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반영 지표, 환산지수 산출 모델 문제점 지적 국가별 차이 "국내 단가산출 및 가격통제 목적 커 개선 필요"
"원가 이하 저수가 상황에서 진료비 차이를 놓고 가감한다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이지 않나." 이러한 협상 상황을 두고 의료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과 2차 수가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현행 수가계약의 문제점이 지적된다.
특히 의료계는, 공급자 단체에 불리한 협상구조를 개선할 방안으로 수가협상에 반영되는 환산지수 산출방식에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거듭 내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의료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상대가치 점수당 단가)의 곱으로 결정된다. 원칙적으로 총점이 고정된 상대가치점수를 차치하면,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환산지수 산출 모델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
2008년 미국에서 도입된 현행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 가능한 진료비 목표증가율)' 모형의 경우, 의료비의 지나친 증가를 제한하는데 목표를 잡다보니 의료 서비스의 질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러한 문제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되자, 미국에서도 2015년 영구 폐기로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올해 의원유형 수가협상단을 책임지는 김동석 단장(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SGR 모형의 문제점은 이미 노출이 되었고 대체를 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 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모형을 대체할 방법이 없어서 수가협상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어떤 모형을 사용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 이하의 수가를 정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원가 이하 수가인 상황에서 목표진료비와 실제진료비의 차이를 가지고 가감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입장을 견지했다.
수가협상단 김택우 자문위원(강원도의사회장)은 "환산지수의 연구와 산출방식에는 문제가 크다. 얼마나 문제가 많으면 미국에서 이를 폐기했겠는가"라면서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대체할만한 방법이 없어서 아직도 사용 중이다. 최근 AR 모형이라는 것을 개발해 대체하고자 하지만 이 역시 큰 틀에선 SGR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의견을 냈다.
국가별 환산지수 역할 정도 달라 "국내 단가산출 및 가격통제 목적 커"
공적보험을 운용하는 해외에서도, 환산지수 산출 모델을 다양하게 접목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10% 수준을 상회하는 주요 국가들의 수가결정 구조가 대표적인 것.
2015년 SGR 모형을 폐지한 미국은 4년째 QPP(Quality Payment Program) 모형을 도입한 상황이다. 평가에는 '질(Quality)' '개선활동(Improvement Activities)' '상호운용성(Promoting Interoperability)' '비용(Cost)' 네 가지 축을 잡고 있는 것. 이는 질이 높은 의료제공 공급자는 보상을, 성과기준 미달공급자는 삭감할 수 있는 구조로 평가된다.
이어 독일은 1993년부터 부문별 총액관리제(Sectoral budgeting system)를 도입 운영 중이다. 주요 진료 서비스 영역별로 각각의 총액을 설정하는 방식. 외래는 총액계약범위에서 행위별수가제에 기반해 진료비를 지불하고, 입원은 포괄수가제를 적용한다.
또 2015년부터는 보험료율을 14.6%로 동결시키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한 증가율을 국가의 기본임금 소득인상률로 고정시킨 상태다.
일본의 진료비 지불제도는 의원급과 병원급에 차이가 있는데, 의원급은 행위별수가제를 기본으로 한다. 수가결정구조는 행위별점수X환산지수(점수당단가)로 결정, 환산지수는 점수당 10엔으로 고정했다.
여기서 수가결정은 행위별점수의 조정과 진료항목 신설에 따라 이뤄지는데, 2년마다 수가를 개정한다. 현재 초진료의 경우 2000년 2만7,000원(2700엔), 2019년 2만8,800원(2880엔)이었고, 재진료는 2000년 7400원(740엔)으로 시작해 2019년까지 큰 변화 없는 상태다.
끝으로 대만은 총액계약제를 기반으로 진료 특성에 따라 행위별수가제, 포괄수가제, 일당정액제, 인두제 등 다양한 진료비 지불제도를 혼용해 시행하고 있다.
김택우 자문위원은 "국내와 비슷한 지불제도를 적용하는 미국, 독일, 일본, 대만의 사례에서 보듯 국가마다 환산지수의 역할 정도가 상이하다"며 "우리나라 환산지수의 주요 역할은 행위당 상대가치점수에 적용하는 단가산출 및 가격통제의 목적이 크다. 정부는 진료량과 진료비 통제, 관리기전으로 진료비 목표관리제 도입을 검토하리라 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협과 의료정책연구소와 협상단은 이러한 문제점에 주안을 두고, 향후 의료계를 위한 환산지수 연구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한다"며 "국가백년대계인 의료정책과 수가결정 문제는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