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건보공단에 사실상 마지막 협상명령…제약사들 '대응' 고민 제약업계, 복지부 명령 두고 법적 미비점 주목 "급여제외 근거 없다"
뇌 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둘러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의 재협상이 다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가 건보공단에 지난 4월 결렬된 바 있는 약제비 환수 협상을 다시 할 것을 명령한 것. 하지만 제약업계는 법적 효력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제약업계와 건보공단에 따르면, 최근 복지부는 건보공단에 콜린알포세레이트(이하 콜린알포) 제제 관련 약제비 협상을 다시 재개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건보공단은 협상의 대상인 약 60여개 제약사에 협상 계획을 안내했다.
앞서 복지부는 건보공단에 2월 10일까지 콜린알포 제제 품목에 대한 약제비 환수 협상 명령을 했지만 임상 재평가 의사를 비친 60여개 제약사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기한을 두 차례나 연장한 바 있는 상황.
콜린알포 제제 품목을 가진 제약사 130여곳 중 협상이 결렬된 회사는 58곳에 달한다.
현재 정부와 제약사 측은 환수율을 놓고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건보공단은 협상 초반만 해도 환수율 100%를 고려했지만 협상이 2번이나 연장되면서 환수율을 50%로 하향 조정했지만 제약사들은 이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복지부는 약 2개월 간에 걸친 장고 끝에 건보공단에 오는 7월 초까지 다시 협상할 것을 명령했다. 사실상 제약사와의 마지막 협상으로 또 다시 결렬할 경우 보건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는 '급여 목록' 제외다.
따라서 건보공단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해당 제약사들도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소송을 대행하고 있는 법무법인들과 논의하며 향후 있을 협상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제약업계 중심으로는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콜린알포 약제비 환수 협상 재개를 명령한 것을 두고 법적 근거의 미비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 콜린알포 약제비 환수 '재협상'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사실상 법적인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 사실상 이전에 진행됐던 협상과 별개의 또 다른 협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약사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복지부가 건보공단이 협상의 근거로 하고 있는 법적 규정에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복지부와 건보공단의 콜린알포 환수 협상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 6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 해당 규칙을 보면 복지부가 '약제의 안정적 공급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건보공단에 제약사와 협상할 것을 명령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협상 기한을 두 차례 연장했음에도 결렬됐기 때문이다. 결렬 뒤 다시 협상 명령을 내릴 경우에 대한 근거가 찾아볼 수 없는 셈이다.
이를 근거로 제약사들은 이번 콜린알포 약제비 협상이 '재협상'이 아닌 새로운 '협상'이라고 설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보공단으로부터 콜린알포 협상 개시를 통보받았다. 언론상으로는 7월 초에 협상기한이 만료될 것으로 안내했는데 제약사가 받은 협상 명령서에는 구체적인 만료 기한도 없다"며 "문제는 협상에 대한 법적인 규정이 애매모호하다는 데 있다. 일부에서는 '재협상'이라고 말하지만 협상 근거인 조항을 보면 관련 규정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협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상 '재협상'과 관련된 근거가 전혀 없다"며 "약제 결정 조정기준 상 사용량-약가연동 협상에는 재협상을 명령할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고 꼬집었다.
또한 제약사들은 최종 협상 결렬 시 복지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치인 급여목록 제외도 만약 현실화 될 경우 법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상 이번 콜린알포 사례처럼 건보공단과 제약사 간의 협상이 진행돼 합의에 이르면 복지부가 관련 내용을 고시하게 돼 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는 필수 약제 시 복지부 산하에 설치된 60일 이내에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 상황. 이외 급여목록 제외 등 추가적인 규정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즉 콜린알포 협상에서 최종 결렬될 경우 '급여 목록' 제외를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향후 콜린알포를 둘러싼 추가적인 법적 분쟁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현재도 콜린알포 관련해서는 협상명령 및 협상통보 취소소송, 위헌확인 헌법소원 등 10개가 넘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콜린알포 환수 협상은 안정적 공급 및 품질관리에 관한 근거 규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관련 내용에는 급여목록을 제외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만약 환수 협상에서 최종 결렬돼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관련 제약사들이 즉각 집행 정지 소송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건보공단은 지난 4월 제약사들과 협상이 결렬된 후 2개월 만에 다시 시작하게 된 만큼 협상타결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다. 결국 관건은 임상재평가 실패 시 제약사가 부담할 약제비 환수율이다. 현재 건보공단은 100%에서 50%까지 하향했지만, 제약사들은 10%를 고수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어렵게 협상 자리가 다시 만들어진 만큼 제약사들과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게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