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오피니언
  • 이슈칼럼

전문가가 본 리아백스 임상…"허가 가능성 없어"

강윤희 위원
발행날짜: 2021-06-21 05:45:50

강윤희 전 식약처 심사위원

최근 리아백스주가 임상3상에서 성공했고, 그 결과를 미국종양학회인 ASCO에 발표했으며 조만간 정식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고 보도됐다. 주가는 일시적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가 다시 떨어졌다. 말기 췌장암 환자에서 리아백스주 병합요법이 기존 요법 대비 무려 3.8개월이나 생존기간을 연장시킨다는 결과다.

이렇게 놀라운 결과가 왜 어떤 해외 뉴스에도 보도되지 않고, 국내 어떤 췌장암 전문가도 반기는 언급이 없을까? 그 이유는 그 어떤 췌장암 전문가도 이 임상시험 결과를 보고 리아백스주가 췌장암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왜 리아백스주가 허가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지, ASCO에서 발표한 임상3상 결과를 살펴보자.

ASCO 발표 포스터 자료에 따르면 이 임상시험은 혈중 이오탁신이 높은 췌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리아백스주 병합 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시행됐다. 그런데 임상시험 디자인부터 매우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이오탁신 수치에 따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이오탁신 수치에 따라 층화(biomarker-stratification)를 하는 디자인으로 시행돼야 했다.

그런데 이 임상시험은 시험군에는 이오탁신 수치가 높은 환자들이 배정되고, 대조군에는 이오탁신 수치가 높거나 낮은 환자들이 섞여 있는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으로 시행됐다. 즉, 전혀 임상시험의 목적을 구현할 수 없는 디자인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됐고, 그래서 연구자들도 이오탁신의 역할이 불분명하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황당한 결론을 낸 것이다. 그런데 식약처는 이 약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준 것도 심각하지만, 조건부 허가 후속 임상시험에 대해서 임상시험 디자인의 적절성도 확인하지 않고 승인한 것인가?

결국 이 임상시험은 이오탁신 수치와는 상관없이 리아백스주 병합요법의 효과를 평가한 것이나 다를 바 없는데, 이는 과거 영국에서 약 1,0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임상3상 디자인과 거의 같은 것이다. 대규모 3상에서 실패한 임상시험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왜 한국에서 다시 임상시험을 했을까? 그저 막연히 1,000명을 대상으로는 실패했지만 148명을 대상으로 요행을 바란 것인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실패했는데 148명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임상시험에서는 성공했다고 하면 어떤 전문가가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영국 임상시험과 한국 임상시험에서 동일한 결과는 두가지 임상시험 모두에서 리아백스 투여군과 대조군 사이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즉, 리아백스주는 환자의 삶의 질도 유의하게 향상시키지 못했다는 점이 그나마 일관성 있는 데이터였고, 이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가장 심각하게 보이는 점은 이 임상시험에서 1차 유효성 지표인 생존기간에 대한 통계 분석을 Copula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이 점은 필자가 메디칼타임즈 기자에게도 언급해 몇 번 기사화된 바 있다). Copula 기법으로 생존기간을 비교할 수는 있지만 여러 문제가 있어서 실제 임상3상, 즉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통계기법이다.

임상3상의 통계는 결과를 분석하기 전 통계 계획, 즉 SAP(statistical analysis plan)를 세워야 하며, 결과가 나온 이후 통계 방법을 바꾸어서는 안된다. 이는 임상3상에서 불문율과도 같다. 왜냐하면 통계라는 것이 이렇게 저렇게 방법을 바꾸다 보면 얻어 걸리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타당한 통계 기법을 사전에 결정해 두는 것이다.

그런데, 허가를 염두에 둔 임상3상의 SAP(statistical analysis plan)에 Copula를 명시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항암제의 생존기간 평가에는 Cox model을 사용한 stratified log-rank test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상의 1차 유효성 평가를 미리 계획되지 않은 통계 기법으로 분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는 윤리적으로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 또는 회사는 항암제 생존 기간의 일반적인 통계 기법, 즉 Cox model을 사용한 분석 결과를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리아백스주의 조건부 허가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필자도 식약처에서 일하면서 이 허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허가를 취소하라고 식약처 고위 공무원들에게 메일을 보낸 바 있다(물론 답장은 없었다). 필자가 국정감사에서도 언급했지만 식약처의 가장 무능한 연구관조차도 리아백스주 허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을 정도이고, 심지어 허가보고서조차 없다는 것은 그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한 언론사는 리아백스주 조건부 허가의 문제점에 대해서 집중 탐사 보도를 했는데, 관련 담당 공무원의 교체, 리아백스주 관련 회사로의 이직 등 의심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결국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됐고, 경찰이 이 건을 수사 중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소식은 연구자들조차 의구심을 표현하는 ASCO 발표 소식이라든지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허가 신청 소식이 아니라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소식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