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기자 : 안녕하십니까. 한주간의 주요 이슈를 진단하는 메타포커스 시간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1년 반이 지나가면서 백신 상용화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업체들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SK바이오사이언스의 개발 품목이 국내 개발 백신중에서는 처음으로 임상시험 3상에 진입하면서 과연 백신 자급화에 성공할 수 있는지, 도전장을 내민 타 업체들의 임상 현황은 어떤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국산 코로나19 백신의 상용화가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살펴볼텐데요. 함께 이야기 나눌 의약학술팀 최선 기자 나와있습니다.
박상준 기자 : 최선 기자, 모더나 백신 항의 방문에 우리정부가 사실상 굴욕적인 답변을 받으면서 국내 백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산 개발중인 코로나 백신 몇종이 있고, 또 어떤 단계까지와 있는지 간단하게 언급해 주시죠.
최선 기자 : 네 먼저 표를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임상은 제약사별, 플랫폼별에 따라 구분이 달라지는데요. 이달 10일 기준 유전자 재조합백신은 5개, DNA 백신은 3개, RNA 방식은 1개, 바이러스벡터 방식은 1개까지 총 10개 임상이 진행중입니다. 그렇다고 총 10개 회사가 임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변이에 대한 중화항체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단일 품목으로 임상을 하는 것이 아닌, 약간의 항원-항체 버전을 바꾼 품목을 같이 임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3개 품목을, 셀리드, 제넥신은 각각 2개의 품목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3상에 진입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하면 모두 1·2상 단계에 머물러있습니다.
박상준 기자 : 그 중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중인 품목이 처음으로 임상 3상에 집입했는데요. 가장 빠른 단계라고 할 수 있죠?
최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이 국내 임상 품목 중에서는 처음으로 임상시험 3상에 진입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상시험계획의 안전성과 과학적 타당성을 검증해 이달 10일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GBP510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GBP510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든 후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유전자 재조합 백신'입니다. 국내에서 이런 재조합 방식으로 개발중인 백신은 총 5개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DNA 백신 및 바이러스 벡터 백신, RNA 백신까지 포함하면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 임상은 총 10개가 진행중입니다.
박상준 기자 : 보통 임상 1상, 2상을 거쳐 3상에 진입하는데 SK바이오사이언스 품목도 2상까지 다 마친 건가요?
최선 기자 : 임상 진행을 단계별로 구분하면 임상 1상은 최초로 사람에게 투여해 안전성, 약동학 등을 평가하고 이후임상 2상에서 대상 환자들에게 투여해 치료효과를 탐색합니다. 1상, 2상을 거쳐 안전성, 유효성이 확인된 경우 임상 3상에 진입하는 것이 보통의 프로세스입니다. 다만 GBP510은 1/2상을 동시에 진행해 2상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지만 1상 결과만으로 3상 진입이 가능하다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박상준 기자 : 재조합 방식 백신만 5개가 있다고 언급하셨는데, 그러면 타 업체 품목들도 1상 결과만으로도 3상 진입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나요?
최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식약처는 전통적인 위약과 비교하는 임상으로는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임상 3상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앞서 허가된 백신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특정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3상 진입이 가능합니다. GBP510의 경우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이지만 1상에서 안전성과 면역원성이 충분히 나타나 3상 진입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성인 80명 대상 임상에서 중화항체 형성률이 100%를 기록한 만큼 3상 진입에는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 나온 것입니다.
박상준 기자 :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중화항체 형성률 100%라는 수치는 굉장히 효과적으로 들립니다. 앞서 상용화된 해외 백신들과 비교도 가능할까요?
최선 기자 : 국내에선 아직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백신은 허가받지 못했습니다. 이를 감안해 식약처는 바이러스 벡터 방식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 품목과 효과/안전성을 비교하기 위한 대조 백신으로 선정했습니다. 엄밀하게 두 백신이 사용한 플랫폼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항체 증가량, T-세포 반응 유도 여부, 중화항체 반응률 등을 서로 비교해 보면 백신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박상준 기자 : 아스트라제네카와 1/2상 임상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관련 연구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란셋에 실린 바 있습니다. 총 1077명을 대상으로 한 1/2상에서 1회 접종 한달 후 95%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4배 증가했고 접종군 전원에서 T-세포 반응이 유도됐습니다. 중화항체 반응은 접종 한달 후 참가자의 91%에서 나타났으며, 2회 접종을 받은 참가자들은 100%에서 중화항체 반응을 보였습니다.
