화까지 적어도 10년은 이르다고 했던 지적들이 무색해진 이유다.
"코로나와 자본 이동 패러다임 전환 이끈 두 키워드"
김 대표는 이러한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의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해석했다. 바로 자본의 이동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대유행이다.
"코로나 대유행이 디지털헬스케어의 발전 속도를 5년 이상은 당겼다고 생각해요.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고 그 어느때보다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 강해지면서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올라갔죠. 자연스럽게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한 건강 관리가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외부적 자극이 나온 셈이에요."
자본의 이동 또한 마찬가지다. 실제로 락 헬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를 기준으로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투자액은 총 94억 달러로 2018년의 82억 달러를 갱신했고 투자 건수 또한 22%나 늘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1호 의료AI 기기를 내놓은 뷰노가 이달 상장을 확정지었고 에이티센스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있던 웨어러블 기기들에 대한 허가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삼성과 SK, KT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디지털헬스케어에 발을 들여놓고 있어요. 네이버 등도 마찬가지죠. 여기에 최근 정부가 산업에 예산을 풀기 시작한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모태 펀드가 움직이니 벤쳐캐피탈 등도 잇따라 투자를 늘리고 있거든요. 완전하게 방향성이 잡히고 있는 셈이죠."
그는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더욱 급격하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 분야가 최근 몇 년사이에 급성장했듯 디지털헬스케어로 그 순환 구조가 이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모태펀드를 마련하고 기관과 벤처 투자자들이 움직인 뒤 대학에 관련 학과들이 생겨나고 인재풀이 가동되며 스타트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형적 구조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준환 대표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면 모태펀드를 따라 자본이 이동하고 이는 곧 산업군의 탄생을 의미한다"며 "결국 인재들이 이곳으로 몰리고 대학이 이에 맞춰 학과를 만들어 만들어 인력을 공급하는 생태계가 구축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 산업 또한 이러한 생태계가 구축되며 급속한 발전이 이뤄졌다"며 "불과 5년전만 해도 생소했던 디지털헬스케어에 탄력이 붙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디지털헬스케어 피할 수 없는 흐름…의사 적극적 참여 필수적"
그러한 면에서 그는 순식간에 의료 현장에 디지털헬스케어가 깊숙히 파고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가 의료 AI 등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개원가를 예를 들면 흉부 X레이 소견이 애매한 경우 지금까지는 동료 의사들에게 물어물어 판독을 부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AI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이제는 1분 안에 전문의 수준으로 이상 유무를 판단해주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헬스케어 기기들이 순식간에 임상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다는 의미"라며 "예전과 같이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가는 시대 흐름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대표는 디지털헬스케어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의사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의료의 최일선에 서 있는 의사들이 이를 외면하면 오히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의사들이 디지털헬스케어의 중심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고 전문가로서 이를 철저하게 검증해 옥석을 구별하는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지적이다.
김준환 대표는 "의료산업은 다른 분야 산업과 완전히 다른 색깔을 가져가야 한다"며 "자본이 산업을 주도하게 되면 의료적 부분들이 약해지고 이는 곧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산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연구와 개발 단계부터 의사들이 핸들을 같이 잡고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며 "디지털헬스케어가 국민 건강이라는 본질을 잃고 자본에 종식되지 않도록 전문가로서 철저히 검증해 옥석을 가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닥터스 바이오헬스케어 포럼의 탄생도 이와 맞닿아 있다. 이 포럼에는 직간접적으로 디지털헬스케어에 관심이 높은 의사들 630여명이 모여 앞서 말한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에 적절한 자문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롭게 등장하는 기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며 헬스케어 전문가로서 의사의 역할들을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의료산업이 잘못된 자본 논리로 흘러가면 기업도 의료계도 국민들도 모두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며 "하지만 의사들 또한 학생때도, 수련때도 전혀 접하지 못한 새로운 분야와 세계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공부와 연구, 노력이 필요한 것은 매한가지"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닥터스 바이오헬스케어 포럼이 이러한 공간으로서 건전한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성하는 축이 됐으면 한다"며 "과거 제약과 바이오 분야에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수조원대의 유니콘 기업을 견인했듯 이제는 디지털헬스케어에서 의사의 역할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