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들 다각화 위해 잇따라 라인업 지난 시즌 수요 감소 부진…노마스크·CDC 권고 새 전기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경쟁적으로 출시했지만 판매 부진의 늪에 빠졌던 동시진단키트가 이번 시즌에는 빛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독감 환자 급감과 수가 등 가격적 요인으로 임상 현장에서 외면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강력 권고 등이 나오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 앞으로 다가온 독감 유행 시즌…동시진단키트 빛 볼까
13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독감 즉 인플루엔자 유행 시즌이 다가오면서 코로나+독감 동시진단키트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들이 야심차게 새로운 제품들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것. 이러한 움직임의 선봉에는 역시 씨젠이 있다.
씨젠은 올해 코로나와 독감 동시 진단이 가능한 동시진단키트 Allplex™ SARS-CoV-2/FluA/FluB/RSV Assay를 개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다.
또한 이달 미국 바이오 진단기업인 바이오라드와 손을 잡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위한 공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유럽 CE 인증 등을 획득한 만큼 미국과 유럽, 내수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씨젠의 이호 영업총괄 사장은 "씨젠만의 진단 기술력에 바이오라드의 장비 및 폭넓은 네트워크가 더해진다면 미국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계약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커다란 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수젠텍도 마찬가지로 동시진단키트 SGTi-flex COVID-19 & Flu A/B Ag DUO의 식약처 허가를 마치고 FDA 긴급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수젠텍이 개발한 이 키트는 한번의 비인두 검체 채취로 코로나는 물론 A·B형 독감을 동시에 검출해 15분만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키트다.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코로나+독감 동시진단키트를 내놓으며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백신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코로나 분자진단 키트(RT-PCR)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 대한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다.
바이오니아도 최근 코로나와 A, B형 독감을 동시에 검사하고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하고 식약처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아큐파워 RV1 실시간 RT-PCR 키트로 명명된 이 키트는 서울대병원 등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코로나와 A, B형 인플루엔자 모두 민감도와 특이도 99% 이상을 기록했다.
진매트릭스도 이달 코로나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동시 진단 키트 네오플렉스 플루코비드 키트를 출시하고 식약처 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 제품 또한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98.7%의 민감도와 99.5%의 특이도를 보이며 이미 신뢰도를 확보한 상태로 특히 델타 및 델타플러스 변이를 비롯해 베타 변이, 감마 변이까지 진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 선점에도 실제 매출은 부진…CDC 권고 등 전기 될까
이처럼 국내 주요 의료기기 기업들이 잇따라 라인업을 구축하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실제로 매출 신장 및 사업 다각화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미 지난 독감 유행 시즌에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으며 고배를 마신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말부터 각 기업들은 마찬가지로 동시진단키트를 내놨지만 실제 판매량을 극도로 저조했다.
일단 코로나 대유행이 정점에 달하고 있던데다 백신 개발 전이라는 점에서 강도 높은 방역조치와 개인 방역으로 인해 독감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던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자료를 봐도 지난해 독감 환자는 전년 대비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 코로나 대유행에 독감 유행 시즌이 겹치면서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는 상당히 높았지만 그만큼 방역으로 인해 환자가 급감하면서 동시진단키트의 판매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특히 국내의 상황도 이러한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독감 환자 급감과 더불어 코로나 분자 검사 인프라를 늘리는데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동시진단키트의 보급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격적인 면과 의료진의 외면 등이 겹치면서 동시진단키트는 사실상 사장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온 것도 사실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권계철 이사장은 "동시진단키트의 임상적 효용성은 분명히 인정하지만 지난해만 봐도 전국적인 인플루엔자 검체 채취가 힘들 정도로 환자가 급감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여기에 수가 체계 등도 불리하게 짜여지면서 사실상 체감하는 효용성은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는 비단 우리나라 뿐만의 상황이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라며 "일부 기업들은 코로나에 더해 20종의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키트 등도 개발했지만 사용 빈도는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이러한 기류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동시진단키트를 강력 권고한 것이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실제로 CDC는 이달 초 코로나 대유행 초기에 사용했던 분자진단키트(RT-PCR)의 긴급사용승인을 철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 초기에 나온 제품인 만큼 델타 등 변이가 광범위하게 퍼진 지금에는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 CDC의 판단.
이에 따라 CDC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코로나와 독감 등 여러가지 바이러스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동시진단키트(멀티플렉스)의 사용을 권고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동시진단키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장 큰 배경이다. 국내 기업들이 서둘러 FDA 승인에 나서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씨젠의 이호 영업총괄 사장은 "씨젠의 진단 기술력이 농축된 동시진단키트에 바이오라드의 장비와 폭넓은 네트워크가 더해진다면 FDA 승인은 물론 미국시장을 충분히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커다란 전기를 마련한 만큼 수출 신장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