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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과학...위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

신유찬
발행날짜: 2021-07-26 05:45:50

신유찬 학생(가천의대 예과 1학년)


백신 접종같이 국민 다수의 참여를 요구하는 보건의료정책은 대중의 위험 인식을 개선해야 원활히 진행된다.

당신은 자신의 생명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가? 섭취 후 사망률이 50%인 사탕이 있다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망률이 10%라도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사망률이 얼마나 낮아야 먹을 수 있을까? 1%? 0.1%? 사망률이 0%인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한 인간의 모든 선택은 손해의 가능성인 위험(risk)을 동반하며, 인간은 안전을 위해 매 순간 위험과 이익을 저울질하는 위험 인식(risk perception)을 한다. 한 사람의 위험 인식은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이를 확장하면 대중의 위험 인식은 공동체 유지를 위한 것이다.

위험 인식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인식하는 위험은 실제 위험, 전문가들이 인식하는 위험과 동떨어져 있을 때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이 있다. 지난 4월 초, 세계보건기구, 유럽의약품청 등 전문 기관에서 혈전 부작용과 백신 투약 사이의 인과성이 미미하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위험하고 열등한 백신'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백신 접종같이 국민 다수의 참여를 요구하는 보건의료정책은 대중의 위험 인식을 개선해야 원활히 진행된다. 즉, 왜 전문가와 대중의 위험 인식에 깊은 괴리가 존재하는지 알아야 한다.

대중의 잘못된 위험 인식은 그들의 무지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만약 위험 인식의 괴리가 정말 지식 수준의 차이 때문이라면 일반 대중과 전문가가 같은 통계를 공유했을 때 인식된 위험이 동일해야 한다. 그러나 Zanin et al., 2020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올바른 자료 조사를 하고 있었음에도 코로나19에 대한 지식이 많아질수록 위험 인식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Savadori et al., 2004는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높은 인식된 위험은 전문 지식의 부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사례로부터 알 수 있듯이, 인간은 단순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사전 지식만으로는 위험 인식을 할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하는 미국 오리건대 심리학 교수 폴 슬로빅의 '심리측정 패러다임(psychometric paradigm)'에 따르면, 사람은 사전 지식뿐만 아니라 내적, 외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쳐 판단을 한다.

예를 들어, Fischhoff et al., 1978은 같은 사망률을 가지더라도 '자발적'인 행위가 '비자발적'인 행위보다 약 1000배 더 위험 인식이 낮다고 발표했다. 또한, 일반인들이 흡연의 위험이 높다고 인식하는 이유는 일상 생활에서 금연 광고를 흔히 접할 수 있으며,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앓고 있는 가족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자발성과 접근성 외, 개인의 사회경제적 위치, 위험에 노출될 사람의 수도 위험 인식을 할 때 고려되는 중요한 요소다. 위험 인식의 과정이 이렇게 복잡하고 주관적이니, 전문가 집단은 대중의 위험 인식이 단순히 비논리적인 과정이라고 치부하기 쉽다.

최근까지의 연구는 전문가 집단이 대부분 수치적 위험 해석(quantitative risk analysis)만 하기 때문에 심리측정 패러다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고 생각된 채 진행되어왔다 (Jasanoff, 1998). 그러나 다루는 분야가 비슷한 전문가 집단이라도 경험과 목적의 차이로 인해 위험 인식의 차이가 크게 다를 수 있다.

Zingg et al., 2012에 따르면 수의사들은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것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도태에 대한 위험 인식이 각 가축과 교감을 하는 농부들의 인식보다 낮다. 이와 유사하게, 인구 전체의 보건을 다루는 예방의학과가 환자 개개인의 수술을 맡는 외과보다 백신에 우호적이다. 전문가 집단의 위험 인식에도 주관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의 위험 인식은 최신 연구 결과, 수치 해석, 교차 검증 등 최대한 주관적인 견해를 줄이는 기법을 기반으로 위험을 평가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의 위험 인식보다 타당하다. 즉, 전문가가 인식하는 위험은 실제 위험과 가장 가깝다. 때문에 많은 국가들은 일반 대중의 관심이 적은 정책을 만들 때, 전문가의 위험 인식만 반영하는 '현실주의적 모델(realist model of risk perception)'을 수용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같이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재난은 관련 정책에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범국가적 재난이 진행되는 동안 허위 정보가 증가했으며, 사회경제적 차이가 벌어졌고, 정치적 이념에 따라 '자발적'과 '비자발적' 위험의 정의가 극단적으로 갈라졌다. 그 어떤 이슈든 전문가와 대중의 위험 인식의 괴리는 넓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실현되어야 한다. 먼저 직관적인 통계가 필요하다. 마음에 와닿기 어려운 절대적 위험도보다 상대적 위험도를 사용하면 효율적으로 위험에 대해 각인시킬 수 있다. 최근에 발생했던 재난 혹은 널리 알려진 질병의 사망률을 그 위험도와 비교하면 된다.

전달자의 다양화 또한 필요하다. 위험 인식은 통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위험 인식은 주관적인 관점이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위험 인식의 차이를 좁히려면 소통 방식에 있어서 개인 단위로 소통을 해야 한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소통 방식은 불특정 다수의 위험 인식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 차원의 소통보다 시청자가 인간적인 공감을 할 수 있는 전문 커뮤니케이터 혹은 인플루엔서가 위험 인식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코로나19가 20개월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시민들은 이미 지친지 오래다. 판데믹(pandemic)을 극복하기 위해선 모든(pan) 사람(demos)의 협조가 필요하며, 이는 서로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