GBP510의 경우 임상 참여자가 80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경향성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하다는 평입니다. 면역증강제를 함께 투여한 투약군 전체에서 중화항체 형성률 100%를 보였고, 중화항체 유도 수준도 코로나 완치자의 혈청 대비 5배에서 최대 8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중대한 이상반응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입니다.
박상준 기자 : 대규모 임상을 통해 직접 안전성, 유효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상용화된 백신과 비교하는 ‘비교임상’ 방식을 쓴다는 말인데요. 비교 임상이 국내 백신 임상 가속화에는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과연 국제적으로도 통용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최선 기자 : 이미 면역원성 비교임상을 통해 백신의 효과를 확인한 사례가 국내외에 있습니다. 프랑스 발네바사가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 3상이 면역원성 비교임상으로 수행중이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면역원성 비교임상으로 허가된 백신 품목이 있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WHO 등 해외 규제기관도 면역원성 비교임상에 대한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지난 6월 국제규제기관연합회의(ICMRA) 역시 후발 백신의 임상시험 방법의 하나로 비교임상이 고려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상준 기자 : 그렇군요. 아무튼 작년부터 다양한 업체들이 코로나19 백신 자급화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타 백신 임상 3상 진입도 예상되는데 시점을 좀 알려주시죠.
최선 기자 : 네 시기상으로만 구분하면 많은 업체들의 임상시험계획서 승인일이 비슷합니다. GBP510의 1·2상 임상시험계획 승인일은 올해 1월 26일로 불과 6개월만에 3상 승인이 떨어졌는데요. 유바이오로직스는 GBP510와 동일한 재조합 백신으로 올해 1월 20일 1·2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습니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국제백신연구소는 DNA 백신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넥신은 1·2a상을 작년 12월 11일 승인받았고, 1상을 올해 1월 29일 승인받았습니다. 진원생명과학은 1·2a상을 작년 12월 4일 승인받았고, 국제백신 연구소는 1·2a상을 작년 6월 2일 승인받았습니다. 셀리드는 바이러스벡터 백신 방식으로 1·2a상을 작년 12월 4일 승인받았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비슷하게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은 만큼 그간 차질없이 임상이 진행돼 왔다면 유사한 시기에 타 품목들도 임상 3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상준 기자 :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가정 아래 토종 코로나19 백신의 상용화 시기는 언제로 예상하나요?
1, 2상과 비교하면 3상은 상용화를 앞둔 마지막 테스트라는 점에서 보다 더 큰 규모의 인원을 대상으로 보다 장기간 임상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80명에 불과한 1상과 달리 3상의 전체 시험대상자는 총 3990명이며 시험백신은 3000명, 대조백신은 990명입니다. 3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라 코로나19 환자 모집, 바이러스의 유행 상황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임상 목표 일정에 따르면, 2022년 1분기에 3상 임상에 대한 중간분석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측되며, 그 이 후 허가 신청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최상의 상태를 예상한 것이라 적어도 1년 안팎의 시간이 남았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박상준 기자 : 백신 자급화라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상품적 가치 측면을 무시할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수많은 백신들이 상용화되고 실제 전세계에 보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백신에서 어떤 가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답변을 좀 줄일 것)
최선 기자 : 코로나19 백신의 자급화는 단순히 상징적 의미에서 국산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미 앞서 유행했던 사스와 메르스와 계통을 같이하는 바이러스인 만큼 향후 다양한 변종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경우 국내 업체들이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상용화된 백신을 확보하고 있다면 변종에 대응하기 보다 쉬워집니다. 일종에 미래에 출현할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보험의 성격이 강합니다.
코로나19만 보고 개발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등장할 수 있는 신종 감염병에 빠르게 대응하는 수단을 확보하겠다는 측면이 강합니다. 실제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추후 나타날 신종 감염병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백신 플랫폼 기술 확보의 일환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자급화는 당장의 수익성, 상품성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박상준 기자 : 네 잘들었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3상 진입으로 목표점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모두 임상에서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임상은 다양한 변수와 대응하는 지난한 싸움입니다. 메디칼타임즈는 앞으로 새로운 임상 결과가 나오는대로 다시 메타포커스를 통해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주 메타포커스를 마칩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