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닥터 스팟' 활용 응급실 비대면 진료 연구 공개 의사와 환자 모두 만족…88% "대면 진료와 큰 차이 없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대유행으로 로봇을 활용한 원격 의료 시대가 한층 빨리 열릴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련 연구에 탄력이 붙고 있기 때문. 특히 시범사업에서 의사와 환자의 만족도가 모두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개발과 적용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첫 로봇 활용한 원격 의료 시범사업 연구 공개
현지시각으로 8일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는 로봇을 이용한 원격 의료 시스템에 대한 세계 첫 시범사업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10.1001/jamanetworkopen.2021.0667).
사실 로봇을 이용한 원격 의료 시스템은 민간이 아닌 군에서 활용하기 위해 고안된 경향이 크다. 의사가 직접 방문하기 힘든 접전 지역에 로봇을 보내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개발된 셈이다.
하지만 2019년말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대유행으로 상황은 완전히 전환됐다.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사실상 코로나 대응 의료기관이 야전병원과 차이가 없는 상황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원격 의료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따라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피터 교수(Peter R. Chai)가 이끄는 다기관 연구진은 전국 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1339명의 환자들을 비롯해 의대 부속 브링엄 여성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 원격 의료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범사업을 수행했다.
지금까지 태블릿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원격 의료 플랫폼에 대해서는 검증 작업이 진행된 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로봇을 실제로 진료 현장에 직접 투입해 원격 의료를 수행한 연구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는 닥터 스팟(Dr.spot)으로 불리는 로봇 시스템이 활용됐다. 닥터 스팟은 네개의 다리가 달린 개의 모양을 한 로봇으로 카메라 4대와 태블릿 등이 장착돼 응급의학과 의사가 직접 이를 조작하며 환자의 환부를 살피고 진료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활용해 코로나 검사를 위한 비강 및 구강 면봉을 획득하고 비접촉으로 활력 징후를 체크하며 응급 환자를 분류하는 작업 등을 수행하며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상당수 의사와 환자 로봇 원격 의료 긍정적…만족도 90%대 기록
이에 따라 연구진은 환자 1339명을 대상으로 로봇 원격 의료 시스템의 주요 기능으로 설정한 6가지 업무에 대해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상당수의 환자들은 로봇 원격 의료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5점 만점을 기준으로 진행된 평가에서 비대면 진료 상담에 대해서는 평균값이 4점을 기록했다. 긍정적이라는 의미다.
또한 비강 및 구강 면봉 획득의 유용성에 대해서도 평균 4점이 니왔다. 특히 비대면으로 환부에 대한 상담을 나눌 수 있는 부분과 활력 징후 측정 등은 4.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맥 카테터 삽입이나 정맥 절개 등에 대해서는 평가 점수가 평균 3점을 기록해 침습적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다소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 환자 중 41.3%는 로봇 원격 의료의 가장 유용한 기능으로 비대면 활력 징후 측정을 꼽았다. 또한 28.7%가 비대면 진료 상담이 유용하다는 응답을 내놨다.
만족도 면에서도 로봇을 활용한 원격의료는 상당히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를 직접 경험한 대다수의 환자들이 사실상 대면 진료와 차이가 없다는 응답을 내놨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봇 원격 의료 시스템 경험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무려 92.5%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한 85%의 환자들은 로봇 시스템을 이용한 원격 의료에서 의사와 충분한 상호 작용이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82.5%는 로봇을 활용한 원격 의료가 대면 진료만큼 만족스럽다는 답변도 내놨다. 또한 87.5%의 환자들은 굳이 의사를 만나지 않아도 충분히 진료가 받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결론적으로 92.5%의 환자들은 향후 로봇을 이용한 원격 의료가 도입되면 이를 이용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을 내놨고 85%는 코로나 유행 등으로 로봇 원격 의료가 시행되면 이를 수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하버드 의대 피터 교수는 "현재 로봇 기술의 상당한 발전에도 의료기관에 로봇시스템은 물품 이동 등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과연 실제 환자 진료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 부족과 환자들의 거부감 등이 큰 장벽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 등으로 원격 의료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고 유연하게 이에 대한 시범사업 등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환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확인한 이상 로봇 원격 의료 시스템의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