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의료현장에서 의료진은 최선의 진료를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의도치 않게 의료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으로서는 어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할 수 있다. 의료사고가 일어나는 경우 일반적으로 환자에 대한 손해배상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강보험공단에 납부해야 할 구상금도 고려해야 한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진은 환자 측과 합의를 하게 되는데, 이때 합의서에는 통상적으로 ‘환자는 합의금을 수령하고 의료진에게 더 이상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가게 된다. 이로써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는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양쪽 모두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남아 있다.
먼저, 합의금을 받은 날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이미 발생한 비용들은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료진이 부담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병원에서 제공하는 요양급여는 현물급여가 원칙으로 급여제공을 할 때마다 건보공단이 구상권을 취득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병원에서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를 치료할 때마다 곧바로 건보공단은 구상권을 취득하게 되고, 이후의 시점에 의료진과 환자와의 사이에 치료비를 포함한 손해배상금의 합의를 하게 되면, 이미 건보공단의 권리가 된 치료비 채권을 가지고 합의를 한 셈이 되어버린다.
건보공단에서 구상금을 청구하면 의료진으로서는 이중(환자, 건보공단)으로 치료비를 배상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의료진으로서는 환자와 합의를 할 때 치료비 중 공단부담금은 향후 건보공단이 구상금으로 청구해 올 것을 유념하고 합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환자들의 경우 의료사고에 관하여 합의를 한 다음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치료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환자가 의료사고에 관하여 의료진과 합의를 하게 되면 이후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환자로서는 치료를 모두 마친 다음에 합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의료진으로서는 의료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지만 도의적으로 환자 측에 치료비를 지급하고자 하는 경우, 금원을 지급했다는 사실 자체로 의료사고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판례는 무조건적으로 의료사고를 인정하지는 않으므로 크게 우려하지는 않아도 된다.
관련된 쟁점으로 환자가 일련의 치료를 받던 도중에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의료진은 의료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아울러, 의료사고가 발생하여 환자가 해당 병원에서 계속 진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해당 의료진은 자신의 손해배상의무를 현물로 이행하는 것인바, 발생한 진료비를 건보공단에 청구할 수 없다. 만일 해당 진료비를 청구하는 경우, 건보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부당이득징수의 행정처분을 하므로 유념해야 한다.
정리하여 보자면, 국민건강보험법상 ‘구상권’이란 해당 사고에 대하여 책임 있는 자가 건강보험의 적용으로 책임을 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같은 법상 ‘합의 후 수급’이란 피해자가 합의금을 받고 건강보험 적용을 함으로써 이중으로 혜택을 방지하고자 하는 제도인바, 양자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