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가 다가오는 독감백신 접종을 앞두고 백신 계약을 진행 중인 가운데 '적정 물량'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코로나 백신접종, 국가예방접종군 변화 등 지난해는 물론 예년과 다른 상황에서 계약 물량을 얼마나 확보해야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개원가 입장에서 독감백신 접종 초기 환자가 몰릴 경우 물량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가 반품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어떤 선택을 내리던 딜레마가 있는 입장이다.
우선 물량을 더 늘려야한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독감백신 국가예방접종(이하 NIP) 대상이 지난해 보다 줄어든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개원가별로 확보하고 있는 독감백신 물량은 보건소에서 지급하는 노인 NIP 물량을 제외한 일반접종과 소아청소년 NIP 물량이다.
지난해의 경우 노인 NIP가 기존 65세 이상에서 62세 이상으로 연령을 낮췄고, 소아청소년 대상도 확대했지만 기존의 대상으로 돌아가면서 노인 NIP에서 생기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
서울 A내과 원장은 "62세부터 64세의 경우 지난해 NIP였지만 다시 일반접종이기 때문에 백신 요구량이 늘어나지 않을까라는 시각이 있다"며 "NIP 대상에서 제외된 청소년군도 올해 역시 계속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독감백신 접종 초기에 12세 미만 영유아 어린이 그리고 초‧중‧고 학생 접종이 몰리면 품귀현상을 경험한 만큼 초기 수요를 고려해 물량 확보를 고려한다는 것.
B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올해 계획된 전체물량을 봤을 때 물량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초기에 접종환자가 몰릴 때 물량이 부족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물량 확보의 개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코로나 백신 접종과 지난 시즌 독감환자가 크게 줄었다는 점을 이유로 물량을 줄이겠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경기도 이비인후과 C원장은 "지난해 독감 유행이 없었고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기 때문에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본다"며 "코로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진다면 독감 백신을 찾아서 맞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영자의 입장에선 독감 백신을 구해 놓고 재고가 남으면 적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예년보다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독감 백신 접종 겹친다면?…“혼선 불가피”
한편, 독감 백신 물량 확보와 함께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고민은 코로나 백신 접종과 독감백신 접종이 겹칠 경우에 대한 혼선.
정부의 접종 스케줄을 보면 코로나 백신 접종을 10월 첫째 주까지 마친 후 10월 둘째 주부터 NIP 접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 백신 물량과 부스터샷 등에 따른 변수가 있는 만큼 접종 일정이 겹치는 상황도 배제할 순 없다는 시각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 방역 등으로 보건소가 예방접종 기능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개원가에서 전체 NIP 접종의 94%이상을 소화한 만큼 사전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과의사회 곽경근 총무이사는 "정부는 일정을 구분해 놨지만 코로나 2차 접종대상자와 독감접종이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며 "독감 NIP도 예약제로 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의사회도 질병청과 논의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코로나 예방접종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독감 접종도 접목시킬 수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요일별로 환자를 구분하는 등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고 8월 안에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