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연구원, 국립대병원 7곳 생체 신장 공여자 연구결과 설문 응답자 약 70% "공여시 발생한 수술비용으로 어려워졌다"
생체 신장이식 공여자의 장기생존율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변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한광협, 이하 보의연)은 9일 신장이식 공여자의 건강상태와 사회경제적 변화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연2천건 이상의 신장이식이 이뤄지고 있고 이중 절반이 생체 공여자의 기증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공여 후 건강상태나 심리적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연구는 없는 실정.
보의연은 생체 신장 공여자의 안전을 위한 의료관리 지침개발 연구 일환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지난 2003년부터 2016년까지 7개 국립대학교병원에서 시행된 생체 신장 공여자와 매칭된 일반인 각 1701명에 대한 장기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였으나 사회경제적 수준 및 거주 지역을 보정했을 때 생체 신장 공여자와 대조군 사이에 사망률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여자의 혈압, 비만, 콜레스테롤 등 기능에서 일반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초기 사구체여과율이 낮을 경우 신기능을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상황은 달랐다.
연구팀이 지난 2003년부터 2016년까지 7개 국립대병원에서 신장 이식을 받은 공여자 1369명과 같은 수로 매칭된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변화를 확인한 결과, 공여자의 경우 공여 후 사회경제적 상황이 다소 불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여자들은 신장 공여 후 피고용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확률이 높았으며, 새롭게 고용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이러한 고용 불평등은 공여 2년후부터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단기적, 장기적으로 경제적 영향이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여자의 경제력 분위가 상승할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약 0.5배로 유의하게 낮았다. 반대로 공여 전과 비교하여 경제력 분위가 하강할 확률은 약 1.4배였으며 이러한 경향이 공여 후 5년까지 유지됐다.
실제로 연구팀이 서울대학교병원과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신장 공여자 240명을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변화에 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총 34.2%가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이중 '공여 시 발생한 수술비용으로 어려워졌다'는 응답이 69.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수술 이후 각종 보험 가입/유지 제한 경험'이 54.9%, '휴학/휴직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42.7%로 나타났다.
또한 공여 전후로 검사 및 수술, 입원비용에 대해서는 40.8%의 가장 높은 비율로 '공여자 본인 전액 부담'이 차지했고, '수혜자가 전액 부담'이 35.4%로 그 뒤를 이었다. 이중 개인 사보험의 혜택을 받았다고 응답한 공여자는 24.2%로 공여시 사보험의 보장 영역은 크지 않았다.
현재 보험 체계상 모든 공여자에게 공여시 시행된 검사 및 수술 비용의 일부가 신장 이식 수혜자에게 주어지는 희귀난치성 질환 산정 특례 적용을 받아 환급이 이뤄지고 있지나, 비용을 환급받지 않았다고 응답한 공여자가 25.8%로 약 1/4에 해당했다.
이번 연구책임자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이하정 교수는 "최근 생체 신장 공여자의 장기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체 신장 공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공여자의 대사위험도와 장기 생존율이 매칭된 건강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대사증후군의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이 유지될 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 "장기적으로 신장 이식 공여자의 안전 관리를 위해 체계적이고 전향적인 국가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공동연구책임자 보의연 최인순 연구위원은 "생체 신장 공여는 이타적인 마음을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생체 신장 공여자의 장기 생존이 낮아질 수 있고 경제적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공여자의 사회경제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