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유형에 따라 혈압에 미치는 영향 달라...묻지마 운동 보다 맞춤형 제시 고혈압엔 유산소, 높은 정상혈압에는 위험인자군에 정적 근력운동 권고
"고혈압 예방 및 치료를 위해 운동을 하세요." 이런 말을 들었다면 과연 무엇부터 해야 할까.
고혈압을 예방 및 치료하기 위한 운동처방(생활습관 교정)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각 운동 유형에 따라 혈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묻지마 운동'이 아닌 개인별 운동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
24일 유럽심장예방협회(EAPC)와 유럽심장학회(ESC)는 운동-혈압에 관한 34개 연구의 메타분석을 통해 개인별 운동 처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doi.org/10.1093/eurjpc/zwaa141).
이번 합의문의 특징은 개인별 혈압의 특성에 따라 운동 처방이 달라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크게는 유산소/무산소 운동부터 정적 근력운동/동적 근력운동까지 세부화했다.
그간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관리하기 위해 운동처방이 치료 전략으로 제시돼 왔지만 학회의 가이드라인은 주당 유산소 운동량에 대한 조언 정도로 제한됐다.
EAPC와 ESC는 각종 운동에 따른 개인별 혈압 변화의 차이가 있는지 메타 분석을 통해 체계적 검토를 수행했다.
▲유산소 운동 = 고혈압 환자에 효과적
먼저 유산소(에어로빅) 운동을 보면 2000년 이후 유산소 운동 후 혈압 감소 효과에 대해선 21개의 연구가 있다. 이중 7건은 고혈압 환자의 운동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별도로 조사한 연구다.
유산소 운동 후 전반적인 영향은 수축기 혈압(SBP)의 4.1mmHg 감소, 이완기 혈압(DBP)은 2.2 mmHg 감소로 나타났다. 정상 혈압의 경우 평균 수축기 및 이완기 수치는 각각 -2.4/-2.6mmHg에 그쳤다.
눈에 띄는 점은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 저하 효과가 수축기/이완기 각각 -7.6/-4.7mmHg로 상당히 컸다는 점. EAPC와 ESC는 유산소 운동이 고혈압 환자(-7.6/-4.7mmHg)와 정상 혈압(-1.9/-1.7mmHg) 모두에서 평균 혈압을 낮추는 데 유효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동적 근력운동 / 정적 근력운동
6개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동적 근력운동(dynamic resistance training)이 미치는 혈압 저하 효과는 정상 혈압인 사람들에게서는 -1.8/-3.1mmHg에 그친 반면 고혈압 환자에서는 -3.9/-3.3mmHg에 달했다. 한 세션당 근력운동 회수가 8회를 초과하는지 여부는 수축기 혈압 감소 효과에 유의하게 관련돼 있었다.
정적 근력운동(isometric resistance training)의 경우 정상 혈압인 사람들에서 -6.6/3.0mmHg만큼 변했지만 고혈압 환자에서는 -4.3/-5.0mmHg만큼 변했다.
특히 혈압을 낮추기 위한 용도로 정적 근력운동을 할 경우 팔 운동이 보다 중요했다. 팔 운동의 수축기 혈압 감소 폭은 -6.9mmHg였지만 다리 운동은 -4.2mmHg에 그쳤다.
EAPC와 ESC는 위 메타 분석을 근거로 혈압 감소를 목적으로 한 운동에서는 정적 근력운동이 동적 근력운동 및 유산소 운동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EAPC와 ESC는 수축기 -4.9~-12mmHg 및 이완기 -3.4~-5.8mmHg 범위의 혈압 감소가 예상되는 고혈압 환자에게 유산소 운동을 권고했다.
이어 높은 정상 환자의 경우 수축기 -3.0~-4.7mmHg 및 이완기 -3.2~-3.8mmHg 범위의 혈압 감소를 위해 동적 근력 운동을 제시했다.
혈압이 정상이지만 고혈압 발병의 위험 인자가 있는 경우 수축기 -5.4~-8.3mmHg 및 이완기 -1.9~-3.1mmHg의 예상 혈압 감소를 위해 정적 근력운동을 권장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혈압 수치별로 적합한 운동을 구체화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내 고혈압치료 가이드라인도 유산소운동 및 근력 운동을 제시하지만 혈압 범위마다 적합한 운동을 분류, 권고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 고혈압학회 관계자는 "고혈압 치료에는 약물만큼 비약물치료와 생활요법이 중요하다"며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생활습관 교정 방안의 일환으로 운동, 절주, 금연, 식사 요법 등의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가이드라인은 조깅,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을 우선으로, 등장성 및 등척성 근력운동 병행을 권고한다"며 "혈압 별로 운동을 제시하진 않지만 주간 운동 횟수 및 운동 시간 등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