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5일 질병관리청에서 의료인에게 배포한 코로나바이러스-19 예방접종사업 지침(초판)에 백신의 종류에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는 이상 반응 및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정보에도 횡단성 척수염이 기술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Lancet 2020)에 따르면, 치료군에 배정받은 한 시험대상자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백신과 관련이 있다고 최종 평가된 횡단성 척수염 1예가 발생했다. 이 사례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는 임상시험이 중단된 바가 있다. 물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허가된 후 영국 등에서 대단위 접종이 이루어졌고, 아직까지 횡단성 척수염 이슈가 없기 때문에 이 부작용의 빈도는 극히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리가 매우 쉽게 실수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안전성에 있어서 빈도가 낮으면 간과하는 실수 말이다. 유효성은 약/백신 자체의 성격으로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타 백신 대비 낮은 유효성으로 인해 백신을 접종받은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코로나에 걸리고 입원할 수 있다. 이는 백신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유효성의 한계로서 이 부분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부작용은 다른 얘기다. 백신을 맞고 효과가 없는 것과 백신을 맞은 후 횡단성 척수염이 발생해서 평생의 후유증이 남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리고 부작용은 당하는 사람에게는 사실상 100%의 빈도이다. 상당 부분의 약물/백신 부작용은 예방이 가능하거나, 또는 조기 발견으로 사망 또는 후유증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비록 매우 낮은 빈도의 부작용이라고 할지라도 사망 또는 후유증이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조기 발견 및 치료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필자가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임상시험을 하는 임상시험센터에서 일할 때 조현병 치료제인 aripiprazole의 생동성 시험이 의뢰됐다. 이 약물의 부작용 정보를 살펴보니 acute laryngeal dystonia가 있는데, 해외 생동성 임상시험에서 이로 인해 사망한 사례까지 있었다. 이 치료제도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있는 치료제로서 이 부작용의 빈도는 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시 필자가 일하는 병원에는 acute laryngeal dystonia를 감시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이 생동성 임상시험 수행을 거절했다. 임상시험센터 운영자는 필자에게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부작용 때문에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했지만, 위에도 기술했지만 부작용은 발생한 사람에게는 100%의 빈도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가 불가능하다면 임상시험을 하지 않는 것이 시험대상자들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 뒤 몇 달이 지나서 필자의 병원에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오게 됐고, 그 전문의와 의논해 함께 임상시험을 준비했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례에 대비해 임상시험센터에서 응급실까지의 이동을 시뮬레이션해 몇 분이 걸리는지 체크하고,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응급실, 중환자실과도 긴밀히 협조했다.
당시 임상시험에 지원한 시험대상자들에게는 해외에서 발생한 1예의 사망 사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목소리가 이상해지는 등 목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거나 호흡곤란 등이 발생하면 즉각 연구자에게 알려달라고 경고했다.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그렇게 설명하면 누가 임상시험에 지원하겠냐고 시험대상자 모집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시험대상자들이 미리 중대한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빠른 조치가 가능하기에 자세하게 설명했다. 또한 만에 하나 위험한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여러분들을 관찰할 것이고,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즉각 조치해 아무 어려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시험대상자 모집은 원만하게 이루어졌고, 시험대상자들과의 긴밀한 소통 가운데 임상시험은 안전하게 수행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 중 전문가들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평가한 횡단성 척수염 환자가 분명히 발생했다. 비록 해당 사례는 회복됐지만, 횡단성 척수염 부작용은 평생의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중대한 부작용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빈도가 낮다고 할지라도 의료진과 환자는 이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히 이 부작용 사례를 보면 백신 접종 직후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2차 접종 후에도 상당 시간 경과 후 발생했기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질병관리청은 해당 정보를 반드시 지침에 기술해서 알려야 한다. 우리는 안전불감증 나라에서 살고 있다. 부처명에 '안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식약처조차도의약품/의료기기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안전 사고는 계속 반복이 된다. 최근에도 안내염 집단 발생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드러난 식약처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다음 칼럼에서 다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