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평가대상 코로나19 환자 제외…장기계획 평가 방법·대상 확대 병원계 "코로나19 상황, 결과 기대 안해…평가 시점 유예" 주장
객관성을 문제 삼으며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환자경험 평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막상 평가 대상인 의료기관은 평가 자체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좋은 평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심평원은 최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환자경험평가 관련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5월부터 진행될 3차 환자경험평가 계획을 공유했다.
올해부터 환자경험 평가 대상은 기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전체 종합병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올해 환자경험 평가 대상은 총 357곳이다.
하루 이상 입원 경험이 있는 만 19세 이상 성인에게 전화조사를 통해 그 경험을 평가한다. 설문 내용은 입원 경험 6개 영역 및 개인특성 등 총 24개 문항이다. 입원 경험은 ▲간호사 영역 ▲의사 영역 ▲투약 및 치료과정 ▲병원 환경 ▲환자권리 보장 ▲전반적 평가 등을 세부적으로 묻는다.
평가 제외 대상에 코로나19 환자도 포함됐다. 즉,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 중 코로나19 환자에게는 전화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가 대상이 확대된 만큼 의료기관도 평가에 대비하고 있지만 기존 CS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외래만족도 조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해 공유하는가 하면 환자 응대 매뉴얼을 따로 만들어 정기적으로 의료진 교육을 하는 수준이었다.
경상도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CS교육 필수 과정에 환자경험을 추가해 교육하는가 하면 관련 자료도 만들어 내부 인트라넷에 공유하고 있다"라면서도 "병원의 전력이 코로나19 백신접종과 환자 치료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라서 평가 하나하나를 모두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평가를 위한 각종 활동은 어디까지나 질 향상 차원의 기존에 해오던 활동일 뿐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 결과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모습이다.
서울 A종합병원 원장은 "(평가에 대비해) 별다른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라고 털어놓으며 "평가 점수가 수가 가산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19 타격으로 환자가 많지 않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평가에 대응하는 것 자체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B종합병원 원장도 "일반 환자들이 기본적으로 코로나19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있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어 환자평가 점수가 (2차 때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라며 "코로 시대에 코로나19 환자를 잘 보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좋은 평가를 받겠다는 기대 자체를 접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의료계는 최근 열린 의료평가조정위원회에서 환자경험평가 자체를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병원 인력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돼 있으며 백신접종 때문에 고려해야 할 부분도 있어 큰 틀에서 환자경험평가를 유예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검사,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 등으로 의료진의 업무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평가 시기와 2차 백신접종 시기가 겹치기 때문에 평가가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심평원은 환자경험 평가의 방법과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라는 장기적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 나온 '환자중심성 평가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바탕으로 조사 방법과 영역 확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및 의료질평가 지원금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전화조사로 한정돼 있는 환자경험평가 조사 방법을 우편, 대화식, 온라인, 면접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평가대상도 입원 경험뿐만 아니라 외래 경험, 만성질환, 응급실, 혈액투석실, 호스피스 가족경험 등 모든 진료 영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료서비스 결과가 단순 퇴원에서 환자 삶의 질, 건강한 생활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환자중심 진료결과에 대한 질 평가와 향상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