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헬스케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오리지널 로슈 허셉틴)가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기는 등 해외 시장에서 고공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매출 규모면에서 여전히 오리지널인 로슈의 허셉틴에 비해 떨어지지만 지난 2018년 일본 허가를 획득 후 3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같은 성장세는 괄목할만한 수치.
이 같은 성과의 요인 중의 하나로는 약가 경쟁력이 꼽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항암제로 쓰이는 자사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가 지난 6월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일본 시장점유율 5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점유율 확대의 배경으로 제품 신뢰성과 현지 파트너사인 니폰 카야쿠 마케팅 활동 그리고 일본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확대 정책 등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가 이 같은 이유만 가지고 오리지널의 처방량을 넘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
메디칼타임즈가 아이큐비아 자료를 살펴본 결과 이러한 성과의 배경 중 주요 요인으로는 역시 약가가 꼽혔다.
일본 내 트라스투주맙 시장의 올해 1분기 매출을 살펴보면 로슈의 허셉틴은 2747만 달러(한화 320억 원)였으며, 같은 기간 니폰 카야쿠의 허쥬마 매출은 1532만 달러(한화 약 180억 원)였다.
여기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이름으로 집계된 허쥬마 매출인 178만 달러(21억 원)를 더하면 일본 시장 내 허쥬마의 매출은 한화 약 200억원이었다.
처방량은 허셉틴이 표준단위 기준으로 11만6471건, 니폰 카야쿠의 허쥬마 9만5996건, 셀트리온의 허쥬마가 1만808건 등으로 2020년 처방량이 ▲허셉틴 64만4008건 ▲허쥬마 34만7621건(니폰 카야쿠 31만5494, 셀트리온 3만2127)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1분기 자료 기준 처방량을 매출액으로 나눠보면 허셉틴의 건당 가격 평균은 234.9 달러, 니폰 카야쿠의 허쥬마는 158.6 달러, 셀트리온의 허쥬마는 163.3 달러로 허셉틴 대비 저렴한 약가를 형성했다.
아이큐비아 자료가 정확한 약가의 기준이 될 순 없지만 대략적으로 허쥬마의 약가가 허셉틴 대비 30.5~32.5% 낮게 설정돼 있다는 것이 추정 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일본과 한국은 의료비 책정 시스템이 달라서 직접 비교는 어렵다"며 "하지만 지난 4월 일본 정부의 약가인하로 허셉틴 대비 30% 수준까지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이큐비아 자료로 기준으로 올해 허쥬마의 약가가 2019년과 2020년의 대비 0.4% 낮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결국 허쥬마 출시 당시 설정된 가격이 오리지널 대비 30% 가까이 낮게 설정돼 있던 셈이다.
"국내시장 시밀러 성장 가격 경쟁력 확실해야"
결국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해외에서 고공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배경은 바이오시밀러의 가장 큰 장점인 약가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면 국내에서는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성장이 답보를 거듭하는 이유도 약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의미.
현재 국내 바이오시밀러 약가 기준을 살펴보면 바이오시밀러가 급여 출시되면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의 보험상한가는 기존 약가의 70%로 인하된다.
이 때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조건을 갖췄다면 80%까지 가산을 받을 수 있고 오리지널 역시 함께 적용된다. 즉,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가 받을 수 있는 약가가 같아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 보험 상한가 기준으로 허쥬마의 약가(150mg기준 29만175원)는 허셉틴(36만2,340원) 대비 19.9% 가량 낮지만 여전히 일본 시장과 비교했을 때 약가가 10% 가량 차이난다.
이는 실적의 성과와도 연결된다. 국내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1분기 허셉틴의 매출액은 163억 원, 허쥬마의 매출액은 62억 원 수준으로 2019년 3분기 63억 원에서 소폭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국내 허가가 일본의 2018년보다 4년이나 빨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내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과 비교해 실적이 저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다른 바이오시밀러를 살펴보면 허쥬마의 약가는 오리지널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다.
셀트리온의 레미케이드(성분명 레미케이드, 100mg 기준 37만3788원) 바이오시밀러 램시마(35만2787원)는 오리지널 대비 5.6% 인하된 가격에 팔리고 있다.
또 셀트리온의 트룩시마(오리지널 맙테라)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에톨로체(오리지널 엔브렐)는 10% 인하 수준이다.
물론 정해진 약가가 아닌 보험 상한가이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는 있지만 제도상 약가가 투명하게 들어나기 때문에 해외 시장을 협상을 고려하면 국내 약가를 크게 낮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구갠에서도 처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가 측면에서 더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 2018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종합병원 이상에서 근무하는 전문의 725명 참여) 80%에 육박하는 전문의들이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는 주된 이유로 '오리지널 대비 약값이 저렴하기 때문'을 꼽은 바 있다.
특히, '오리지널 대비 약가가 얼마나 저렴해야 처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오리지널 대비 약가가 90%일 때 15% ▲오리지널 대비 약가가 80%일 때 30% ▲오리지널 대비 약가가 70% 일 때 70% 등으로 응답이 이뤄졌다.
즉,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대비 30% 저렴해야 의료진 처방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는 산정특례 적용 등으로 인해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적인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적다"며 "약가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면 오리지널 처방에 대한 선호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