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2021년 1분기 주요 국내사 3제 복합제 처방액 증가 확연 4제 복합제도 첫선…의료현장 "확장성 한계 돌파할까" 신중론
최근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서는 '이합집산'이 활발하다. 여러 가지 성분을 한 알에 담아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을 높이면서 처방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대표적인 격전지가 고혈압‧고지혈증 시장이다. 이는 고혈압 환자의 다수가 고지혈증을 동반하고 있는 데다 대부분 혈당도 높다는 점이 공통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노린 주요 제약사들은 잇따라 2제, 3제 복합제를 처방 시장에 내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최근 처방 시장에서 2제는 줄고 3제 복합제 처방이 늘어나는 현상이 확연히 나타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마저도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미약품이 4제 복합제를 올해 초 내놓은 데 이어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임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세 3제 복합제 시장…확장성은 아직 의문부호
고혈압·고지혈증 시장은 현재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 ARB)와 스타틴 계열 약물을 합한 '2제 복합제'와 칼슘채널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 CCB)까지 추가한 '3제 복합제'로 구분된다.
21일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병‧의원 처방 시장에서는 3제 복합제 약물들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처방 증가세가 확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주도한 것은 지난해 2월 출시된 보령제약의 '듀카로(피마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다.
출시 1년 만에 처방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것인데, 3제 복합제 경쟁 약물들의 매출액을 단숨에 따라잡았다.
올해 1분기로만 28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대로만 간다면 출시 1년 만에 블록버스터 기준인 한 해 처방액 100억원을 무난하게 넘길 전망이다.
여기에 3제 복합제를 가장 먼저 처방 시장에 내놓은 한미약품 아모잘탄큐(로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 역시 상승세를 유지했다. 올해 1분기만 24억원의 처방액을 기록, 전년도 1분기 대비(22억원) 비교해 12% 매출 신장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현상은 나머지 제약사 3제 복합제들도 마찬가지. 대웅제약 '올로맥스(올메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가 올해 1분기 처방액만 1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매출이 늘어났다.
유한양행의 '듀오웰 에이(피마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 역시 처방액이 37% 급증했다.
반면, 그동안 처방 시장을 주도 했던 2제 복합제들은 하락세가 확연하다. 기존 2제 복합제를 먹던 환자들이 3제 복합제로 넘어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표적 2제 복합제인 유한양행 '듀오웰(텔미사르탄+로수바스타틴)'은 올해 1분기 41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47억원) 11% 처방액이 줄어들었다.
한미약품의 '로벨리토(이르베사르탄+아토르바스타틴)' 전년도 1분 대비(49억원) 21% 감소한 3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다만, 의료현장에서는 이 같은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시장의 세대교체 현상을 두고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대한내과의사회 곽경근 총무이사(서울내과)는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처방 패턴이 변화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복용 편의성을 이유로 변화는 되겠지만, 환자들의 반응을 생각해 약을 하나 더 써서 철저히 처방하는 게 나을 수 있는 상황인 임상적 관성(Clinical Inertia)이 작용해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사실 3제 복합제의 경우 용량의 편의성은 떨어진다"며 "환자 상태에 따라 특정 약물의 용량을 줄어줘야 하는 경우가 존재하는데 쉽지 않다. 안정적으로 3제 복합제를 처방해도 되는 환자라면 변화하는 것이 맞지만 처방 변화를 거부하는 문화들도 존재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본격 도입된 4제 복합제, 이전 성공 뒤따를까
이 가운데 한미약품이 4제 복합신약으로 내놓은 '아모잘탄엑스큐'가 2월부터 급여권에 들어오면서 3제 복합제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변화를 불러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모잘탄엑스큐는 고혈압 치료성분인 암로디핀과 로사르탄, 이상지질혈증 치료 성분인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성분을 한 알에 담아낸 첫 4제 복합제라는 점에서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높은 상황.
특히 한미약품을 선두로 현재 종근당(CKD-348)과 대웅제약(DWJ1451)도 4제 복합제 시장 참전을 위해 임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기존에 없었던 4제 복합제인 터라 아직까지 처방 시장에서 성공 여부를 점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환자의 복용 편의성이 편하다는 장점이 분명하기에 처방 패턴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란 뜻이다.
실제로 이 약제가 급여 등재 후 최근 2개월간 약 1억원 조금 넘는 처방액을 기록한 것을 봤을 때는 아직 이른 감이 역력하다.
이를 두고 한미약품 측에서는 3제 복합제 시장에서 올해 1분기 보령제약 듀카로가 1위 자리를 내준 것을 두고선 4제 복합제 출시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아모잘탄패밀리군' 전체로 스위칭되며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최근 2개월 간의 매출액은 아모잘탄엑스큐 출시 이후 여러 경쟁 제품에서 거둬오고 있는 처방"이라며 "복합 신약 단일 품목만 봐서는 일부 매출 하락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로 처방이 스위칭되면서 전체 매출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 의견이다. 결국 4제 복합제가 시장에서 인정받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박근태내과의원)은 "3제 복합제도 병‧의원 처방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상황인 만큼 일단 효과를 두고 봐야 하지만 큰 장점을 지닌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아직 도입 초기인 만큼 4제 복합제가 성공할지는 두고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곽경근 총무이사 역시 "2제 복합제는 고혈압‧고지혈증 처방 시장에서 제약사들에게 큰 성공을 안겨줬다"며 "다만, 3제부터는 환자 처방 확장성이 떨어진 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약물 용량 조절 등 처방패턴이 변화가 필요한 환자들로 하여금 이를 뒤따라가긴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