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후보 동행취재 24시] 기호 6번 김동석 후보 "마지막 헌신의 기회…국민 공감 얻는 의협으로 거듭나야"
"개원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가 직접 찾아온 것은 처음이다. 신선하다."
진료 시간임에도 10분 남짓의 시간을 선거운동에 나선 후보에게 내어준 충청남도 예산정형외과의원 안철세 원장이 기호 6번 김동석 후보에게 건넨 말이다.
김동석 후보(62, 조선의대·산부인과)는 첫 선거운동에 나설 지역으로 '충청남도'를 선택, 지난달 18일 천안아산행 KTX에 홀로 몸을 실었다. 메디칼타임즈는 김 후보의 첫 번째 지역 선거운동 현장을 동행했다.
후보자 등록 후 기호 추첨까지 끝내고 본격 선거 국면에 접어든지 불과 이틀 만이었다. 기호 6번, 김동석을 표시하는 명함도, 포스터, 팸플릿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이라는 타이틀이 적힌 명함만 들고 무작정 '김동석'이라는 이름 석자 알리기에 돌입했다.
약 한 달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지역을 돌며 선거 유세를 하기 위해 대진의를 고용하고, 진료는 잠시 멈춤했다.
김 후보는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올해 선거는 SNS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대한개원의협의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 진료과 의사회 중심으로 활동을 해온 터라 인지도 면에서 불리한 점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오프라인은 온라인보다 접촉의 횟수는 크게 적지만 한 명을 만나더라도 김동석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다"라며 "이는 10표, 20표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대면 선거운동을 포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협, 국민건강 책임질 전문가 단체 …하나의 목소리 내야"
영하 10도의 강추위를 뚫고 김 후보가 가장 먼저 찾은 목적지는 아산충무병원. 가정의학과를 창설해 국민 주치의로 불리는 의료계 원로 윤방부 박사가 몸담고 있는 곳이다. 의료계 역사를 거쳐온 선배 의사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보기 위해서다.
윤방부 박사는 "의협은 스케일이 커야 한다"라며 "의사들의 회비로 운영되지만 회비로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해 이들이 일을 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남지역 거점병원인 단국대의료원 박우성 원장도 의협의 역할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지적을 했다.
그는 "전공의, 의대생까지 국가 정책에 반대하며 투쟁에 나섰고 대학교수도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는 시대"라며 "전체 의사의 23%만 지지하는 사람이 의료계를 끌고 나가겠다고 하는 점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의료계 내부는 늘 다툼만 있고 국민과는 동떨어져 있다"라며 "정부, 즉 '관'과 시스템을 잘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동석 후보도 공감하며 "의협은 힘을 다 빼야 한다. 대국민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와 함께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의협은 큰 국가 정책에 대해 대화하고 보다 세부적인 것은 각 직역이 직접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그의 비전을 이야기했다.
의협은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상징적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 '의사는 의사답게, 의협은 의협답게'라는 슬로건이 김 후보가 그리는 의협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김 후보는 "갈등으로 네 것, 내 것을 나누는 게 아니라 전문가 단체로서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라며 "의협은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지역의사회 핵심 임원 공략 "한 표가 열 표 될 것"
오후 일정에는 충남지역 의료계 현안에 정통한 대개협 유승모 전 사업부회장이 합류해 김동석 후보의 유세에 힘을 실었다. 유 전 사업부회장은 김동석 후보의 활동을 보다 자유롭게 돕기 위해 대개협 임원직도 사퇴했다.
김 후보는 지역의사회 전현직 임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의원을 집중적으로 찾았다. 지역의사회 활동을 한다는 것은 의료계 현안을 비롯해 의료계 상황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는 것은 결국 한 표가 아닌 다수의 표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주요한 선거운동처다.
충남의사회 이주병 수석부회장, 차원진 전 당진시의사회장, 안철세 전 예산군의사회장, 최주혁 예산군의사회장이 일하고 있는 의원을 방문했다.
"(김동석 후보를)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최대집 회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현재 의협 집행부는 소통이 잘 안된다"라는 보다 직설적인 비판들이 나왔다.
전 당진시의사회장인 성모의원 차원진 원장은 "직전 선거에서는 투쟁보다는 합리적으로 얻어오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며 "후보가 6명이나 나왔는데 잘 모르겠다"라고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진료시간 중 성사된 만남이기에 김 후보는 5분에서 10분 사이 핵심적으로 비전을 설명했다.
그는 "투쟁을 하려면 이기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라며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의사 구속 막는 것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있고, 유능한 감각이 있는 사람을 키우고 지원하려고 한다"며 핵심 공약을 꺼냈다.
그러면서 자궁 내 태아사망을 이유로 교도소에 구금된 산부인과 의사 구제를 주창하며 개최한 궐기대회, 실손보험사의 비급여 주사제 공문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김 후보는 "사람 하는 일은 모두 인연이다. 한 표가 열표가 될 수 있으니 지역을 다니며 선거 유세를 하려고 한다"며 "마지막 헌신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의 시스템을 바꿀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의 진심이 통했을까. "말을 들어보니 신뢰가 가긴 한다", "온 걸음 헛되지 않게 하겠다"라는 화답이 돌아왔다.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길, 처음 지역 선거 유세를 해 본 김동석 후보는 생각보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선거일이 언제냐"라는 질문부터 "몇 명의 후보자가 나왔느냐"라는 기본적인 질문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선거운동을 통해 공약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의협을 보는 의심을 확인한 경험이었다.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