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및 9개 학회, 개정안 철회 촉구 공동 성명 발표 "안심병원 부족 이유로 한의사 포함, 국민건강 역주행"
대한의사협회를 포함, 치매 관련 9개 유관학회들이 정부가 내놓은 '치매관리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전문가 단체들과 어떠한 협의나 사전검토 없이, 치매안심병원의 필수인력에 한의사를 포함시키는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받아들 수 없다는 뜻이다.
22일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치매 전문가 단체인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신경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치매학회,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인지중재치료학회는 이 같은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들은 "과연 부모님이 치매 증상 악화로 환각과 망상에 시달리는 어르신을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한의사에게 보내겠는가. 보건복지부의 관계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답을 해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스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면서 국민으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라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도 자문해 보라"면서 "치매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느낄 뿐만 아니라 환자를 보호해야 할 의사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 정부의 황당한 역주행을 반드시 저지할 것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개인의 피해를 넘어 국가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치매 관리에 있어, 과학적 근거와 전문성 존중이라는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는 설명이다.
일단 해당 개정안은 치매안심병원 필수인력으로 기존의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신경외과 전문의 외에도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새로 추가하는 것으로 필수인력 중 1인만 있으면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학회들은 "치매의 원인을 정확하게 감별하여 치료하면 증상을 예방, 완화, 또는 호전시킬 수도 있으며 이는 환자와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따라서 치매에 대한 진료는 적절한 진료 역량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치매안심병원의 설립 취지 자체를 다시 짚었다. 치매안심병원은 치매환자 중에서도 공격성, 환각, 망상 등의 행동심리증상이 심해져 가정에서 도저히 돌볼 수 없는 중증의 치매환자를 단기 입원 치료를 통해 증상을 호전시켜 조속히 지역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학회들은 "치매의 원인을 현대의학적으로 감별하여 진단하고 치료할 역량이 없고, 치매에 효과가 검증된 현대의학 치료약과 진단검사에 대한 지식과 처방권이 없는 한의사에게 이러한 중증치매환자를 맡기는 것은 마치 즉각적인 처치나 수술이 필요한 응급환자를 한의사에게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학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개정안 철회를 요청했지만, 복지부는 현재 치매안심병원이 부족하므로 한의사를 필수인력으로 지정하여 치매안심병원의 숫자를 늘리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명서에서는 "치매안심병원이 부족한 것은 치료에 참여할 전문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안심병원 지정을 위한 시설과 인력 기준 등 진입장벽은 높은 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는 미흡하여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엉뚱하게 한의사를 전문인력으로 인정하여 안심병원 숫자를 늘리겠다는 것은 형식적인 간판 증대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