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 의료진 인건비는 눈 먼 돈이 아닙니다. 병원의 찬밥 신세를 언제까지 견뎌내야 하나요."
A 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 진료교수는 외상센터를 바라보는 병원 경영진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이 같이 토로했다.
365일, 24시간 대기상태에서 외상환자 골든타임 치료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복지부는 외상센터 전담전문의 1명 당 연간 1억 44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인건비는 17개 외상센터 235명에 대해 33억 768만원을 배정했다.
원광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 7명의 연이은 사직 사태를 취재하면서 다른 외상센터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의료기관 의사 사직과 채용은 일반 회사와 같이 일상화됐다.
문제는 국고에서 의료진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데 있다.
원광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 일부가 외상 외 타 진료 수술과 진료에 참여했다는 증언이 충격을 주는 이유이다.
복지부는 원광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진료실적 등을 촘촘히 점검한다는 입장이니 외상 외 수술과 진료 참여를 규명할지 의문이다. 서류심사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비단, 원광대병원만의 문제일까.
돈 못 버는 외상센터 의료진을 등한시 여기는 병원은 원광대병원뿐이 아니라는 게 외상의사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권역외상센터 병원에서 제출한 서류에 입각해 전담전문의 인원대로 인건비를 집행하는 복지부의 허술한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이다.
인건비와 함께 시설장비 예산을 지원받은 병원 경영진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없게 정기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그나마 복지부가 올해부터 해당 지자체에 권역외상센터 의료진 인건비를 내려 보내는 조치는 상호 감시와 책임의 첫 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권역외상센터 한 곳의 공백은 인근 권역외상센터로 여파가 이어진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대기 상태였던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이 최근 지역 방역단계 완화로 외상환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외상환자가 여러 곳의 외상센터 전원 중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요원하다.
B 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는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했다면 인건비 뿐 아니라 제대로 외상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복지부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연례적인 센터장 간담회와 서류심사로 현장 상황을 모두 알고 있다는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복지부 공무원들이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업무 과부하로 힘겨워하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외상센터와 같은 필수의료 공백은 국민 생명과 직결됐다는 점을 이중, 삼중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코로나 지역감염과 같이 부실한 의료정책의 연결고리를 향해 언제든 의료현장 문제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