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과 인플루엔자 유행이 겹치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미봉책으로 시작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이 의외의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사 증상으로 인해 의료진과 환자의 혼란을 막고자 하는 의도였지만 코로나 감염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 것. 따라서 예방적 조치로 인플루엔자 백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24일 미국감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Infection Control)에는 인플루엔자 백신과 코로나 감염증간의 상관 관계에 대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doi.org/10.1016/j.ajic.2021.02.012).
현재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에서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보급율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여전히 다양한 백신과 약물 재창출을 통한 치료제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 특히 인플루엔자 백신은 코로나 대유행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반해 인플루엔자 백신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이번 연구에 관심이 모아졌던 이유다.
이에 따라 미국 미시간 의과대학 바우만(Marion Hofmann Bowman)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은 2만 7201명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인플루엔자 유행 시즌에 백신을 맞은 1만 2997명과 그렇지 않은 1만 4204명을 대상으로 대조 분석을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 인플루엔자 백신은 확연하게 코로나 감염증 예방에도 효과를 내고 있었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은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감염 위험이 24%나 감소했기 때문이다(OR=0.76, 95%CI 0.68-0.86).
제1저자인 바우만 교수는 "그동안 인플루엔자 백신이 코로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추측은 있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백신을 맞는 것만으로 코로나 감염 위험을 현저하게 낮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플루엔자 백신은 코로나 환자의 중증 악화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과 성별, 흡연 상태나 기저질환 등 다른 요인을 모두 통제해도 효과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코로나 감염증에 걸린다 해도 증상이 악화돼 입원할 위험이 절반에 불과했다(OR=0.58, 95%CI 0.46-0.73).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한 중증 악화의 대표적인 지표인 기계 호흡 위험도 역시 절반 이하로 줄었다(OR=0.45, 95% CI 0.27-0.78, P =004).
만약 코로나 감염증이 악화돼 입원을 한다 해도 그 기간 또한 크게 줄었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았을 경우 입원 기간이 36%나 감소한 이유다.
바우만 교수는 "코로나 백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기 전 매년 인플루엔자 시즌마다 백신을 맞는것 만으로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있는 연구"라며 "특히 코로나 백신과 유사하게 중증 악화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점에서 효용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속되는 연구를 통해 인플루엔자 백신이 심혈관 질환 보호 효과와 호흡기 질환 대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며 "매 시즌마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