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작년 8월 전국 의사총파업 강행이라는 소용돌이를 지나, 최근 '의사면허 취소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제2의 파업 우려까지 혼란을 빚었던 것.
정작 문제는, 이처럼 반복되는 투쟁 분위기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놓고 있냐는 지적이 의료계 안팎에서 꾸준히 새어나오는 상황이기도 하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는 공통질의로 "의료정책의 변화 과정에서 그동안 의협은 투쟁에 집중했으나, 성과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후보자별 투쟁과 협상에 대한 기본입장은 어떠냐"고 물었다.
기호1번 임현택 후보(51, 충남의대·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는 "투쟁과 협상 자체보다, 우리가 무엇을 얻어낼지가 중요하다. 출구없는 무모한 투쟁만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줄 아는데 결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 후보는 "지난 6년간의 의사회 회무경험은 전략적 사고에 의한 대화와 투쟁을 겸해서지, 일부 오해하실만한 투쟁만 주장해서 성취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면서 "바른 의료사회를 위해 체계화되고 합법화된 국회 지원운동과, 환자들이나 의사 회원들에 잘못된 정책을 펴는 정치인들은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운동도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기호2번 유태욱 후보(58, 연세대 원주의대·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는 "투쟁을 얘기할 때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해서는 결코 안 된다. 개인 플레이가 아닌 팀 플레이제로 가야 맞다"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계 전문가 집단의 위상을 가지고 투쟁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 투쟁을 위해 거리에 나온 13만 의사들을, 과연 국민들이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볼지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직역과 직능을 아울러 회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활발한 네트워킹을 통한 단결권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호3번 이필수 후보(59·전남의대·전라남도의사회장)는 "지난 3년, 세 번 치러진 수가협상 중 단장을 맡아 진행한 년도 2.9%의 인상률로 가장 높은 의원급 수가 인상률을 거뒀다. 이때 당정청 정책 결정권자들을 수도 없이 만나서 대화로 설득했다"면서 "소모적 투쟁은 지양해야만 한다. 의협이 사안에 따라 투쟁할 수 있겠지만, 전략적 인내와 설득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정부를 상대로 지지할 것은 정확히 지지하고, 투쟁할 것은 하겠다. 당당한 협상 파트너로서 회원들의 권익부터 먼저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기호4번 박홍준 후보(62·연세의대·서울시의사회장)는 "투쟁과 협상을 이원론적으로 얘기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다.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은 의학 전문성을 가진 사회 리더들이라는 점이다"면서 "그동안 의협이 잘못한 부분은 투쟁이 수단이 돼야 하는데 목적이 돼 버렸다. 파업하는 것이 목적처럼 비춰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의료계 다양한 직역이 머리를 모아서 국민건강과, 의사들의 권익을 지키는데 투쟁과 협상을 함께 전략적으로 논의해서 풀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기호5번 이동욱 후보(50·경북의대·경기도의사회장)는 "협상을 위해 투쟁을 하는 것이다. 힘이 없으면 협상 자체가 안 된다. 투쟁력은 그래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지난 3년 최대집 집행부의 투쟁은 한치 앞의 계획도 모른채 즉흥적이었다. 오합지졸 행보와 중구난방식 투쟁은 굉장히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앞으로의 의협은 백년지대계를 세우고 투쟁을 하더라도 치밀한 내부 계획과 논의로 외부에 나가는 '워딩'은 모든 회원들이 소통을 통해서 미리 알고 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기호6번 김동석 후보(62·조선의대·대한개원의협의회장)는 "투쟁은 가장 마지막 수단이다. 또 전략과 전술이 필수다. 투쟁을 먼저 얘기해선 안 된다"며 "양날의 검처럼 투쟁과 협상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하겠다. 의협내 긴밀한 협력체를 만들어 논의해 나가야 한다. 소통할 수 있는 후보로 나왔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의협은 의사가, 의사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거대 담론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슈 포인트2. 기초의학 육성 "의협 주도 아카데믹 메디신 장려책 있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임상 의학자들과 달리, 지원이 열악한 기초의학 지원방안에 대한 후보자별 입장도 나왔다.
김병수 의학교육평가사업단장은 "심평의학부터, 의료계 직역간 이기주의란 말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의학은 본질적으로 전문가적 자질 함양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새로운 가치를 꾸준히 창출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아카데믹 메디신' 장려를 위한 가치실현 어떻게 해 나가겠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기호1번 임현택 후보는 "최근 의료는 AI 도입이나 타 학문과의 융합이 활발히 이뤄진다. 문제는 기초의학 분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과 인력, 연구비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기초의학 분야는 매우 열악하다. 누구도 지원을 안 하려 한다. 그들이 좌절하지 않게 기본적인 처우 개선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호2번 유태욱 후보는 "의학을 통해 지속적으로 가치창출해 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적극 공감한다. 코로나 상황만 보더라도 임상 및 정책적 연구 분야의 중요성은 더할나위 없이 강조됐다"며 "의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학문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가 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기초의학에 대한 지원을 의협에서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호3번 이필수 후보는 "의사협회지의 학문적 위상도 강화돼야 한다. 의사협회지가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SCI-E 급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젊은 의과학자들을 발굴해 의협차원에서 정책적 지원할 수 있도록 신경쓰겠다"면서 "MD 출신 기초의학자 지원과 기초의학 살리기에 적극나서겠다. 기초의학 교수들에 지원금을 편성해 장려금 지원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기호4번 박홍준 후보는 "앞으로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의협 산하단체가 여럿인데 그 중 하나가 의학회다. 의협은 의학회가 더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며 "학술상에 대한 예산이 점점 줄거나 없어지는데 의협에서 아카데믹 메디신에 관한 가장 큰 상을 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의협 100주년 기념재단 등을 활용해 학술을 지원하는 방향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호 5번 이동욱 후보는 "교육, 연구, 진료를 아울러 조화를 이루기는 실상 어렵다. 모든 의사들이 연구에 집중하거나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국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 할 수가 없는 일이다. 대신 의협이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교수들을 지원하는 제도정착이 필요하고 정책적으로 기부금(도네이션)을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기호6번 김동석 후보는 "저수가, 심평의학, 강제건강보험지정제 상황에서 아카데믹 메디신을 활성화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협에 상설기구를 만들겠다. 외부적으로 민간투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아카데믹 메디신은 필수적으로 발전하고 육성시켜야 하는 분야"라고 지지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대한의학회를 비롯한 대한기초의학협의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국립대학병원협회,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가 공동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