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3월부터 평가 개선방안 연구 추진…내년 계획 공개 병원들 "방향성은 공감하지만…전담인력 구하기도 어렵다"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질' 관리에 중점을 두고 평가지표 개발에 나섰다.
일선 의료기관들은 중환자실 구성의 가장 큰 축인 전담 인력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질 관리까지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6일 심평원에 따르면 4차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는 질 관리에 중점을 두고 평가를 진행키로 하고 오는 3월부터 중환자실 평가 개선방안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연구용역을 통해 중환자실 평가 구조 및 지표 개선, 중증도 보정모형 개발 및 검증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4차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는 지표 개선 작업을 거쳐 내년에 구체적 계획을 공개, 2023년 결과를 공개한다는 일정이다.
심평원은 2014년부터 중환자실 적정평 평가를 실시, 6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대상은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지난해 말 발표된 3차 평가 결과에 따르면 총 287곳 중 81개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 40개, 종합병원 38개)이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담전문의와 전담간호사 배치 관련 지표에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격차가 컸다.
특히 종합병원은 간호사 1인당 중환자실 병상 수가 평균 1.12병상으로 2차 평가보다 0.02병상 늘었다 간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이런 상황에서 심평원은 '질 평가'에 주안점을 둔 지표 개발에 나선다는 것. 현재 평가지표에서 질 관리 관련 지표는 '48시간 이내 중환자실 재입실률' 하나다. 평가 결과에는 반영되지 않는 모니터링 지표에는 중환자실 사망률, 중심도관 혈행 감염률, 인공호흡기 사용 환자 폐렴 발생률, 요로카테터 관련 요로감염 발생률 등 4개가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3차 평가까지는 중환자실 환경 개선에 주안점이 있었고, 가중치도 구조지표에 더 뒀다"라며 "코로나19까지 겪으며 환자안전, 감염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질 관리를 평가하는 쪽으로 지표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중환자실은 필수의료…투자 환경 정부가 만들어야"
의료계는 평가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서울 한 대학병원 중환자의학 전문의는 "중환자실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환경이 있는데 사실 적정성 평가 이전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곳"이라며 "적정성 평가를 진행한 후에는 병원들이 적어도 지표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질 관리의 부실함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특히나 더 드러났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평가 방향을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수가 개선 등의 후속책도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B종합병원 원장은 "현재 중환자실은 인력을 투입해 질 향상에만 신경을 쏟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어느 병원이든 수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적자를 감당하면서까지 투자를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진료가 이뤄지고 수익이 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라며 "중환자 치료는 필수의료분야인 만큼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평원도 의료기관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병상 수 대비 규모의 경제가 있다. 환자 수는 적은데 병상을 늘릴 수는 없고, 특히 작은 종합병원은 의사 인건비도 안 나올 정도라고 들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책도 자문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 원가분석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중환자 한 명에게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통계도 없다"라며 "같은 암 환자라도 일반 병실과 중환자실에서 치료할 때 비용이 얼마나 차이나는지 알 수 없다. 학회 차원에서 예전부터 중환자실 관련 코드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래야 원가분석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종합병원은 중증도가 상급종병 보다 높지 않기 때문에 환자 중증도에 따라서 중환자실을 등급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라며 "1등급이라고 무조건 좋다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중증도를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 상황에 맞게 중환자실 등급을 선택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질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물론 충분한 진료가 이뤄지고 이것이 수익이 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은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