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발전위원회, 6개월 논의 결과 '3대 과제 7대 권고안' 발표 "목적 달성 평가지표, 환자와 관계 깨는 지표 과감히 빼자"
의료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질환 등의 병의원 질적 수준을 평가하고 있는 '적정성 평가' 제도.
정부는 제도 발전을 위해서는 평가에 대한 의료기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비용 보상, 다른 정책과 연계 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이 제도 발전 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의료계는 "적정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2일 '2040 적정성 평가 미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온라인 포럼을 열었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지난해 9월 구성한 '평가발전위원회(위원장 이상일)'에서 만든 적정성 평가 제도의 향후 20년을 위한 혁신 방안을 이번 포럼에서 처음 공개했다.
평가발전위원회는 적정성 평가 혁신을 위해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위한 적정성평가 체계 구축 ▲의료기관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 강화 및 국민 중심 평가 정보 제공 ▲타평가와 어우러지는 질 관리 전략 수립 및 국민 의료계 실질적 참여 확대 등 3대 과제를 설정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지향하고 이를 위한 상시 지표 개발 및 지표 풀(POOL) 운영 ▲평가를 평가하는 성과관리체계 운영 ▲국민건강성과 측정을 위한 평가 자료 수집 체계 개편 ▲의료기관 자발적 참여와 질 향상 노력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국민이 원하는 평가 정보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개 ▲국가 의료 질 관리체계 마련 및 평가 간 유기적 연계 ▲국민, 의료계 참여를 평가 전반으로 확장한 거버넌스 개편 등 7대 권고안을 내놨다.
적정성 평가 대상이 늘어나면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이 커지는 만큼 참여 유도를 위해 먼저 지원을 한 후 질지표와 연계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전향적 접근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이상희 보험평가과장은 "현재 14개의 적정성 평가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데 사업마다 분절적으로 하고 있다"라며 "향후 조정 통합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청구심사 단계에서 평가가 연계될 수 있도록 해 요양기관이 두 번 세 번 자료를 반복적으로 내는 것도 없애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평가의 평가 필요…평가의 목표도 분명히 할 때"
의료계는 적정성평가의 평가가 필요하고 목표 달성을 이룬 평가 지표의 과감한 종료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는 "잘하고 있는 곳이 더 잘 하기는 힘들다"라며 "아직도 격차가 있는 부분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평가의 평가가 필요하고 평가의 목표가 필요하다"라며 "지금까지는 해야 할 일을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안 하는데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평가 결과가 포화된 상태로 몇 년간 유지되는 게 있다"라며 "평가 점수가 높은 기관은 여전히 잘하고 있고 질이 향상돼야 할 기관에 집중되지 않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가지표를 과감하게 변별력 있거나 특히 과정지표에서 공급자에 대한 행위를 집중적으로 하고, 목표가 달성되면 빨리빨리 바꿔야 한다"라며 "결과를 보다 가치있게 높이고, 의료기관 사이 차이를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 확대에 따른 병의원 행정 부담 완화를 위해서도 지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이야기했다.
서 이사는 "현재 적정성평가 외에도 질평가지원금을 위한 평가, 상급종합병원 평가 등 평가가 너무 많다. 평가 확대로 심평원 인력은 5배 가까이 늘었지만 병원은 행정인력이 비슷비슷한다. 평가에 많이 지쳐한다. 지표가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많이 허덕인다. 지표 평가를 통한 지표 개선이 필요하다"
대한의사협회 김영재 보험정책분과위원장은 감기 항생제 처방률을 예로 들어 평가지표 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 형성에 악영향을 주는 지표는 과감히 삭제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것.
김 위원장은 "감기 항생제 처방률이 감소된 게 질이 개선됐다고 표현하는데 의원급을 찾는 환자는 증상으로 방문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항생제 처방률이 낮을수록 질이 좋고, 개선됐다고 하는 것은 (의료기관 입장에서) 거부감이 들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같은 결과는 의사가 쓸데없는 항생제를 쓴다고 오해하도록 만들어 의사-환자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항생제의 적정 사용량을 모르는 상황에서 개선이라는 단어 사용은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