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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률 70% 그 숫자의 의미

발행날짜: 2021-08-17 05:45:50

이인복 의약학술팀 기자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지 2년을 향해 가는 지금 마침내 일일 확진자수가 2000명을 넘어섰다. 그것도 가장 강력한 거리두기 전략이라는 4단계가 발효된지 5주만이다.

세상이 온통 아우성이다. 고강도 거리두기 전략으로 자영업자들은 연일 한숨을 쏟아내고 백신 접종을 손꼽아 기다리던 50대 국민들은 갑자기 2주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아연질색이다.

정부도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4단계 조치를 연장하며 새로운 방역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발표가 없다. 고민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간헐적으로 그 방향성은 엿볼 수 있는 상태다. 대통령이 나서 9월 전까지 3600만명까지 백신 접종을 마치겠다고 선언했고 정부측에서도 더 강도 높은 거리두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새어나오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방향은 명확해 보인다. 백신 접종률(1차)을 어찌됐든 70%까지 올리고 거리두기 전략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걸어온 방향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밀어붙이는 길의 끝에는 집단면역이라는 골라인이 있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부터 줄기차에 이어온 목표다. 고강도 거리두기 전략으로 확진자를 통제하면서 70% 이상 백신을 접종해 집단면역 상태를 만든다는 전략이 골자다.

지금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무조건 이 골라인까지는 가보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이미 국민의 70%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스라엘도 델타 등 변이종의 등장에 혼란한 모습이지만 일체의 목표나 전략 수정에 대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들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백신 접종 기간의 연장이다.

정부는 모더나사의 백신 공급 일정 차질을 이유로 화이자 백신의 접종 기간을 3주에서 4주로, 다시 6, 8주로 연장했다.

화이자가 임상에서 최대 42주까지 접종 기간을 늘려보기도 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임상시험에서였다. 또한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고 다른 요인 등 모든 것을 종합해 3주 간격을 최적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후 나온 예방 효과를 비롯한 모든 리얼월드데이터도 이에 기반해 나온 근거들이다. 그 어느 곳에서도 백신 접종 기간을 6주, 8주로 늘렸을때 효과가 있는지는 커녕 안전한지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당연히 제조사도 그 결과를 모른다.

정부는 모더나사에 이에 대한 화살을 돌리고 있지만 이러한 접종 기간 연장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70%라는 숫자다.

백신이 모자란다며 접종 간격을 6주 이상으로 벌려 놓는 비과학적인 대국민 임상시험을 강행하면서도 19세~40세 백신 접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근거다.

접종 완료자는 15%에 불과하지만 1차 접종자는 40%를 넘어가고 있는 만큼 일단 1차 접종자라도 확 늘려서 일단 70%라는 숫자부터 맞추고 보겠다는 전형적인 숫자 놀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집단면역이라는 당초 목표의 취지에도 심각하게 어긋난다. 집단면역은 사회적 방어막을 형성해 고위험군 즉 기저질환자나 고연령층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다. 질병에 걸려도 치명률이 낮은 연령층까지 백신을 확대 접종해서 고위험군에게 이를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

하지만 정부는 집단면역을 고집스럽게 외치면서도 정작 고위험군인 50대 국민들을 비과학적인 임상시험에 밀어놓은채 19세~40세 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집단면역이 가진 취지를 살리려면 당연히 50대 국민들부터 제대로 2차 접종을 끝내 위험을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만 '70%'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치명률이 0.001% 밖에 되지 않는 20대에게 그 백신을 주고 있는 셈이다. 전형적인 본말전도다.

물론 실제로 70% 접종을 완료하면 이스라엘과 다르게 전 국민 집단면역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2차 접종용 백신을 1차 접종으로 돌려막기하며 1차 접종자만 70%로 만든다 한들 집단면역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이를 위해 접종 기간을 고무줄처럼 임의로 조정하는 대국민 임상시험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백신이 모자라다는 것은 전 국민이 다 안다. 고위험군에게 백신이 먼저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다. 또한 그렇게 양보해왔다. 그렇기에 1차 접종률만 70%로 올려놓고 보겠다는 숫자놀음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50대 고위험군 수백만명을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임상시험에 밀어넣으면서까지 달성해야 할 만큼 의미있는 숫자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