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순천향대 부천병원, 방호복·당직 강행군 "중증환자 24시간 치료" 의료진 자발적 참여와 헌신…신응진 병원장 "지역주민 신뢰 큰 보람"
지난해 하반기 경기 부천지역 코로나19 환자 수가 연일 20~30명대를 상회하며 경기도와 방역당국을 긴장시켰다.
경기지역 중증환자 증가 속에 순천향대 부천병원(병원장 신응진)은 지난해 12월 특단의 결단을 내렸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을 신청(12월 28일)하면서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했다.
상급종합병원인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중증환자 16병상과 준 중증환자 6병상 등 총 22병상을 코로나19 환자 전담병상으로 내놨다.
병원 측은 별관 3층의 전체 80여개 입원 병상을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22개 음압 특수병상으로 전환했다. 사실상 실제 허가 병상(879병상)의 10%를 코로나19 병상으로 내놓은 셈이다.
부천 지역 코로나19 확진환자 증가세는 올해 4월까지 이어갔다.
지난 1월 중 일일 확진환자 수는 60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며 진정세를 보이다 지난 4월 일일 44명을 기록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거점전담병원 지정 후 의사와 간호사 등 코로나 전담 의료진을 구성해 중증환자 치료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담병원 지정 초기 구성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작년 12월말 거점전담병원 지정…허가병상 10% 80병상 ‘투입’
신종 감염병 불안감과 전담 인력 회피 현상 등으로 애를 먹었다.
의료진 내부에서 지역 내 확진환자 증가세가 지속되자 자발적 참여가 이어졌다.
호흡기내과와 감염내과 교수들 그리고 경력직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24시간 치료, 관찰했다.
무거운 방호복 착용부터 밤샘 당직까지 의료진 모두에게 고난의 연속이었다.
일반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인 호흡기내과 교수들은 이미 당직이 생활화된 상태에서 코로나 병동 당직은 새롭지 않았다.
문제는 일반 중환자실과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동시에 맡게 되면서 높아진 업무 강도이다.
호흡기내과 백애린 교수는 "일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로 당직이 익숙해 코로나 병실 당직은 새롭지 않았다"면서 "다만, 치료 매뉴얼을 현장 상황에 맞게 적용하기 위해 코로나19 임상 연구 논문을 리뷰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하루하루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 이었다"고 초기 상황을 회상했다.
백 교수는 "전담병원 몇 달 간 집에도 못가고 일반 환자와 코로나 환자 중환자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밀려오는 중증환자로 인해 컨퍼런스는 꿈도 못꾸고 교수들 각자 최선의 치료방법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전담병원 초기 밀려오는 중증환자 불안감 속 의료진 ‘강행군’
전문의들이 중증환자 치료에 중심을 잡았다면, 간호사들은 환자 치료에 나침판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중증환자와 가장 많은 시간을 대면하고 관찰하는 간호사들의 노력과 헌신은 전담병원 조기 안정화로 이어졌다.
중환자실 경력 간호사를 중심으로 70~80명이 투입돼 음압병실 출입을 위한 방호복으로 땀을 흘리며 하루 24시간 6교대 근무를 이어갔다.
곽희성 코로나 병동 간호과장은 "전담병원 초기인 올해 1월과 2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증 환자를 위해 누군가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선후배 간호사들이 한 마음으로 힘든 시간을 버텨냈다"고 전했다.
그는 "초기 코로나 병동 근무를 꺼리던 경력 간호사들도 환자들 증상이 호전되고 완쾌되는 사례가 지속되면서 보람을 느끼고 지친 간호사들이 웃음을 되찾았다. 지금은 코로나 병동 근무를 자처하는 젊은 간호사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병원의 과감한 보상방안도 의료진 동참에 적잖게 작용했다.
정부의 거점전담병원 의료진 수당은 중증환자 병상 근무자로 제한됐다.
코로나 병실에 근무하지만 준 중증환자를 담당하는 의사와 간호사 수당이 미지급되면서 내부 갈등 양상을 보였다.
경영진은 신속하게 자체 예산 10억원을 책정해 코로나 병상 모든 의료진 별도 수당(의사 10만원, 간호사 5만원)을 동일 지급했다.
■중증환자 호전·완쾌 ‘보람’…“경영손실 불구 의료진 수당 자체 지급”
코로나 전담 의료진들의 단합된 분위기는 타 진료과로 확산됐다.
수술이 필요한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외과계가 적극 나섰으며, 호흡기내과 교수들의 업무 과중에 일반 중환자 치료에 협조하는 내외과계 교수들의 보이지 많은 노력이 이어졌다.
하태순 중환자실장(외과 교수)은 "전담거점병원 초기 의료진들의 심리적 위축과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6개월째인 지금은 호흡기내과와 감염내과 그리고 타 진료과 협조로 시스템이 안정화됐다"며 "무엇보다 코로나 병동 중증환자 치료에서 간호사들의 헌신이 크게 작용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거점전담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진 부담과 고민도 적지 않았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2019년 매출액 3400억원에서 2020년 매출액 3200억원으로 약 200억원대 마이너스 성장했다.
■신응진 병원장 “교수와 간호사 헌신 감사…구성원 설득 가장 중요“
신응진 병원장(외과 교수)은 "거점전담병원 신청 여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지역주민 확진환자 증가를 보면서 상급종합병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판단했다. 재단 측도 순천향대학교 개교 이념에 입각해 거점전담병원 신청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기 힘든 상황을 견뎌내고 합심해 극복한 임상 교수들과 간호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경영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헌신하는 의료진에게 적지만 보상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별도 예산을 책정했다"면서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가장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신응진 병원장은 "정부의 거점전담병원 보상책은 코로나19 이전 해당 병상 수입의 90%로 충분하지 않지만 경영상 문제는 없다"면서 "향후 거점전담병원을 검토하는 병원이 있다면 의료진을 비롯한 구성원 설득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이라고 답했다.
5월 현재, 코로나19 확진환자 감소세로 순천향대 부천병원의 코로나19 병상 가동율은 50%를 밑돌고 있으나 의료진은 지금도 대기 상태이다.
호흡기내과 백애린 교수는 "의사와 간호사가 한 몸이라는 신뢰 속에 대처했기에 가능했다. 코로나19 재유행과 신종 감염병은 언제든 도래할 수 있다. 보건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 양성과 합당한 수가체계 등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현 상황이 지나가면 잊어버리는 우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오는 6월말 거점전담병원 임무를 완료하고 코로나19 전담 별관 3층을 긴급 의료병상으로 전환해 신종 감염병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지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