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특수 주사기를 사용해 코로나19 백신 한 바이알 당 최대 7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정부에서 흘러나오자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가용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백신 쥐어짜기'가 시행됐지만 안전성 우려로 이를 철회한 선례가 있다는 것.
게다가 계량의 실수 가능성을 생각하면 자원의 최대한 활용 보다는 권장 접종량 투약이 효과면에서 더 일관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의 7회 분주 계획을 내놓으며 쥐어짜기 논란이 일자 전문가들이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은 '최소 잔여형 주사기(Low Dead Space, LDS)'를 사용할 경우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바이알 당 기존 6명에서 7명까지 추가 추출 및 활용이 가능하다는 공문을 일선 현장에 보낸 상황.
일명 K-주사기로 불리는 이 특수 주사기는 약물을 추출, 주입하는 피스톤과 바늘이 직접 닿아있어 낭비되는 공간이 일반 주사기 대비 적다.
화이자 백신은 한 바이알 0.45ml의 원액이 들어있다. 여기에 생리식염수 1.8ml를 섞어 2.25ml를 만들면 한명당 권장 접종량인 0.3ml씩 7명에게 접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허가 사항은 6명이다.
실제로 '백신 쥐어짜기'가 가능한 일일까. 학계에서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개인별 숙련도 편차 및 횟수 압박에 따른 실수 가능성을 고려하면 7회 투약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영준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역학조사관)는 "한 사람마다 0.3ml씩 정밀하게 뽑아내야 7명분을 완성시킬 수 있다"며 "주사기의 계량이 정밀한 편이라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인간이기에 실수할 가능성을 열어 둬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백신들은 실제 투약 가능한 분량보다 20~30%씩 더 들어있다"며 "이는 정밀하게 뽑아내지 못할 가능성, 기기 오차, 개인간 숙련도 편차, 나라별 보건의료 시설 수준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분량을 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조속한 집단면역을 위해 백신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쪽과 보다 안전하게 접종하자는 의견 모두 타당성이 있다"며 "다만 백신의 범용성 측면에서 봤을 때는 6회 보다는 7회 투약에서 실수의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강박적으로 7회 분량을 맞추기 위해 용량을 조절하다보면 일부 투약자에서 권장 접종량인 0.3ml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 역시 1~6회 투약자가 0.3ml 초과 분량을 접종했을 경우 7회 투약자는 권장 접종량에 못미치는 '물백신'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벨기에는 화이자 백신에 대한 7회 투약 허용을 자진철회한 바 있다.
1월 초 벨기에도 같은 논리로 접근했다. 5회 투약량으로 허가된 화이자 백신에서 특수 주사기를 사용해 20% 더 많은 투약량을 추출하면 낭비없이 투약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것.
벨기에 의약품청(FAMHP)는 백신 초도 물량 35만 회 분량에서 20%를 추가해 총 7만 회 분량을 더 투약할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이를 일주일만에 철회했다.
사유는 2회 추가 분량을 정확히 추출할 수 있다는 보증이 없어, 추가 분량으로 접종한 사람들이 언제 2차 접종이 가능한지 불확실해지기 때문이다. 추가 분량이 확보가 안된다면 1차 접종자들의 2차 접종은 기약이 없어진다.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도 접종자 수 늘리기 보다 안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SNS를 통해 "6번째 백신 접종량을 분주한 후 바이알에 남아 있는 양이 0.3ml인지 눈으로 알 수 있냐"며 "현장이 너무 빡빡하게 돌아가면 오류가 생기게 마련이고 높아지는 피로는 또 다른 사고를 만든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 바이알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접종하려는 의지는 알겠다"며 "7번째 분량은 앞서 6명 분량이 부정확하게 추출된 경우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어 이런 경우 과감하게 남은 백신을 (재활용 없이)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