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이탈, 중소병원 인력난 가중 "지역 간 격차 심화" 불법 의료인력·의사 확대 근거 남용 "실효성 있는 정책 시급"
의료계가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경쟁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수도권 일부 대학병원의 분원 설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무분별한 특정 지역 병상 수 증가는 많은 문제를 야기시켜 결국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메디칼타임즈는 인천 청라의료복합타운 서울아산병원 우선 협상자 선정을 계기로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경쟁을 심층 보도됐다.
을지대의료원은 올해 3월 경기도 의정부에 900병상 병원을 개원했으며, 중앙대의료원은 내년 3월 목표로 경기 광명에 700병상 병원을, 경희대의료원은 경기 하남에 500병상 병원을 진행 중이다. 아주대의료원은 경기 평택파주에, 한양대병원은 경기 안산에 그리고 서울대병원은 시흥배곧에 각각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의사협회는 이날 분원 설립에 따른 의료생태계 대혼란을 우려했다.
협회는 "대형 종합병원이 만들어질 경우 의료인력 대거 채용이 불가피하다. 의료진 이탈은 일선의 큰 혼란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지역 중소병원 인력난 뿐 아니라 타 지역 의료인력 대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분원이 설립되는 지역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이미 많은 병의원과 종합병원이 위치하고 있다. 대학병원 역할이 점점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중증환자, 희귀환자 담당이라는 본분을 잊고 경증환자 진료 및 과잉진료 등으로 지역 병의원은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법 의료인력 양산과 의사 수 확대 정책의 잘못된 근거로 악용될 소지도 주목했다.
의사협회는 "병원이 자선기관이 아닌 만큼 분원 설립 비용 및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의료진에 비용 투자를 적게 하고 결국 불법 의료인력 채용을 늘리게 될 것"이라며 "결국 의사가 아닌 이로부터 처방이나 시술을 당하게 되는 환자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갑자기 병원이 급증할 경우 공급이 늘어나 많은 의료진이 필요한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의사가 부족한 것처럼 왜곡된 통계를 발생시키고 잘못된 결과를 토대로 정책이 입안되면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은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원 경쟁을 대학병원 수익 추구와 지자체장의 정치성이 결합된 산물로 평가절하 했다.
협회는 "상급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병상 관리 감독을 받게 되지만, 분원의 경우 지자체장 권한으로 편법적 병상 수 늘리기가 가능하다"며 "대학병원의 맹목적 수익 추구와 해당 지자체장의 지역주민 환심사기용 우호정책의 얽힌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협회는 "병상 수급은 복지부 관리 감독 하에 전체 의료시장의 종합적 관점에서 수급을 결정해야 한다. 일차의료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의원급과 중소병원을 살리고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립해 지역사회 중심 선진 의료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국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판단하는 의사협회는 일부 대학병원의 무분별한 분원 설립에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하며, 정부의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