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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자 병원 확충하자"...여론 조성 나서는 건보공단

박양명
발행날짜: 2021-06-21 17:12:19

원주서 공공의료 연합세미나 "보험자병원 적어도 3개 더 필요"
심평원, 공공병원 민간병원 질적 수준 비교 "종병급 질 낮다"

건강보험에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정부 기관이 연합해 '공공병원' 확충을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보험자병원 숫자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이 나서서 연합 '세미나'를 열고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주 혁신도시 유관기관은 21일 오후 강원도 원주 인터불고호텔에서 '공공의료 확충 및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연합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는 건보공단을 비롯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한적십자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참여했다.

보험자 병원 확충에 주력하고 있는 건보공단은 코로나19 여파로 공공의료 확대에 대한 인식이 커진 현재가 사업 추진의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사진: 건보공단 유튜브 채널 캡처)
김용익 이사장은 특별강연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로 공공병원의 부족함을 지적했다. 전체 공공병원 230곳 중 특수대상·질환 및 노인 중심, 일반진료 중심 공공병원은 66곳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민간병원의 공공적 역할이 부족하고, 공공병원 자체도 부족해 의료체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공공성이 부족하면 표준진료 및 적정진료의 기준이 없어지고 질병관리가 취약해지며 정책 실현의 집행능력이 부족해진다"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은 같지 않다고 보고 민간병원은 치료적 의료에 집중하고 공공병원은 치료 및 질병관리, 건강증진 등 각종 정책 집행(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 현재 35개의 지방의료원을 신설, 증설, 매입 등을 통해 약 3배 정도 더 늘려야 한다고 봤다.

더불어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 김정회 연구원은 건보공단 직영 보험자 병원은 적정 수가 산출을 위해 적어도 3개 이상은 더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보험자 병원의 지역별, 종별, 기능별 대표성 확보를 통한 신뢰성 있는 정책자료 생산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보험자 병원에서 정책 테스트를 먼저 한 후 공공병원, 민간병원 순으로 확대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보장성이 강화되면 급여수입으로 의료기관이 경영하게 되면 법률적 쟁송의 비약적 증가가 우려된다"라며 "과학적 원가 계산을 위한 직영병원을 적어도 3개 이상은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보공단이 바라보는 보험자병원의 역할
김용익 이사장은 공공병원 확충을 위해서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재정 자립도에 따라 국가 보조율을 현행 50% 보다 더 높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열악한 인력과 시설, 장비에 대한 투자는 필수고 지방의료원 및 각종 공공병원 경영을 지원할 지원 조직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보건의료 인프라 개혁 없이는 복지국가 구축이 불가능하다"라며 "원격의료, 4차 산업혁명 등도 기본 인프라가 건전해야 접목이 가능하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꺼번에 개혁할 수는 없지만, 일정한 방향 감각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라며 "상당한 저항이 있고 비용이 들겠지만 전략화, 단계화로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병원vs민간병원, 의료질 평가 결과 봤더니

심평원 이진용 심사평가연구소장은 실제 심평원이 수행하는 의료질평가 결과를 갖고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질적 차이를 비교 분석했다.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의료질평가 결과
통상 공공병원이라고 하면 주로 취약계층을 진료하며 수익성 없는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민간병원 보다 질적 수준이 낮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맞는지 실제 검증에 나선 것.

이 소장은 지난해 의료질 평가 자료를 기준으로 의료질과 환자안전, 공공성, 의료전달체계 분야 평가 등급 분포 비중을 살폈다. 지난해 의료질평가 대상 기관 337곳 중 공공병원은 67곳으로 약 2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분석 결과 공공병원이 상위 등급(1, 2등급) 비율이 높아 민간병원 보다 질적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병원에서 1등급 기관은 7곳으로 전북대병원, 부산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국립대병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민간병원에서 1등급 기관은 80곳으로 학교, 사회복지, 의료 법인 유형의 수도권 중심 의료기관이 다수였다.

이 소장은 "종합병원급에서는 공공과 민간의 등급별 비율 차이가 거의 없었다. 1-가 등급은 한곳도 없었다"라며 "전반적으로 질적 수준이 하향평준화돼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진용 심사평가연구소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건보공단 유튜브 채널 캡처)
이진용 소장은 또 지난해 말 기준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지표 중 18개의 등급별 점수를 합한 후 100점으로 환산해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차이를 분석하기도 했다.

종합병원급은 공공병원이 민간병원 보다 평가 점수가 5.13점 더 높았다. 그럼에도 공공, 민간병원 모두 질적 수준이 낮은 편이라는 게 이 소장의 지적이다. 민간병원은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분포가 나눠져 있고 평균 이하 하위권에 속하는 기관 비중이 많았다.

상급종합병원만 떼놓고 보면 공공병원 평균 점수가 민간 보다 3.91점 낮다. 이는 공공병원이 질적 수준 편차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 국립대병원 중 42%는 민간병원의 질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장은 "보라매병원, 일산병원, 강원대병원을 제외하면 공공병원의 질적 수준 편차가 심하다"라며 "지방의료원은 서울의료원이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고 나머지는 평균점수가 39.39점으로 다소 낮다. 공공병원과 지방의료원 상위권에 공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중앙보훈병원은 평가 점수가 상위권 수준으로 높지만 그외 보훈병원은 평균이 50.7점으로 질적 수준이 다소 낮다"라며 "적십자병원 계열도 서울 외에는 질적 수준이 다소 낮다"라고 덧붙였다.

즉,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지방의료원 및 중앙보훈병원, 적십자병원은 상위권에 있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평균 이하에 분포가 집중돼 있다. 반면 국립대병원과 보라매병원, 건보공단 일산병원 등 대형 공공병원의 질적 수준은 민간병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았다.

이 소장은 "공공병원의 전반적 질 향상을 위해 기관차원의 노력을 우선하고 국립대병원은 질적 수준을 향상하는 동시에 공공성 회복, 지역거점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보훈, 적십자 등 특수법인 공공병원은 상위급 기관이 질 확보 후 수직계열화 관리가 필요하다"라며 "질적 수준이 상위급인 특수법인 공공병원이 하위 기관과 협업 및 관리자 역할 수행을 통해 전반적 질적 수준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