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국내 1호 비뇨의학과 여의사로 주목...'머슬마니아 출전' "일만 계속하면 번아웃...스트레스 발산 위해 몸을 쓴다"
'머슬 매니아'. 하고 싶은 것은 일단 하고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윤하나 교수(51)의 '요즘' 관심사다. 머슬 매니아 대회 출전을 위해 살을 빼고, 근육을 만들었다. 그리고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상까지 탔다.
비뇨의학과 1호 여의사로 잘 알려진 윤 교수는 최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2021 맥스큐 머슬마니아 피트니스 챔피언십'에서 스포츠모델 오픈 쇼트, 시니어모델 등 2개 분야에서 수상했다.
친구들과 '나잇살'을 주제로 대화를 하던 중 "보디 프로필이나 머슬마니아를 목표로 삼으면 끝까지 다이어트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이 씨가 됐다.
고질병인 디스크를 고치기 위해 입문했던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
2019년 이대서울병원 개원과 함께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외래일 때는 오전부터 내내 100명의 환자를 봐야 한다. 일주일에 이틀은 수술을 한다. 병원에서 진료협력센터장과 비뇨의학과 과장 등 보직도 있다. 밤에는 응급 환자 콜까지 받아야 한다. 여기에다 학생 교육, 연구도 따로 시간을 내서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피로가 쌓였다.
식사 시간도 불규칙했고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 보니 체중이 늘었고 고지혈증이 생겼다. 디스크도 악화됐다.
결국 지난해 4월부터 체중 관리를 위해 헬스장을 나가기 시작했지만 체중은 완만한 그래프를 그리던 중 '머슬마니아'라는 목표를 만들어 버렸다. 마침 헬스 트레이너가 머슬마니아 국가대표 출신이었고, 그의 응원에 힘입어 대회 출전까지 3개월을 남겨놓고 식단 관리와 근육 만들기에 박차를 가했다. 하루에 먹어야 할 최소 칼로리를 계산해 세 끼를 꼬박 챙겨 먹었다. 병원 일과도 소화해야 하기에 부족한 에너지는 토마토나 계란, 그리고 영양제로 보충했다.
3개월 폭풍 감량까지 더해 윤 교수는 1년 동안 총 11kg을 감량했다. 몸짱의사가 된 윤 교수는 체중 감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먹지 말라고는 하지 않겠다. 필요한 것보다 더 먹지 않으면 된다"라는 후기를 남겼다.
윤하나 교수는 탄수화물 섭취를 억제하는 게 가장 힘들었고 대회 전날과 당일에는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했다. 어느 때보다 자신의 몸매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밖으로 어떻게 보이는 것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태닝할 때 얼룩이 생기는지도 봐야 하고, 모기 물리는 것까지 신경 써야 한다. 음식도 이토록 건강하게 먹어본 적이 없다. 만성 위염이 있었는데 속 쓰림이 사라졌다. 대회 당일 의상도 반짝반짝 비키니를 입고 굽 20cm 유리구두를 신어야 한다. 진한 화장과 헤어까지... 이런 경험을 살면서 언제 해보겠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윤하나 교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이렇게 스스로를 혹독하게 채찍질해 체중을 감량하고 근육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하고 싶은 것은 해보고 말아야 하는 그의 성격이 가장 컸다.
"뭔가 흥미를 느끼면 일단은 해봐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해서 생기는 만족감이 있다. 그게 엔도르핀이 돼서 다른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하고싶은 것을 하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윤하나 교수는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평소 하고 싶었던 의학이 아닌 다른 분야를 배우며 해소한다.
그의 스트레스 해소책은 비단 피트니스뿐만 아니다. 오히려 늦게 입문한 분야다. 그는 발레와 필라테스, 첼로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 발레는 이번 머슬마니아 대회에서 포즈를 잡는데 유용하게 활용했다.
수술과 진료, 연구활동에 매진하면서 생긴 고질병 '디스크' 관리를 위해 시작한 필라테스는 시작한 지 어언 10년이 넘으면서 이제는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의 건강 관리에 만족하지 않고 환자에게도 '코어 근육'의 중요성을 전파하며 필라테스 강사와 함께 방광 건강을 위한 운동을 만들어 건강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 첼로도 작은 '발표회'를 열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 은퇴하기 전 병원 지하 공연장에서 연주회를 여는 게 그의 작은 소원이기도 하다.
"일만 계속하면 번아웃되기가 쉽다.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 스트레스를 분산시키고 발산하기 위해 몸을 쓴다. 수술도 오래 하고 잘 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건강하지 않으면 원래 해야 할 일을 잘할 수 없으니 말이다."
머슬마니아 대회 출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다는 윤 교수.
"시니어모델 부문에서 가장 어린 나이였는데 축하공연을 한 사람은 현역인데 65세, 1등은 나보다 나이가 더 많았다. 스스로의 몸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부터가 달랐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 보였다. 예전에는 힘들고 하면 짜증 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운동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여유가 생겨서 조금 더 무난하게,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게 됐다."
좋은 기억만 가득한 머슬마니아 대회에 윤하나 교수는 또다시 도전해볼 계획이다.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이번에는 '1등'에 도전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이야기했다. 대학병원 교수 본분에서는 연구 성과를 내고, 후학 양성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비뇨의학과 1호 여의사라는 타이틀이 지금은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이제 후배를 키워야 하는 나이가 됐다. 은퇴가 15년 남짓 남았는데 긴 시간이 아니다. 비뇨의학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쌓은 노하우를 가르쳐 주고, 더 잘할 수 있는 똑똑하고 실력 있는 후배가 나올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