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장성 강화 로드맵 중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척추 MRI 급여화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가 직접 파악한 척추 MRI 비급여 시장 규모가 정부의 추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 최근 MRI 급여화 협의체 통계 관련 회의를 갖고 척추 MRI 비급여 시장 규모에 대한 통계적 차이의 원인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의협 산하 척추근골격계보장성강화TFT(위원장 박진규)는 올해 초 척추 MRI 비급여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TFT는 MRI 보유 의료기관 230여 곳을 대상으로 비급여 MRI 현황, 척추질환 관련 비급여 행위 등을 조사했다. 설문조사에는 상급종합병원도 19곳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척추 MRI 비급여 규모는 약 1조3747억원이었다. 종별로 보면 병원급이 약 893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종합병원 약 3540억원, 상급종합병원 약 738억원, 의원 약 527억원 순이었다.
당초 정부 추계 보다도 약 3배 이상이나 더 많은 수치다.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영수증을 통한 비급여 상세내역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9년 기준 척추MRI 비급여 시장 규모는 4340억원 수준.
종별로 봤을 때 절반 이상인 59%를 병원이 가장 높았다. 이어 종합병원 23%, 상급종합병원 9.6%, 의원 8.2% 순이었다. 종별 진료비 규모 순서는 액수만 다를 뿐 의협 TFT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의료계가 직접 한 실태조사와 정부의 추계에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MRI 빈도수. 의협 TFT 추계 빈도는 300만건인데 반해 건보공단은 평균 100만건으로 추정했다. 의협의 빈도는 건보공단이 추계한 전체 MRI 빈도 400만~500만건에도 근접한다.
건보공단은 총 조사된 진료비 영수증과 의료기관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는 가격을 토대로 빈도를 역산했고, 의협은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는 차이가 있다.
의협 TFT는 이번 조사 결과만 봐도 척추 MRI를 급여화했을 때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무시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 추계보다 재정을 과다 지출한 뇌·뇌혈관 질환 MRI 급여 확대 사례도 존재한다.
정부는 2018년 10월 비급여 영역이던 뇌·뇌혈관 질환 MRI를 급여화했는데 당초 재정추계액보다 173%가 넘는 재정이 나갔다. 정부 예상은 연간 1642억원 수준이었지만 실제 집행액은 약 2855억원에 달한 것.
의협 관계자는 "뇌·뇌혈관 질환은 급여 비중도 크고 건수 자체가 많지 않아 재정에 타격이 적을 수 있지만, 척추 MRI는 규모부터가 다르다"라며 "정부의 추계와 의료계가 도출한 결과에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 원인을 찾는데 우선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의료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재정 부담의 리스크를 안고 급여화를 시작해야 하는 격"이라며 "급여화를 강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재정 문제 등은 정부가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